위험한 운동중독증

'짐승남, 짐승돌, 복근미녀, S라인…'. 다른 계절에 비해 몸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여름을 맞아 '몸짱 열풍'이 거세다. 그러나 무리하게 운동 강도를 높이거나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오히려 몸을 상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매년 중년 남성 10만 명 중 6명이 극심한 운동 중에 사망한다.

몸의 이상 신호인 통증을 느끼면서도 일부 운동 마니아들은 진통제를 맞아가며 운동을 강행한다. 왜 그럴까. 1979년 미국 심리학자 A.J 맨델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용어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심장 박동수는 1분당 120회 이상인데 이 강도로 30분 이상 운동하면 묘한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처럼 운동으로 인한 정신적인 행복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운동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고 불안 초조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운동중독' 또는 '운동의존'이라 한다. 운동중독 상태에 이르면 운동 중에 부상하더라도 중단하지 못하고 다친 상태로 강행하다 만성 장애을 겪는다.

자신이 운동중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잣대는 '내성'과 '금단' 증상이다. 운동할 때 예전과 같은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아 더욱 강도를 높인다면 '내성'이 생긴 것이다. 더 나아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며 죄책감까지 느낀다면 이미 '금단' 증상이 시작됐다. 운동중독증은 사회 경제적 수준이 높고, 평소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다.

◈ 운동중독은 또 다른 병을 부른다

관절 질환은 운동중독증이 일으키는 합병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발목염좌가 생겼는데도 치료하지 않고 계속 운동했을 때 '발목외측인대 불안정증'이나 '연부조직 충돌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작은 충격에도 발목을 쉽게 접지르거나 만성적으로 통증이 오는 공통된 증상이 있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관절이 파괴되고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릎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릎연골이 문제라면 연골이 빨리 닳아 퇴행성 관절염을 앓게 된다. 무릎인대 손상 후에도 계속 운동을 하면 무릎이 쉽게 꺾이고 정강이뼈가 틀어질 수 있다. 또한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지 않으면 관절뿐 아니라 근육조직이 파열될 수 있다. 족저근막염이나 다리뼈인 경골, 발에 있는 중족골의 피로골절이 생길 수도 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첫발을 내디딜 때 발바닥이 아프고 한참을 움직여야 걸을 수 있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딱딱한 바닥을 쿠션이 적은 운동화를 신고 오래 뛰거나 걸었을 때 발생하기 쉽다. 피로골절은 장시간 달리거나 운동을 지속했을 때 경골, 비골 또는 발의 중족골에 금이 가는 질환이다.

심장 질환은 돌연사를 일으키는 운동중독증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운동을 할 때 심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또한 극심한 운동을 한 후에 갑자기 멈추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심장에 치명적 부담을 줄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흉통을 느낄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메슥거림, 어지럼증을 느낄 때, 가슴에 느껴지는 증상이 등 어깨 목 턱 팔로 이어질 때는 즉시 운동을 그만 둬야 한다.

생리 불순이나 무월경 증상은 여성에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다. 뇌 속의 호르몬 분비를 통제하는 시상하부 기능 장애에서 비롯된다. 원래 이런 증상은 체조나 육상선수에게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일이다. 보통 운동을 하면 일반적으로 뼈가 튼튼해지는 게 정상이지만 과하면 시상하부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며, 골밀도가 서서히 낮아진다.

◈ 내게 맞는 운동을 찾자

운동중독증이 두렵다고 운동을 외면할 수는 없다. 적당한 운동은 우리 몸에 유익한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심장을 튼튼하게 하며 폐활량을 늘리고 혈액 순환을 증진시킨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신체능력 범위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운동중독증을 예방하려면 첫째, 자신의 운동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비만으로 건강에 위험신호가 와서 체중 감량이 시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 3~5회, 1회에 1시간 이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여러 종류의 운동을 섞어서 한다. 또 무리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셋째, 몸에 무리가 왔다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다. 운동 후 몸에 통증이 있을 때는 반드시 운동량을 줄이고 심할 때는 쉬어야 한다. 넷째, 과훈련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운동을 쉬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과훈련증후군이란 평상시와 같은 강도로 운동을 해도 능률이 떨어지고 만성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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