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회동을 갖고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대화의 물꼬를 다시 텄다. 하지만 이번 회동이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과 하노이 협상 결렬로 상처를 입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 회복을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는 협상을 진전시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비핵화’ 방안 즉 익은 열매를 수확하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집에서 53분 동안 만나 비핵화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북한 지도자를 만난 데 이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북한 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합류해 남·북·미 정상의 사상 첫 3자 회동도 이뤄졌다. 남·북·미 정상의 3자 회동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6년 만이다.

     문 대통령 참석 없이 이뤄진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북한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미국 백악관으로 초청했으나 김 위원장이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을 떠나며 트위터에 “북한 땅을 밟았다.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관계를 개척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실무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 방안과 반대급부인 제재 완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진 게 없어서 자칫 논의 진전 없이 실무협상과 정상회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일 역사적인 남미북 판문점 회동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힘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쓰였다”며 “앞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이 성과를 발전시켜 새로운 한반도 평화·번영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진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려면 살라미 전술을 펼치려는 북한의 태도를 바꾸도록 설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하노이 회담 이후 끊긴 미북 대화가 다시 시작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문 대통령이 운전자로 시작해 중재자를 자처하더니 이제는 ‘객’(손님)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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