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해 자택 지하에‘핵 벙커’를 만들다 작업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20대 백만장자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벙커 대신 감옥에서 살게 됐다. AP통신은 17일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핵 벙커’를 만드는 작업자에 대한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28세의 주식투자가 대니얼 벡위트에게 징역 9년이 선고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 인근의 부촌인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사는 벡위트는 지난 2017년 9월 인도계 청년 아스키아 카프라(21·사망)를 고용해 자택 지하에 핵 벙커를 만들게 하다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그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판결을 내린 슈바이처 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당신은 당신이 아주 똑똑하니까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의 “지적 오만”이 참사를 불렀다고 꼬집었다. 이에 벡위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 AP가 전했다.

      벡위트가 받은 형량은 그가 받는 혐의에 따른 양형기준인 10~21년보다는 약간 낮게 책정됐다. 이에 대해 슈바이처 판사는 벡위트가 “한 행동과 하지 않은 행동 때문에 (카프라가) 숨진 것은 확실히 범죄”라면서도 이는 “의도된 바는 아니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슈파이처 판사는 또 이날 법정을 찾은 카프라의 부모에게 벡위트가 받은 형량이 그들이 겪은 상실과 동등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카프라의 어머니 클로디아는 “아들의 죽음은 나를 너무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상실감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스러워했다.

      벡위트는 카프라 부모가 이같이 말하자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훔쳤다. 그는“카프라를 살려낼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다”면서 “확실히 이 모든 일 중 어떤 것도 일으킬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명백한 위험 징후를 무시하고, 핵 벙커를 기밀로 유지하기 위해 안전을 등한시해 결과적으로 카프라를 숨지게 한 혐의로 벡위트를 기소했다. 검찰은 벡위트가 지하실에 쌓아 둔 각종 쓰레기 때문에 카프라가 화재 현장에서 탈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벡위트의 변호인은 그가“지하실을 깨끗하게 치우지 못한 죄”로 법정에 섰을 뿐이라며 결코 남에게 손해를 끼치려 한 것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그가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해 편집증적 집착을 보여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벡위트는 자택 지하에 핵벙커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 뒤 카프라를 고용했다.  지하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깊이 6m, 길이 60m의 벙커를 파던 카프라는 불이 나기 몇 시간 전 벡위트에게 연기 냄새가 난다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벡위트는 6시간 뒤에서야 “배전 문제가 일어났다”고 답장을 보내고 카프라를 대피시키지는 않았다. 결국 카프라는 연기를 많이 마시고 신원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심한 화상을 입어 출입구로부터 불과 몇 발자국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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