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남부의 한 소도시에서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어린이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했지만, 보건 당국이 원인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당국은 오염된 주사기를 재사용한 한 의사를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로 여겼지만, 감염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어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6주간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州)의 소도시 라토데로 주민 2만6천명을 대상으로 HIV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어린이의 수가 62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감염자 수는 761명이라 어린이가 주로 피해를 본 셈이다. 감염 어린이의 대부분은 2∼5세였다. 이들 어린이의 부모는 성매매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인 데다 거의 모두 HIV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전례 없는 HIV 집단 감염 사례로 여겨진다. 이번 조사 직전까지 파키스탄 전체의 HIV 감염 어린이의 수는 1천여명에 불과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지 의사 무자파르 간가로를 체포한 상태다. 간가로는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를 계속 사용하며 환자를 치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역시 HIV에 걸린 상태였다. HIV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킨다. 경찰은 간가로가 고의로 HIV를 퍼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중 조사를 하는 중이다. 그는 이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WHO 측은 간가로 한 명에게 해당 지역 HIV 발생의 모든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은 기본적으로 파키스탄의 열악한 의료환경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에는 면허 없이 시술하는 불법 의료인이 많은 데다 간가로 외에도 주사기 등 오염된 의료기구를 재사용하는 병원이 다수라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무허가 혈액병원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구 2억명인 파키스탄에서 HIV에 걸린 이의 수는 2만3천여명 수준이다. 다른 저개발국에 비교하면 감염률이 낮은 편이지만 최근 마약 투여자와 성매매 종사자를 중심으로 감염자 수가 크게 느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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