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에서 발송된 편지를 들고 사무실로 찾아와서 내용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어떤 사람들은 숫자만 보고와서 그만큼 돈을 내라는 것이냐고 묻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문장에 쓰인 단어들의 뜻을 찾아서 나름대로 의미를 추측하고 나에게 정확한 내용을 묻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노인들은 웰페어 문서 중간에 쓰인 ‘not’이라는 단어 하나만 보고 깜짝 놀라 걱정되는 마음으로 찾아와서 설명을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신다. 누가 그러는데 ‘not’이라는 단어가 편지에 있으면 안 좋은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문장의 뜻을 자세히 설명해주면 자신들이 추측했던 의미가 많이 맞았음에 기뻐하기도 하고, 자신의 추측과는 많이 벗어났을 때는 스스로의 영어실력을 원망하기도 한다.

영어를 정확하게 잘 읽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법 공부를 많이 하고 문법적으로 영어문장을 분석해서 읽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현재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두고 두고 영어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결국은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영어와 담을 쌓게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문법을 바탕으로 영어공부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이고, 해롭고, 도움이 안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공부를 하면서 최악의 재수없는 선택이 바로 문법에 매진하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그 방법으로는 10년을 파고들어도 영어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문법 외에 그 어떤 방법을 선택하여 1년만 해도 10년 공들인 문법영어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여러번 강조했지만 문법은 ‘악성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단 한 달을 하든 1년을 하든 해로운 것뿐이다.

BTM 2단계는 말하기 훈련과 읽기 훈련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이다. 말하기 훈련은 이미 1단계에서 문법없이 시작하였기 때문에 그와 같은 방법으로 계속 진행을 하면 된다. 그러면 읽기 훈련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한 마디로 정상적인 표현들에 대하여 문법없이 문장에 쓰인 각 단어들의 의미를 배열하고 자신이 추측한 의미를 비교 확인하는 과정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위에서와 같이 영어문법을 모르는 분들이 관공서에서 온 편지를 나름대로 사전을 찾아 뜻을 추측하고 내 사무실로 갖고와서 그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러한 확인과정을 통하여 어느 부분의 추측이 맞았고 어느 부분의 추측이 틀렸는지, 그리고 무엇이 왜 틀렸는지를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읽기 훈련 과정이다. 즉, 읽기훈련 과정은 추측독해 훈련인 것이다.

그러면 추측독해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냥 영어로 된 잡지나 책을 무조건 단어를 찾아가면서 뜻도 정확히 모르면서 읽기만 하는 것이 좋을까? 원어민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갖고 더듬더듬 읽으면서 원어민 선생님께서 알아들을 수도 없는 영어로만 설명해주는 과정을 따라야 할까? 아니다. 자신이 추측하여 이해한 의미에 대하여 효율적으로 비교 및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 없는 그런 방법은 너무나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읽기훈련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영한대역 도서를 활용하고,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선생님의 지도를 받는 것이다. 그렇다. 영어밖에 모르는 원어민이 아닌 영어와 한국어에 능숙한 선생님이 최고의 영어 선생님인 것이다. 영어 읽기 훈련은 영한대역 도서만 이용해도 대단히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여러가지 추측의 시행착오를 겪게되며 그것을 깨닫고 바로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선생님의 지도를 받는다면 그와 같은 시행착오와 혼돈되는 문장 및 까다로운 표현들에 대한 의미의 파악 요령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에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 어떠한 영한대역 도서를 선택할 것인가? 이것은 인풋과 아웃풋 관계의 4번째 작업가설에 근거하여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고, 최대한 실용적이며 학습자에게 필요한 인풋이 가장 효율적인 아웃풋을 유발한다’라는 가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자 자신에게 너무 어렵지 않고, 학습자가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과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은 영한대역 도서가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영한대역 도서들 가운데 최대한 학습자의 개별적인 환경에 가까운 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일단 학습자의 개별적인 환경에 적합한 영한대역 도서를 선택하면 그 다음부터는 차분하게 추측독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하나 하나의 문장에 쓰인 단어들의 의미를 모두 파악한 다음, 문장 전체의 의미를 나름대로 추측하고 해당문장의 대역문을 기준으로 자신이 추측한 의미가 얼마나 맞고 틀렸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틀린부분에 대해서는 왜 틀렸는지를 분석해보고, 그 다음부터 유사한 문장표현을 추측해석할 때에 같은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해두어야 한다. 이렇게 반복적인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영어 문장에 대한 추측이 점차 정확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읽기 옹알이를 통하여 익히고자 하는 것은 말하기 훈련으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문장구조 및 어휘들이다. 다양한 유형의 문장들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훈련을 통하여 향후 말하기 뿐만이 아닌 고급 듣기와 쓰기 및 프리토킹 훈련 과정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 된다. 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익히는 어휘력은 곧 각자의 영어실력에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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