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트렁크를 정리하다 옛날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했습니다. 여러 번 차량을 바꾸는 동안에도 비상용 공구와 같이 여지껏 함께 다닌 카세트테이프입니다. 그런데 듣고 싶어도 재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동차에 더이상 카세트테이프를 넣는 데크가 없기 때문입니다. 80년대에 카세트테이프 데크가 자동차에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카오디오 세계는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좋든 싫든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음악만 듣던 운전자들에게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해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선택권이 생긴 것입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음악 CD 가 보급 되고 자동차에 CD 플레이어가 장착되면서 또 다른 선택권이 생겼습니다. 2000년대 중반 카오디오가 데이터를 읽어 MP3 파일을 재생하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원하는 장르의 곡을 수백개 기록한 디스크를 가지고 다니며 선택적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라디오 시대는 40년, 카세트테이프 시대는 20년, CD 플레이어는 10년, 데이터 CD에 기록한 MP3 시대는 5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이제는 모두 휴대폰에 담아 놓은 음원을 연결해서 듣거나 USB 장치를 통해 음악을 듣습니다. 일반 가전 제품  보다는 다소 느리지만 자동차용 전자 제품의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관련 일을 하기에 여러 분들로부터 어떤 차를 살지 추천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께는 옵션이 많은 차를 권해 드립니다. 인간이 나이를 먹으면 운전 시야가 좁아지고 감각이 무디어지기 때문에 운전을 편하게 해주는 보조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후진할 때 도움이 되도록 후방 카메라가 필요하고 카메라 사각에 있는 장애물을 위해서 초음파 센서가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차선을 변경하려 할 때 자동차 스스로 사각 위치에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고 경고를 보내 주는 블라인드 스팟 센싱도 필요합니다. 어떤 차들은 졸다가 앞 차를 추돌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간 거리가 가까와지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면 스스로 제동을 합니다. 운전자가 졸음으로 스티어링 조작을 하지 못하면 스스로 조작하여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장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동차의 첨단 기능은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러한 추세는 안전관련 주행기능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편의 장치를 포함한 모든 전기 전자 장치들이 새롭게 장착되고 있습니다.
 
       운전석 시트 열선에도 감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새는 개별 시트의 쿨링 기능도 신선한 것이 아닙니다. 끊임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아이디어를 적용한 장치들이 기술적으로 실현됩니다. 그러다 보니 계기판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조작 기능이 많아졌습니다. 경음기 스위치 밖에 없던 스티어링 휠에도 온갖 방향의 화살표와 선택 버튼들이 생겨서 십수개의 버튼들이 나열되어 있으며 이것 저것 눌러보아 용케 원하는 기능을 사용했다 하여도 무엇을 눌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데이라이트 세이빙 시작으로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데 혼자서 자동차의 시계를 조정하지 못하는 운전자도 많습니다. 퍼스널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던 시기에 컴퓨터를 가르치는 학원이 성행했듯이 면허증이 있어도 자동차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사용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어야겠습니다. 실제로 고급차 딜러에서는 수많은 차량의 기능을 알려주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 선생님이 있습니다. 운전자의 전화기를 차량에 연결시켜주고 차량의 주행정보를 보는 방법 등을 설명해 줍니다. 경고등에 대한 설명도 있어야 합니다. 장치가 많아지다 보니 각 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파악하는 기능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사용하시라고 옵션 많은 차를 권해 드렸는데 너무 기능이 많다 보니 복잡하고 불편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차량 교체 주기가 길어서 새차와 예전 차량의 격차도 그만큼 큽니다. 새 차량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 현상은 젊은 세대에서도 나타납니다. 젊다고 누구나 새로운 장치에 쉽게 익숙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장치나 전자장치에 익숙치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원하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이리저리 만지다가 전방을 주시하지 못하여 사고도 납니다. 안전과 편의를 위한 자동차의 기능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너무나 빨리 변화하는 전자기기의 발달 추세에 노령 운전자들을 위한 차량을 따로 제작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배기가스 관련 법안이나 보험료의 차등을 감안하면 현대의 트렌드와 법규는 충분히 움직일 수 있지만 오래되고 낡은 차들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은 발달했는데 기계 수명은 짧아져 버렸습니다. 기업들은 존재하지 않던 수요를 창출해 내어 진보라는 이름으로 소비를 권장합니다. 마냥 멀어 보였던 자율 주행 차량들도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결국 첨단 기능을 가진 자율 주행 자동차들이 도로를 점거하는 것도 시간 문제입니다. 그 때가 되면 연로하신 분들은 직접 운전할 일도 없을 것이고 틴에이저들이 운전 가르쳐 달라고 아버지 조르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카피라이터 박재규씨가 바디 메모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몸이 기억하는 것이 많을수록 삶은 Cool해진다” 그래서인지 나이 먹어도 운전은 계속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신기술에 따라 붙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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