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측 “증거 분석 시간 더 필요하다”연기 요청

박해춘씨 실종 및 살인 사건과 관련해 1급 살인혐의로 체포된 이중희(67)씨에 대한 예심이 지난 7월9일 덴버 다운타운에 있는 사법재판소에서 열렸다. 하지만 검찰 측의 요청에 의해 예심이 다음달로 연기되었다.

이날 오전 9시에는 예정대로 코트 룸 3C에는 이중희씨를 비롯해 관선 변호인단과 검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중희씨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짙은 녹색 수의에 오렌지색 수갑을 차고 법정으로 들어와 관선 변호사인 그랜트씨와 아놀드씨와 함께 판사 앞에 섰다. 다이앤 벨킨 담당 검사는 “DNA 결과가 며칠 전에 도착해 미처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예심을 연기해줄 것을 판사에게 요청했다. 이에 판사는 검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예심날짜를 오는 8월 20일 오전 9시로 연기했다. 만약 이 시각에 다른 케이스가 있을 경우,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으로 시간이 옮겨지게 된다. 또 벨킨 검사는“3개의 기소 조항을 추가해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해 승인을 받아냈다.

검사와 변호사측이 재판 때 통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언급을 했으나, 이중희씨는“통역을 크게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판사에게 할 말이 있다”고 운을 뗐으나, 판사는 “당신 옆에 두 명의 훌륭한 변호사가 있으며, 이들이 당신을 대변해 대신 말을 해 줄 것”이라며 이씨의 발언을 거절했다. 또 DNA 결과에 대해 이씨가“DNA 결과에 대한 검토가 8월 20일까지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판사는 “절대 그렇게 될 리가 없다”고 일축하며, 이씨의 우려를 감지한 듯“DNA 결과가 당신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은가”하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판사는“이제 다 됐느냐?”고 이씨에게 물었고, 잠시 머뭇거리던 이씨는“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씨의 변호사들은 히어링이 끝나자 이씨를 격려하듯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려 주었다. 검사의 요청이 모두 받아들여진 후 10여분의 짧은 히어링이 끝나고, 이중희씨는 다시 무장경관에 이끌려 법정 밖으로 나갔다. 

이씨의 변호인단인 그랜트씨와 아놀드씨는 “예심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공개할 만한 내용이 많지 않다. 지금 현재로서는 아무 할 말이 없다”면서 정중하게 말을 아꼈다. 또, 다이앤 벨킨 담당 검사는“오는 8월에 열릴 예심에서 많은 내용이 공개될 것이며, 증인으로 2~3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중 확실히 증인으로 출석할 사람은 덴버 강력계 경찰인 랜디 스태그만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이번 재판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정도 끌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시점이 지난 3월인 것을 감안할 때 최종 판결은 내년 가을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어 박씨의 사체에 대한 질문에 대해“아직까지 못 찾았다. 정말 특이한 사건이다”라고 덧붙였다. 

무려 3개월이 넘게 걸린 이 DNA검사는 경찰이 지난 4월, 이씨의 사무실에서 발견한 다량의 피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한 경찰 조사와 증인 보호차원에서 이 사건은 영장내용부터 봉인된 상태로 비밀스럽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이 결과 또한 비밀리에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이날 추가된 기소내용에 대해서도 예심이 시작되기 전까지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 3월27일 전콜로라도주 한인회 이사장인 박해춘(64)씨가 실종된 이후, 4월5일 이씨의 사무실(10200 E. Girard ave. #327)에서 다량의 혈액이 발견되어  4월 16일에 1급 살인 혐의로 정식 기소(10CR01678)됐다. 그리고 경찰은 박씨의 핸드폰이 발견된 글렌우드 스프링스 인근의 콜로라도 강을 중심으로 박씨의 시신을 계속 찾았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결정적인 제보자에게는 2천 달러의 보상금이 걸려있다. 융자업을 해온 이씨는 박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면서 박씨의 재정을 관리하고, 부동산 구입시 서류작업을 도와주고, 융자를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최근 들어 금전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씨는 덴버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 중이고 시신의 행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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