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쯤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고 85세의 할어버지 한 분이 한의원에 오셨는데 맥을 보니 6개가 다 부실현의 풍맥으로 잡혔습니다. 머리에서 출혈되기 전에 오셔서 운이 좋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침을 다 마치고 나니, 몸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편안해졌다고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겨울철이 되면 한의원에서 보게 되는 환자들의 가장 큰 변화는 중풍 환자들이 갑자기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중풍전조증으로 어지러움증이나 팔다리의 저림증상을 호소하면서 찾아온 환자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지만, 머리에서 출혈이 일어난 후에 후유증 치료를 위해서 불편한 몸으로 찾아온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고, 왜 예방의학이 최고인가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흔히 병원에서 CVA(Cerebrovascular Accident(뇌혈관질환), Stroke(중풍), Apoplexy(마비), Shock(쇼크) 등으로 불리고 있는 중풍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혈관이 터지는 질환입니다. 고혈압, 흡연, 동맥경화증, 고 콜레스테롤증, 혈액질환, 당뇨, 비만, 음주 등이 원인이 되는 중풍은 크게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진 뇌출혈로 구분되며, 흔히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발음이 힘들거나, 의식 변화가 오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뇌경색 중에는 하루내에 저절로 좋아지는 일과성 뇌경색이나 일주일 정도 있다가 좋아지는 뇌경색 등도 있습니다. 이중에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지주막하출혈로 가벼울 경우는 마비증상이 없이 두통과 구토만 있어서 보통 두통으로 생각하고 치료받지 않을 경우 생명이 위독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초기의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아주 중요합니다.
 
      한의학은 사람 안에 우주와 자연의 원리가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풍(風: 바람)이란 자연의 용어를 그대로 인체의 병리적인 현상용어로 사용하는데, 자연계의 현상이 기압차로 인해 발생하는 바람에 의지하여 많은 현상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인체 내에서 온도와 압력차로 인해 발생하는 광범위한 이동력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인체 내의 이 이동력의 이상현상을 황제내경이란 책에서는 제(諸) 폭(暴) 강(强) 직(直) 개(皆) 속(屬) 우(于) 풍(風)이라 합니다. 즉, 인체는 부드럽게 잘 구부려지고 움직여야 하는데 뻣뻣하고 곧게 되는 현상을 모두 풍의 증상으로 보았고 동의보감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첫째는 편고(偏枯)인데 한쪽 몸을 쓰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풍비(風痱)인데 양쪽 팔다리와 온몸을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풍의(風懿)인데 갑자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넷째는 풍비(風痺)로써 기타 여러 가지 통증과 마비증상을 말하며, 각각의 원인과 치료법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인체 내부의 열, 혈허, 음허, 간 등의 장기 이상을 원인으로 봐서 신경학적인 손상뿐만 아니라 근본 원인까지를 제거하는 종합적인 치료병증입니다.
 
       제가 치료한 많은 중풍환자들은 대부분 간화로 열을 받아서 심장의 압을 올려 머리에서 터진 경우와 소화가 불편해 임맥이 막혀 혈압이 머리로 치받아서 생긴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양방치료 후에도 맥은 다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증상의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클리닉에서 가장 가슴 아픈 경우는 중풍을 맞은 후 3개월 이후에 찾아오시는 분들입니다. 중풍치료에 침치료가 매우 효과적임이 입증되어 있지만 회복정도는 처음 1-3개월 사이에 80-90%가 이루어지며 6개월을 넘기면 많은 개선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체는 대상성보상이라는 현상이 있어서 인체의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위가 그 부위의 역할을 보상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뇌에서도 역시 이 현상이 발생합니다. 흔히 중풍 후에 1개월에서 2개월 사이에 머리 속이 근질근질하다면서 머리를 자주 긁는 환자들을 보게 되는데 이는 뇌의 손상된 부위의 기능을 옆의 손상되지 않은 뇌세포들이 대체하려고 발행하는 현상으로, 이때가 치료효과가 극대화되는 시기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몸이 불편하고 통증 때문에  물리치료나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여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치료자세로 중풍 직후부터 이 중요한 치료의 시기에 최대한 뇌의 활동력을 왕성하게 하는 치료를 집중해서 해야 합니다. 물론 신경을 자극하는 데 뛰어난 침치료를 물리치료와 반드시 병행하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저는 중풍치료는 100일 이내에 판가름이 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데, 이는 초기 치료의 많은 효과와 백일 이후 치료의 더딘 치료 효과를 너무 많이 경험하였기 때문입니다. 중풍치료에서는 예방이 제일 중요한데 최고의 예방법은 단전호흡과 전신 스트레칭이며, 가장 대표적인 중풍 전조증상은 두번째와 세번째 손가락이 저리거나 마비가 오는 경우이며, 심한 경우는 어지럼증, 발음 이상, 두통으로 양방적인 진단과 한방적인 진단 모두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중풍환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문제는 환자들이 대부분 2, 3번 재차 풍을 맞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는 중풍을 맞는 분들이 대부분 원래 성격이 까칠하신 경우가 많은 데다 풍을 맞고 몸까지 불편하게 되니 더욱 화가 끓어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풍치료에서는 마음을 다스리는 게 제일 중요한데 자기가 건강했었을 때의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지금 현재 몸의 상태를 인정하고, 지금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나가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혹 몸의 상태가 개선이 안되더라고 운동을 게을리하면 안되는데 이는 중풍 후에 쓰지 못하는 근육들이 초기에는 약화되어 늘어지지만 결국에는 차가워지고 굳어지는 근육으로 종결되어 만성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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