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법안 모두 통과 전망 희박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32일 째를 맞이하며 미국 전역에서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80만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2개월 가까이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됐고 정부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셧다운 사태가 1월 말까지 이어지면 경제적 손실이 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에 요구한 국경 장벽 예산(57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CNN이 22일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 ‘셧다운’을 멈출 수 있는 6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보도했다.

① 공화당 상원의원의 반란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100표 중 3분의 2인 60표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53석, 민주당은 47석으로,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 의원들의 ‘표심’에 따라 셧다운 사태가 극적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CNN은 정치적 이유로 공화당 의원 중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데에 힘을 보탤 의원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상원은 2년마다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새로 뽑는다. 2020년 선거에서 셧다운 사태 때문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걱정하는 일부 공화당원의 경우, 정치 생명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에 힘을 싣는 표를 던질 수 있다. 메인 주의 수잔 콜린스나 알래스카의 코리 가드너가 공화당 ‘이탈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② 미국 주요 공항의 대규모 업무 마비
     오는 25일 연방 공무원의 급여 지급일이 돌아온다. 이들은 셧다운 사태가 시작된 후 2개월 가까이 월급을 받지 못해서 반강제적으로 무급 휴가를 떠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공항 서비스 업무다. 마이애미와 볼티모어 공항에선 이미 일부 공항 터미널이 폐쇄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선 입국심사 지연으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애틀랜타와 시카고 등에선 항공 노선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인과 언론인이 몰리는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이나 뉴욕 JFK공항 등지에선 ‘정치 방정식을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CNN은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셧다운 사태가 끝날 수 있다"고 봤다.

③ 국가 안보 위협
     셧다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최악의 경우는 국가 안보가 흔들리는 경우다. 교통안전국(TSA) 직원이나 비밀 경호국, 혹은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슈퍼볼’에 참석하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들이 셧다운 사태로 불편을 겪어, 국가 안보를 침해하거나 잠재적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비극적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방정부는 즉각적으로 업무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④ 민주당 하원의원의 공황 상태
     하원 의원의 임기는 2년이며 2020년 재선거가 열린다. 23명의 신임 민주당원들은 셧다운 사태가 길어질수록 재선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여론 조사에서 "셧다운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탓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일부 지역에선 이 같은 ‘민심’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CNN은 민주당 의원들이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상원을 통과한) 공화당 예산안이 하원에서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확고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라 이른 시기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⑤ 국가 비상사태 선포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여러번 경고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 승인 없이 멕시코 국경 장벽을 건설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의회에 배정된 군사 자금에서 50억 달러를 빼내 건설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의회를 우회할 목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란이 있어 비상사태 선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⑥ 트럼프의 포기 선언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 예산에 대해 ‘포기’를 선언하면 셧다운 사태는 그 순간 끝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며, 잃는 것을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가만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타협을 요구했다는 점에서도 ‘태도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과 모욕에 취약해서 개인적으로 펠로시 의장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고, 포기를 선언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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