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으니 급하게 물어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딸 아이가 감기 걸려서 너무 아픈데 침으로도 치료가 되나요?" 방문한 환자의 맥을 보니 폐, 심장과 위장에 열이 가득차서 호흡도 곤란하고 복통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증상에 맞추어서 열을 꺼주고 심흉위를 열어주었더니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기침도 멈추고 호흡도 편해지니 "침이 참 신기하다"고 환자분이 말했습니다. 환자의 어머니는 덕분에 생리통 치료하려고 만들어준 한약도 믿음을 갖고 잘 먹는다고 좋아했습니다. 환절기인 요즈음 감기환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누구나 일년에 한번쯤 걸리는 감기는 가장 흔한 질병이며 만병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약 먹으면 일주일만에 낫고, 약 안먹으면 칠일만에 낫는다는 우스개 말처럼 현대의학도 별다른 감기치료제가 없으며 오직 환자의 면역력만이 유일한 치료제입니다.
 
    감기의 원인균은 수없이 밝혀져 현재는 감기를 일으킬 수 있는 균주가 약 1백여 종 이상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어른이 걸리는 감기중 흔한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Rhino)이며 라틴어로 코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옛날부터 감기의 주된 증상은 코감기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대개 어른 감기의 15~40%가 리노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고,그 외에도 흔히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원인균입니다. 감기의 치료는 대증치료가 원칙입니다.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다양한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지만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는, 조류독감이나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가 무의미합니다. 콧물이 나면 콧물이 나지 않도록 하고, 기침을 하면 기침을 줄여 주고, 열이 나면 열을 내리도록 도와주면서, 이차적 세균감염에 대한 예방을 하며, 환자 개체 내에서 항체가 형성되어 질병의 경과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감기치료의 전부입니다.
 
    따라서 안정요법이 감기치료에선 가장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감기가 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균형있는 영양식을 섭취하여 환자의 전신상태를 좋게 하는 것입니다. 감기 걸려서 너무 힘들다고 항생제 찾으시는 분들이 계신데 항생제는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2차적 세균감염에 의한 합병증시에만 전문의 진단을 통해 사용하게 됩니다. 원인균에 대한 진단이 거의 의미가 없고 대증치료와 인체 면역력만이 중요해지는 감기야 말로 수천년의 경험이 축적된 한의학적 치료법이 가장 효과적인데, 다양한 관점에서 감기치료에 대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감기가 여름에 생겼는지 겨울에 생겼는지 등의 원인적 관점, 증상이 피부, 근골, 기육에 있는지, 위장, 심장과 같은 장부에 있는지 병증의 위치에 따라서, 급성인지 만성화된 감기인지 기간에 따라서, 밤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지 땀이 나는지 열이 나는지 등의 증상에 따라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초기의 감기 치료는 특히 침치료가 탁월한데 이는 다양하게 급변하는 감기의 증상을 병증이 깊어지기 전에 맥진으로 그때그때 정확하게 감지해서 즉각적이고 종합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쌍화탕을 복용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이는 한의학에서 감기의 원인을 기후 변화, 한난실상(寒暖失常), 풍사침습(風邪侵襲) 등으로도 보지만 무엇보다 큰 원인을 인체 정기(正氣)의 강약(强弱)에 따른 신체 적응력, 면역능력의 관점에서 보고 치료를 하는 방법입니다. 인체의 부족한 진액이나 피, 정, 기운을 보하는 약물들을 같이 포함하여 치료제를 만드는 한약은 특히 만성화되어 인체의 정기가 많이 허약해진 환자나 노약자, 어린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감기치료제가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감기 초기에 목 아프고 몸 여기저기 쑤시면서 아프면 콩나물국에 파뿌리 넣고 매운 고추가루 풀어서 한 대접 먹고 전기담요 안에서 땀내는 방법을 쓰는데 이는 한의학에서 감기 초기에 쓰는 담두시탕과 비슷한 방법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사기를 초기에 외부로 배출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외에도 간단하게 차로 먹어서 도움이 되는 음식들이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무 : 호흡기 점막의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분과 비타민C의 섭취가 중요한데 무는 가장 적합한 식품으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의 함량이 높아 김치, 무청 등의 다양한 식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본초강목에서는 무생즙은 소화를 촉진하고 독을 풀며 오장을 이롭게 하여 몸을 가볍게 하고 살결을 곱게 한다고 되어 있으며 담을 제거하고 기침을 그치게 하고 속을 따뜻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무는 목의 통증과 갈증이 심할 때 효과가 큰데 무를 콩알 크기로 썰은 후에 컵에 넣고 꿀을 무 높이까지 채운 후 2시간 후에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 기침과 목감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이들의 기침감기에 많이 응용할 수있는 식품으로 감기 초기에 사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배즙 : 배는 폐와 위의 경락에 작용하는 과일로 진액을 생성하고 갈증을 없애며 가래를 없애는 작용이 있어 열이 나면서 마른 기침을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과일입니다. 성질이 다소 차서 소화기능이 약하거나 아이들 감기시에 쓸 때는 주로 열을 가해서 사용을 하게 됩니다. 흔히 수저로 배 가운데 부분을 파낸 뒤에 꿀을 넣고 쪄서 수시로 복용합니다. 특히 기침감기에 효과가 있고, 오래된 해소, 천식에 장기간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습니다.
 
    ▶생강 : 한약처방에 빠질 수 없는 약재료인 생강은 폐, 비위의 기운을 고르게 합니다. 맵고 따뜻하여 추위로 생긴 감기의 두통, 으슬으슬 추운 증상을 없애고 코막힘,구토, 위경련을 없애는 작용을 하며 소화를 촉진시키고 혈액순환과 체온을 증가시킵니다. 흔히 대추와 함께 넣고 끓여서 마신 후 땀을 내면 찬기운에 상한 감기의 증상 완화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생강의 땀을 내는 작용 때문에 해열제로도 이용되며 목감기에도 좋습니다. 기침에 사용할 때는 말린 생강(건강, 밀가루 푼 물에 버무려 찐 후 말려서 사용하기도 함)을 사용하며 위괘양이 있어서 속이 자주 쓰린 분, 몸이 마르고 허열이 많이 나는 분, 기운이 허해서 진땀이 나는 분에게는 사용을 금합니다.
 
    ▶유자차: 비타민C 함유량이 레몬의 세배라고 해서 감기예방을 위한 겨울철 음식으로 가장 많이 권하는 유자는 본초강목에서 가래가 있는 기침에 꿀과 함께 수시로 먹을 것을 권하고 있으며 음식을 소화시키고 속을 편하게 하며 술독을 해독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유자는 성질이 차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 맞는 음식으로, 몸이 차고 기운이 없고 변이 묽고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장복을 금합니다.

    ▶모과 : 향은 좋으나 맛이 시고 떫어서 식용으로 부적합한 모과는 폐와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여 감기, 천식, 폐렴 등으로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경우와 가래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급성 위장병과 신경통 등의 근육질환에도 많이 사용되므로 근육과 관절통, 복통이 함께 오는 감기와 피로 회복에 차로 마시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오미자: 오장에 들어가 주로 수렴작용을 하는데 간의 기운을 수렴하여 눈을 맑게 하고, 신장 기운을 수렴하여 정력을 돋구어 주고, 심장 기운을 수렴하여 정신을 안정시키고, 비장에 들어가 소화기능을 안정시키고, 폐기운을 수렴하여 기침을 멈추고 숨찬 것을 멎게 합니다. 폐를 돕는 효능이 뛰어나 폐가 약한 태음인 약물로 분류되는데 만성기관지확장증, 기침, 천식에 잘 듣고, 공기가 탁한 환경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기침, 가래 증상에 효과적입니다. 기침을 자주하는 아이들, 당뇨병환자의 갈증, 약을 많이 드시는 분들의 목마름, 피로 등에 도움이 됩니다. 차와 술, 화채로도 담가 먹는 활용도가 높은 약재로 개인적으로는 정을 보하는 가장 좋은 약재로 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병이 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한데 감기예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손씻기입니다. 외출했다가 집에 귀가한 후는 따뜻한 물로 손을 씻고, 입을 소금물로 입가심하고 코를 식염수로 씻어내는 것으로 감기의 발생 빈도를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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