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복잡하고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대의 한국인으로서 미국과 같이 영어권 국가에 이민을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진학이나 취직 및 진급을 위하여 좋든 싫든 영어와 불가분의 인연을 맺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한국에서는 교과과정의 하나로 성적을 위하여 공부하는 것에 영어공부의 동기가 국한되었겠지만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로 이민을 온 사람들 가운데 “인간답게 살아보기 위하여” 영어공부에 매진한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 미국에서 살다보면 영어는 해결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미국에 도착한다. 그리고 얼마동안 미국인이 가르치는 대학이나 교회 및 기타 단체의 영어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영어공부를 한다. 그리고 결국 영어는 안된다, 라는 것만 깨닫고 삶의 현장에 뛰어든다.

삶의 현장에서 생존을 위하여 수십여년에 걸쳐서 한마디 한마디씩 건너뛰면서 익힌 콩글리쉬로 어느듯 아쉬운대로 물잔이나 얻어마실 수 있고,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게 되고, 온몸을 도구화하여 기본적인 생활을 해결하는 것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이 이민 1세대의 모습이다.

영어를 잘못하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왕년에 좀 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가운데는 정말로 학창시절 영어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사람들도 많다. 그분들이 못하는 영어에 대하여 자신을 탓하는 것은 그럴듯하다. 그렇지만 학창시절에 착실하게 영어공부를 했던 사람들이고 이민을 와서는 영어를 배우겠다고 반년씩, 1년씩, 또는 1년이 넘도록 영어공부에 매달렸던 사람들도 많다. 그분들이 과거에 영어를 좀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어딘가 맞지 않는 것이 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안되는 영어를 더 어떻게 열심히 해야된다는 말인가? 무엇인가 잘 못 되었기 때문에 매번 영어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영어를 잘 읽고 쓸 수 있는데도 영어가 안되는 것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 문법실력도, 어휘력도, 청취력도, 독해력도, 쓰기능력도 아니다. 이가운데 어느 것도 영어를 유창하게 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 가운데 무엇을 잡고 아무리 원어민이 가르치고 열심히 노력을 경주해도 절대로 유창한 영어는 나오지 않는다. 너무 강한 억지주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코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이 아니다. 영어공부에 오랫동안 매달렸던 수 많은 사람들이 경험으로 동감하는 주장이다.

그러면 무엇이 영어를 유창하게 해주는가? 그것은 바로 영어에 대한 ‘언어적 직관, 신체적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의 습득이다. 이 세가지를 습득하면 영어는 유창하게 된다. 이 세가지는 문법실력과 무관하며, 어휘력과도 차이가 많이 있으며, 청취력만도 아니며, 독해능력이나 쓰기 능력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배웠던 방법으로는 영어가 안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어에 대한 ‘언어적 직관, 신체적 능력 및 실용적인 자원’의 습득은 어떻게 습득되는가? 우선 언어적 직관은 다양한 상황을 다루는 충분한 양의 실용적(practical)이고 정상적인 (whole) 표현에 대한 반복적인 경험을 통하여 형성된다. 한편, 신체적 능력은 그와 같은 표현들에 대한 반복적인 실행을 통하여 익혀지고, 실용적인 자원의 습득은 반복적인 축적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결국 충분한 양의 실용적이고 정상적인 표현들에 대한 반복적 ‘경험’, ‘실행’ 및 ‘축적’이 곧 직관과 신체적 능력 및 언어적 자원을 습득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와같은 새로운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편파적인 영어공부에 매진한다면 그 결과는 이미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다. BTM에서 말하는 옹알이 훈련은 바로 그와 같은 반복적 경험과 실행 및 축적 과정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기능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쓰인 ‘충분한 양’과 ‘정상적인 표현’의 개념에 대한 의미는 이전의 글에서 소개되었기에 생갹하기로 한다.

영어를 말할때 온몸을 도구화하는 것은 올바는 신체적 능력이 아니다. 이것 저것 주섬 주섬 알고 있는 문법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이 단어 저단어 꿰어 맞추는 영어는 직관에 의한 영어가 아니다. 머리 속에 든 영어가 부족하여 사사건건 전자영어사전을 펴놓고 이말 저말 찾는 것은 영어에 대한 언어적 자원을 확보하는 바른 의미는 아니다.

한국말과 같은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배웠던 전통적인 방식의 영어공부는 깨끗이 잊어야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방식을 통하여 머리를 싸매고 배워서 머리 속에 집어넣은 것이 있다면 그것들 조차도 할 수만 있다면 깨끗이 지워버려야 한다. 아쉬움도 많겠지만 영어습득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미련없이 버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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