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속‘강군’강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 이어 군사 갈등까지 커지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무장 헬기에 탑승해 강군 사상 강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전방위로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시 주석이 군사력을 과시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3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지난 27일 육군 제79집단군을 시찰하면서 최신형 공격용 헬기인 ‘즈(直)-10’ 조종석에 앉아 전투 헬멧을 쓰고 헬기 내 기관총 등의 무기 조준 장치 등을 직접 조작했다.

    인민일보 등 주요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헬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강력한 군사 지도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시 주석은 이날 훈련 상황을 보고받고 주력 무기 장비들을 점검한 뒤 부사단장급 이상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새 시대의 강군 사상을 관철하고 새로운 정세 속에 군사 전략 방침을 잘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에 의한 군대 건설을 견지하고, 개혁으로 군대를 강력하게 만들며, 과학기술을 통해 군대를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실전 대비를 잘해야 하며 군대 훈련과 전투 준비를 전면 보강해 승전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실전에 대비한 훈련과 전투 준비를 모든 분야에서 해야 한다”면서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과 당의 강군 사상으로 장병들이 무장해 승전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의 이날 행보는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을 앞둔 군 기강 단속 차원이지만 최근 미중 간 군사 갈등 격화를 의식해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시 주석의 제79집단군 방문은 지난주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성 등 동북 지역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이런 행보는 또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북부전구 소속의 제79집단군은 주둔지인 랴오닝 성을 관할하는 것 외에 한반도 유사 시 신속대응군의 임무를 띠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방문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콩 빈과일보는 시 주석이 무장 헬기에 직접 탑승한 것은 전투기를 조종하거나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행동 등으로 지지도를 높이려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흉내 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은 핵 탑재 능력을 갖춘 미국의 B-52 전략 폭격기가 최근 남중국해 상공에서 훈련을 벌이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맞설 해군력을 갖춘다는 목표 아래 지난 1년간 각종 군함 25척과 해군 병력 1만 명 이상을 증강했다. 또 중국군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원양 보급선 1척, 강습상륙함 2척, 미사일 구축함과 호위함 20척 등을 차례로 취역 배치했다.

    아울러 미국이 최근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한 중국 군부를 제재하자, 중국은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했고 해군 사령관의 방미 계획을 취소했으며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미 합동참모부의 대화를 연기했다. 이어 지난 25일 미 국무부가 F-16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 예비부품을 대만에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하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중국 주권을 침해했다며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한편, 시 주석은 30일 오전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사기념일을 맞아 지도부 전원을 이끌고 인민 영웅들에 헌화하며 애국심 고취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시 주석을 포함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왕양(汪洋) 부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과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이 참석해 중화민국의 단결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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