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교육 없이 가게 문열게 해

    지난 2일 오후 5시 서울 구로시장 내 '영프라쟈'. 2015년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기청)의 창업 지원을 받은 11개의 청년 점포가 들어섰던 이곳에는 상당수 가게의 철문이 내려져 있었다. 곳곳에 '참! 잘 왔어요, 영프라쟈' '지금 여기, 몹시 청춘'이라는 환영 문구가 눈에 띄었지만 실제로 영업하고 있는 가게는 3곳에 불과했다. 인근 상인 이모(58)씨는 "불도 제대로 켜지지 않은 죽은 골목을 누가 찾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날 금천구 대명여울빛거리 시장의 '청년방앗간'도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여기는 2년 전 중기부의 창업 지원을 받은 청년 6명이 푸드코트 형식으로 꼬치·떡볶이·튀김 같은 장사를 했던 곳이다. 지금은 전부 폐업해 빈터로 방치돼 있었다.

    중기부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50여 억원을 쏟아부어 만든 전통시장 내 청년 상인 점포들이 폐허로 변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중기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정부 지원으로 생긴 청년 점포 499곳 중 165곳(33%)이 폐업했고 19곳(3%)이 휴업 중이다. 청년 상인 절반 이상이 폐업해 청년 상인 단지가 유명무실해진 전통시장은 전체 55곳 중 17곳(30%)이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보여주기식 성과를 내기 위해 청년상인 수만 늘려놓고 나몰라라 하는 꼴"이라고 했다.

◇보여주기식 졸속 행정이 줄폐업 초래
    인근 상인들은 청년 상인 지원 사업이 선발부터 후속 관리까지 졸속으로 운영되는 바람에 이런 난국을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1년 단위인 정부의 예산 집행 기간에 맞추느라 제대로 된 청년 상인 후보를 뽑지도 못하고 교육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안경준 대명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한 6개월 정도 장사 노하우를 배워야 하는데, 정부는 기한 내 예산 지원을 하겠다며 무조건 가게를 열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명시장 '청년방앗간'에서 창업했다가 문을 닫은 한 청년은 "장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가게문만 열다 보니 하루 매출 20만원도 안 돼 버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청년 상인 선발을 각 개별 시장의 청년사업단에 일임한 것도 문제였다. 지역의 공무원과 교수를 초빙해 만든 청년사업단은 전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신청 서류와 한 차례 면접만으로 지원 대상자를 뽑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처음부터 정부 지원금을 노린 청년 창업자도 적지 않았다. 2일 방문한 인천광역시 한 전통시장의 골목에 있는 폐업 가게가 그런 사례였다. 인근 상인들은 인근 대학에 다니던 한 휴학생이 휴학 기간에 정부 지원금을 받아 반짝 창업을 했다가 개학하자 장사를 접었다고 했다. 이 시장에서 30년간 냉면집을 해온 김인석(58)씨는 "전날 술 마셨다고 '오늘 하루 쉬어갑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영업을 쉬는 청년 점포들을 보면 창업을 하러 왔는지, 놀러 왔는지 분간이 안 됐다"고 했다.

◇중기부, 제도 대폭 수정… 실효성은 의문
    중기부는 청년 상인 지원 사업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올해 들어 제도를 대폭 수정하고 있다. 청년 상인에게 월세를 대신 내주는 식의 '개별 창업 지원 사업'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낼 계획이다. 대신 청년 상인들이 모여있는 청년몰(mall) 조성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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