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입학처장 499명 대상 조사 결과

    하버드대가 입학 사정시 아시아계 지원자들에게 차별적인 정책을 시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 명문대뿐 아니라 미 전국 대학의 절반 가까이에서 이 같은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내 대학 입학처장들의 절반 가량이 대입 전형에서 아시안 학생에 대한 차별이 실제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4일 고등교육전문지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Inside Higher Ed)가 발표한 ‘2018년 전국 입학처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일부 대학들은 아시안 입학 지원자에 대해 다른 인종의 지원자보다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고 여겨진다”고 답변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공·사립대 입학처장 499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에 응답한 대학 입학처장들은 또 “현재 자신이 일하고 있는 대학에서 아시안 지원자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39%가 “그렇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결과는 상당수 입학처장들이 아시안 지원자가 입학전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와 함께 입학처장들은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는 하버드대의 아시안 입학 지원자 차별 소송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조사에 응한 입학처장 중 약 50%는 “하버드대를 둘러싼 소송이 아시안 지원자 및 가족들에게 입학전형에 대한 불신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소송이 대입 전형에서 소수계 우대정책에 대한 반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방법무부는 30일 하버드대의 입학 전형에 문제가 있다는 이 같은 내용의 법정 의견서(statement of interest)를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의견서에서 “하버드대학은 자신들이 아시안 학생들에 대해 불법적인 차별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며 “법원은 아시안 단체들에 의해 제기된 소송을 기각하라는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하버드대가 아시안 학생들의 수를 제한하고 이들에게 다른 인종 학생들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며 “어떤 학생도 인종 때문에 입학 허가를 차별 받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로 명명된 아시안 연합 단체는 지난 6월 아시안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학의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보스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하버드대와 코넬, 예일대 등 7개 아이비리그 대학과 스탠포드와 듀크 등 명문대 16개 대학은 “대학 입시전형에서 지원자들의 인종 고려를 금지하는 것은 연방정부에 의한 개입”이라며 법원이 SFFA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송은 오는 10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장려한 소수계 대입 우대정책이 오히려 백인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당선 초기부터 이 정책의 폐기를 주장해 왔다. 실제 교육부와 법무부는 지난 7월 성명을 통해 소수계 우대정책을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18년 전국 입학처장 조사’에서는 미국 대입 전형에서 SAT·ACT 점수 제출 의무화가 보다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우세했다.

    지난 6월 전국 종합대학 순위 탑10 대학 중 최초로 시카고대학이 입학전형에서 SAT·ACT 점수 제출 의무화를 폐지해 타 명문대 확산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체 입학처장 가운데 54%는 “최근 시카고대의 SAT 의무화 폐지 결정이 다른 대학들에게도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으로 인해 미국으로 오는 유학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입학처장의 57%가 “현재의 유학생 입학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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