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00억 달러 맞불”

    세계 1위,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수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약 225조원) 규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정부도 즉각 보복 조치를 내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할 경우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중국이 미국 농산물과 산업에 보복 관세로 맞설 경우 나머지 267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즉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개월 동안 중국이 미국 기업을 공정하게 대해 달라고 요구해왔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그런 변화를 수용할 의지가 없다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추가 관세 부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7월과 8월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산 수입품의 절반에 가까운, 2500억 달러 규모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말까지 10%의 관세를 매긴다. 내년 1월부터는 관세율을 25%로 올린다. 대상 제품이 늘어나는 만큼 미국 경제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다른 공급처를 물색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한편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11월 추수감사절에서 시작해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은 한 해 소비가 가장 활발한 때다. 이번에 새로 관세가 매겨지는 중국산 제품에는 전자제품·사무용품·자전거·가구·가방 등 소비재가 다수 포함돼 있다. 앞서 두 차례 관세 부과 때와는 달리 미국 소비자들이 미·중 무역전쟁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이에 USTR은 막판에 일부 품목을 조정했다. 6일간의 의견 청취 기간 접수된 반대 의견을 토대로 300개 품목을 제외했다. 스마트 워치, 블루투스 기기, 자전거 헬멧, 비닐장갑, 일부 화학제품이 빠졌다.

    미국 측 발표가 있은 지 몇 시간 만에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보복 의사를 밝혔다. 이어 같은 날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2018년 제6호 공고를 통해 "오는 24일 낮 12시1분을 기해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에 5~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은 연간 1200억 달러(2017년) 규모에 불과하다. 이미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산 제품 500억 달러 규모에 600억 달러를 더 하면 중국이 쓸 수 있는 ‘관세 카드’는 모두 소진된다.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중국 내 여론도 강경해지고 있다.

    로우지웨이 전 재정부장은 지난 16일 “필요할 경우 중국은 미국 기업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품과 원료 등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며 “미국 기업이 제3국에서 대안을 찾는 데는 3~5년이라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7~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 진행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요청으로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관세 부과 이후에도 회담이 열릴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은 평등한 바탕 위에서만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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