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은 애리조나 주지사가 지명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25일 오후 4시28분 별세했다. 향년 82세. 매케인은 지난해 7월 말기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해오다 같은 해 말부터 의회에는 나오지 못한 채 애리조나 자택에서 치료에 집중했다. 상원 군사위원장이기도 한 6선의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내 영향력 있는 대표적 원로로, 의회 내에서 초당파적으로 존경을 받아온 거물급 인사로 꼽힌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수차례에 걸쳐 공개적 비판을 가하며 대립해 왔다. 해군에서 22년 복무하면서 베트남 전쟁 때 5년간 포로 생활을 하기도 했던 '전쟁영웅'인 매케인 상원의원은 1982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987년 상원에 입성, 내리 6선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00년 대선에 뛰어들었으나 당내 경선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메케인 의원이 별세함으로써 의원직 승계문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매케인 의원의 후임은 애리조나 주법에 따라 공화당 소속 덕 듀시 주지사가 지명하게 되는데. 부인 신디 등 10여명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6년 6선에 당선된 매케인 의원의 잔여 임기가 4년이 남은 가운데 듀시 주지사가 지명한 후임 인사가 2년간 의원직을 승계하고, 2020년 선거에서의 당선자가 2022년까지 나머지 2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스로 '매버릭'(Maverick, 개성이 강한 이단아)임을 자처한 매케인 의원이 남긴 명암을 조명했다.

    ▲ "내가 제독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 정치에 발을 들이기 전 매케인은 가장 유명한 베트남전 포로였다.  해군 사령관의 아들이던 그는 월맹군의 조기 석방 제의를 거부한다. 그는 5년간의 비참한 포로생활을 견디고 1973년 풀려났다. 회유와 고문에 굴하지 않은 그를 미국인들은 영웅으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 키팅 스캔들 = 1989년 매케인은 미 상원을 뒤흔든 찰스 키팅 스캔들에 연루된 5명의 상원의원 중 한 명이었다. 1980년대 말 키팅의 기업이 파산하면서 그의 정치자금이 문제가 됐다. 그는 그 사건에 평생 별표를 붙이고 살았다.

    ▲ 세라 페일린, 애증의 부통령 후보 = 2008년 대선에서 매케인 후보는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다. 페일린이 만든 여러 네거티브 이슈는 결국 매케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 '상대 후보 오바마를 변호하다' = 매케인 후보가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와 대결하던 당시 공화당 유권자인 한 중년여성이 '오바마는 아랍인이 아니냐'고 물었다. 매케인은 "오바마는 우리 시민"이라고 답해준다.

    ▲ 오바마를 축복한 명연설 = 2008년 11월 매케인은 당선자 오바마를 위해 연설한다. 매케인의 연설은 패배를 인정하는 동시에 승자에게 가장 완벽한 지지를 부탁한 명연설로 남았다.

    ▲ '30초짜리 장벽 광고' =  2010년 30초짜리 캠페인 광고를 찍었다. 자신의 지역구인 애리조나와 멕시코 국경을 거닐면서 국경수비대원에게 '장벽 건설'을 약속하는 장면이다. 이민자 정책에 대해 민주당과 소통할 수 있는 초당파 주의를 보여준 매케인의 소신에 오점을 남겼다.

    ▲ 고문보고서 공개 옹호 = 국방위에 몸담은 매케인 상원의원은 9·11 테러 공격 이후 중앙정보국(CIA)이 조사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자행한 고문 의혹을 파헤친 2014년 상원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옹호했다.

    ▲ 오바마케어 폐지법안 반대표(Thumbs down) = 공화당이 의회의 정해진 규칙, 적법한 공청회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그 계획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 트럼프를 향한 말년의 쓴소리 =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면서 동맹을 등지고 도처에 적을 만드는 정책을 내놓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017년 리버티 메달 수상 소감에서 그는 "트럼프의 인기영합주의로 인해 우리가 그리고 인류가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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