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동족어가 이색어에 비하여 배우기 쉬운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학습자의 국어와 동족어가 아닌 특정의 언어를 습득하기에 따르는 난이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은 해당 언어들 간의 언어적 특징의 유사성 정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특정 언어간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하여 나는 앞에서 동족어, 근거리 동족어, 원거리 동족어, 근린어 및 이색어라는 표현을 소개하였다. 그렇지만, 위의 질문에 보다 가시적인 방법으로 답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간의 관계를 수치화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어간의 유사성 및 비유사성을 수치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는 언어적 거리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언어적 거리라는 것은 학습자들이 목적어를 배우기 위하여 감수해야 하는 난이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언어적 거리 또는 난이도는 상호 언어의 각 부문별 체계적인 특징의 비교를 바탕으로 계산된 ‘거리 점수’에 의하여 측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체계적인 특징은 음성적, 통사적 및 어휘적 특징의 3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본질적으로 음성적 특징은 신체적인 능력에 관련되며, 통사적 특징은 언어적 직관에 관련되며, 어휘적 특징은 언어적 자원에 관련된 것이다.

    언어적 거리표의 작성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음성적 특징은 두 언어의 모음, 자음, 추가적 음성 특징, 문자-소리의 불일치성 및 음절 구분의 원칙을 비교하여 측정한다. 추가적 음성 특징은 기본 점수 10점으로 하며, 나머지 국어에는 없지만 목적어에 존재하는 음성적 특징은 개별당 1점씩 계산한다. 예를 들면, 영어는 적어도 한국어에 없는 11개의 모음 자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모음 자질에 대한 한국어→영어의 거리 점수는 11점을 기록한다. 같은 방식에 따른 자음 자질에 대한 한국어→영어의 거리 점수는 15점을 기록하고, 하나의 문자가 2개 이상의 소리를 나타내는 경우에 해당되는 문자-소리 불일치성에 대한 한국어→영어의 거리 점수는 13점을 기록한다. 이러한 방법에 의하면, 한국어→영어의 음성적 특징 거리 점수의 총계는 49점이다. 그렇지만, 그 반대 방향인 영어→한국어의 언어적 거리표에서 보는 음성적 특징 거리 점수의 총계는 다르다. 이것은 한 언어의 음성적 특징이 상대방의 언어에 비하여 훨씬 더 복잡하거나 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의 음성적 특징이 한국어의 그것에 비하여 훨씬 더 복잡하다.

    둘째로, 통사적 특징 및 어휘 특징에 대한 언어적 거리 점수는 기본 점수 제도에 의하여 측정된다. 각 특징의 거리 점수는 국어의 해당 특징이 목적어에서도 발생하는 통계적인 비율에 비례한 점수를 정해진 기본 점수에서 빼는 방법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면, 국어에 나타나는 특정의 특징이 목적어에서도 30% 정도의 발생률을 보인다면 해당 특징에 대한 거리 점수는 주어진 기본 점수의 70%에 해당하는 수치가 될 것이다. 그룹별 각 특징의 기본 점수는 각 특징이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비중의 정도에 따라 비례하도록 하였다. 이 점은 상당히 주관적인 면이 있다.

    그렇지만, 주어진 두 언어간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있어서 일관성 있고 합리적인 원칙을 적용한다면, 해당 언어간의 전체적인 언어적 거리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언어들에 대한 다방면의 언어적  거리표를 작성하려면, 각 언어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측정 기준을 위한 표준 세트를 수립하기 위한 많은 토론과 일이 요구되겠지만, 현재 거기까지 염려할 것은 아니다.  한편, 언어적 거리표에서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하여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언어별 특징 사항의 모든 것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

    한국어와 영어는 통사적 및 어휘적 특징면에서 공유하는 것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거리 점수는 각각 기본 점수를 그대로 적용하였다. 단, 어구의 구조에 대해서는 한국어의 경우 형용사구가 항상 명사에 선행하지만, 영어에서는 명사에 선행 또는 후행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한국어→영어 거리 점수로 3점을 적용했다. 즉, 완전 공유가 아닌 일부 공유에 따라 공유되지 않는 부분을 3점의 난이도로 적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어구의 구조는 부사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어에서 부사구는 언제나 서술어에 선행되지만, 영어에서는 문맥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행 및 후행의 경우가 발생된다.  

    어떠한 언어도 쉽게 배워지는 것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언어적 거리표를 이용하면 국어와 목적어의 언어 요소별 격차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언어적 특징을 바탕으로하는 언어적 거리표를 적용하여 본다면 근거리 동족어의 경우, 언어적 거리 점수는 대단히 낮은 반면, 근린어는 상대적으로 높은 거리 점수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한국어와 영어처럼 이색어 사이의 거리 점수가 많이 높아지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을 종합적으로 보면, 언어적 거리 점수와 언어습득의 난이도는 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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