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구 탓

    여름에도 꽁꽁 얼어있어 ‘최후의 해빙 지대’’라 불리던 그린란드 북부 해빙(海氷)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영국 가디언은 21일 그린란드 북부 해안에서 기온 상승과 따뜻한 바람 때문에 이달 초 해빙이 붕괴했다고 보도했다. 북부 해안의 해빙이 부서지며 바닷물이 드러난 것은 올해 처음 관찰된 현상으로, 지난 2월에 이어 벌써 두 번이나 발생했다.

     그린란드 북부 해빙은 북극 지방에서 가장 오래되고 두꺼워 최근까지 ‘최후의 해빙 지대’라고 불려왔다. 과학자들은 이곳을 지구의 온도가 올라 해빙이 녹더라도 가장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곳으로 예측해왔다.
하지만 이 예측은 이제 수정돼야 할지도 모른다.

    1970년 위성 관측 이래 이곳 해빙들은 따뜻한 바람을 타고 해안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루스 모트람 덴마크기상연구소 기상학자는 “이 사건은 ‘최후의 해빙 지대’가 (기존 예측하던 곳보다) 서쪽으로 옮겨갈 것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올여름 전 세계가 이상고온 현상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북극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북극점에서 700㎞ 떨어진 그린란드 최북단 모리스재섭 곶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이곳의 2월 기온은 대개 영하 20도보다 낮게 유지하는 수준인데 올해는 영상을 기록한 날이 열흘이나 됐다. ‘그린란드 얼음이 녹으면 멕시코 만류의 유속에 영향을 미쳐 지구 열 순환 시스템이 교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2030년 핫 하우스 상태의 지구를 예측하며 ‘수년 동안의 장기 가뭄과 대형 산불 같은 기후는 일상화된 사건이어서 신문 헤드라인도 장식하지 못한다’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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