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이름 쓰기, 김치 시식, 탈춤, 가야금 연주 등에 큰 호응

    지난 18일 오로라 시청 잔디광장에서 ‘오로라시와 함께 하는 2018 글로벌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열렸다. 총 70여 개의 부스와 11개의 푸드 트럭이 참여하고, 시청 쪽 메인 무대와 도서관 앞 무대에서는 11시부터 6시까지 쉬지 않고 공연이 이어졌다. 오로라 시청은 총 1만2천명이 축제에 다녀 간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오로라 글로벌 페스티벌’은 오로라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각자의 고유한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미국 사회에 안정적인 적응을 돕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행사이다. 현재 오로라는 총 140여 개국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전 11시 개막식은 한인 커뮤니티의 쥬빌리 합창단이 맡았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미국 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해서, 초등학교 여학생 8명이 퓨전 락에 맞춰 한국 무용을 안무한 ‘난감하네’ 공연, 중·고등학교 남학생 9명이 탈춤을 선보이며 관중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 후 50여 개 국의 대표단이 각 나라 국기를 들고 퍼레이드를 펼쳤는데, 한국을 대표해서는 오로라시의 자매 도시인 성남시에서 연수를 나와 있는 권선우씨가 참여했다. 한복을 차려 입은 권씨는 “공무원으로 살다가 좋은 기회가 생겨서 여기까지 왔는데 글로벌 페스트에도 참석하게 되어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식상한 표현 같지만 우리나라의 고마움과 자랑스러움도 느끼며 애국심이 불끈 솟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개막식 공연을 통째로 맡았던 쥬빌리 합창단의 김나령 지휘자는“두 번째 글로벌 페스트를 제외하고는 항상 저희가 오프닝을 맡고 있어요. 아마도 저희가 늘 적극적으로 시청의 제안을 수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오늘 저희 단원들이 공연을 시작하자 주위에 있던 카메라들이 모두 집중을 하면서 상당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내년에는 특별히 다른 한국 분들이 참여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저희가 또 필요하다면 어제든 달려갈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휘자는 “이런 무대에 오름으로써 학생들의 생각이 넓어지고 가치관이 달라지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체험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고요. 인구 수로 보면 한인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참여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상당히 안타깝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부스에서는 김미혜 전 민주평통 덴버협의회장을 비롯, 박수지 약학박사, 이상훈 변호사, 이승우 록키 마운틴 한인 라이온스 클럽 회장 및 한국학교 학생들, 한국에 다녀온 미국인들 등 30여명의 봉사자들이 한국을 알리기 위해 수고했다. 가장 인기를 끈 아이템은 부스 방문자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는 것이었다. 다른 민족 방문자들이 큼직한 종이에 영어로 이름을 쓰면, 그 아래 한글로 이름을 써주었는데, 한글로 써진 자신의 이름을 보면서 다들 함박 미소를 지었다.

    김미혜 전 회장은 “오늘 굉장히 좋았어요. 붓으로 이름을 써 주니까 그림 같다는 반응들을 보이더라고요. 오늘 준비한 600장의 종이가 다 나가고 모자랐어요. 내년에는 1,000장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고 봉사자도 서너 사람 정도로 더 늘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행사에 대한 결과를 들려주었다.  이외에도 김치, 김, 밀키스 같은 한국 음식 시식코너도 마련했다. 김치는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 음식이라서 적극적으로 시식에 참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록산느 스미스(Roxanne Smith)씨는 “평소에 김치를 좋아해요. 그런데 이 김치는 좀 더 맛있게 느껴지네요”라며 즐거워했다.

    오후에는 국악인 박남희 가야금 연주자가 이끄는 콜로라도 가야금 앙상블의 가야금 연주와 한복 패션쇼가 참가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이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이며 함께 사진 촬영을 요청하고 가야금과 한복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박남희 씨는 “여섯 명이 무대에 함께 서는 건 처음이었는데 다같이 오로라 페스트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 되었어요. 함께 맞춰볼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도 좀 있었지만 관객들이 즐겁게 호응해 주셔서 다행이었고, 한복을 입은 참이라 참가하게 된 패션쇼도 무척 즐겁고 보람찬 시간이었어요. 오늘 공연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신 송민수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지난 5월 작고한 스티브 호건 전 오로라 시장을 기리는 순서에서는 호건 시장님의 육성을 통해 평소 이민사회로 구성된 오로라의 다양성을 소중하게 여기시던 호건 시장님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 주최한 오로라 이민국의 송민수 씨는 “오로라 글로벌 페스트는 이민 사회의 다양성을 기리고 각 민족들의 예술과 문화가 펼쳐지는 대단히 특별한 자리입니다. 또한 오로라의 다국적인 커뮤니티가 오로라에 미치는 경제적 기여에 대해서도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라고 행사에 대한 의미를 소개했다. 다만 한인사회의 참여가 저조해 아쉬워하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