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스에서 기립박수 받다


    1990년부터 28년째 전세계에 태권도를 홍보하고 있는 태권도 아이돌 K타이거즈가 지난 달 27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2018 US 오픈 태권도 한마당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US 오픈 대권도 한마당의 개막식에서 태권도의 기본 동작, 품새, 발차기 등에 아크로바틱, 댄스, 그리고 K-Pop을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의 공연을 선보여 2천 여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태권도를 대중문화에 결합시켜 태권도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친숙하게 끌어내고 있다. 40분간 이어진 이날 공연에서 K타이거즈는‘비련’‘학교 폭력’‘아리랑’의 세 작품을 선보였다.‘비련’은 사랑하는 여인이 납치를 당하게 되면서 여자를 구하기 위해 악당들과 싸우다 남자가 죽는 스토리를 담았다. ‘학교폭력’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학교에서의 왕따를 소재로 하여, 태권도를 하는 사람들이 왕따를 당하는 학생을 도와 자기 방어 기술을 가르치고 함께 힘을 모아서 일진들과 싸우다 결국은 모두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다.  피날레로 소개된 ‘아리랑’은 한국의 정서를 미국인들에게 전하고자, 아리랑의 리듬에 맞춰 최대한 손짓과 몸짓 하나하나를 부드럽게 표현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옥현 코치는 “세 작품 모두 누구에게나 익숙한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보시는 분들에게 쉽게 공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아리랑’이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물론 연습 때는 아리랑의 곡선적인 리듬과 태권도의 쭉쭉 뻗는 움직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지만, 최대한 감정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단원들의 움직임으로 태극기 모양을 그려 보이기도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 참가한 단원들은 총 34명. 이들은 전체 단원 400명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다. “검은띠 정도의 실력은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태권도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춤과 연기 등의 재능이 겸비된 재원들이고요. 해외 공연이다 보니 경쟁이 많이 치열했습니다”라고 이옥현 코치는 선수들에 대해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K타이거즈의 안무와 춤은 여느 K-Pop 스타나 아이돌 스타들과 못지 않은데, 이 안무와 춤을 코치와 트레이너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다. “안무나 춤은 지금까지 28년동안 선배님들이 항상 해오고 있던 것이라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춤이 안되면 무대에서 빛이 안나니까 연습을 많이 하게 되는데, 서로 어떻게 하면 더 멋있겠다 하면서 조언도 하고 새벽까지 연습을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까 관심이 더 많이 생겨서 태권도에 적합한 안무 실력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봅니다”라고 이 코치는 설명했다.

    K 타이거즈를 처음 창단한 안학선 단장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US 태권도 한마당이 열릴때마다 해마다 참석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콜로라도 분들의 환대에 감사하고요. 이번에는 저희도 좀 더 준비를 열심히 했고, 그래서 반응이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 단장은 “해외에서는 한국의 태권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한국 사범들이 도장을 운영하면서 여러 어려움들을 겪는다는 것을 듣게 되어서 제대로 태권도가 무엇인지 알려보겠다는생각에서 28년 전에 처음 ‘코리안 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 ‘태권도 시범단’을 창단했습니다”라고 설립 취지를 들려주었다. 

    안학선 단장이 당시 운영하고 있던 태권도장에서 뜻이 있는 수련생들 20명 정도를 모아 태권도의 기본 동작들을 연결해서 시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리고 해외를 돌면서 길거리 버스킹 형태로 준비된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한국을 알린다는 의미에서 ‘갑돌이와 갑순이’노래에 맞추기도 했었다. 시범단원들이 자비로 비행기 표를 샀고, 체류 비용은 안학선 단장과 현지의 태권도장을 통해 홈스테이 형식으로 해결하며 해외 여러 곳을 다녔다. 2000년도에 들어서자 유로스포츠 채널에서 코리안 타이거즈의 공연을 중계할 정도로 유럽에서의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졌다.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코리안 타이거즈도 함께 붐을 타게 되었다. 국내 TV 프로그램 출연과 다른 나라의 행사에도 초청되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이름도 K 타이거즈로 바꾸고 아크로바틱 요소 뿐 아니라 드라마틱한 격파 쇼, 전통적인 무예 퍼포먼스 등의 요소들을 도입하고, K-Pop까지 접목시켰다. 오디션과 스카우트 등을 통해 단원도 400명 정도로 늘려나갔다. 안 단장은 단원을 선발하는 기준을 태권도보다는 춤과 예능에 대한 재능을 더욱 고려했다. 그 이유는 태권도는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알리고 입지를 키우겠다는 초기 목적 달성은 성공적이었으나 정작 태권도인들 사이에서는 정통 태권도가 아니라는 비난이 돌아왔다. 단장은 “억울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US 태권도 한마당에 참가한 K 타이거즈 단원들 대부분이 각자의 체급에 들어가서 경기를 펼치고 90% 이상의 단원들이 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창단 20년을 넘기면서는 K 타이거즈에 대한 인지도도 점차 높아지고, 그 동안의 활동들이 성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결과로 2013년 안 단장은 미국 마샬아츠 월드 매거진이 수여하는 ‘무도 명예의 전당 시상식’에서 ‘무도 영웅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다. 당시 마샬아츠 매거진 측은 “안학선 단장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태권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시대에 태권영웅을 모셔 그 공을 높이 기리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하였다”고 안 단장을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유튜브에 올린 방탄소년단의‘피땀눈물’을 BGM으로 한 K 타이거즈의 퍼포먼스 동영상은 현재 누적 조회수가 3억 뷰가 넘는다. 여느 아이돌 그룹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실력과 인기를 끌며 태권도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K 타이거즈의 행보에 끊임없는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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