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서만‘연쇄 불자동차’됐나

    1일 BMW 차량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 26분쯤 경인고속도로 서울 방향 가좌IC 인근을 달리던 BMW 420d 차량에서 불이 나 운전자 등 2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 차량은BMW가 발표한 리콜 대상이다. BMW 차량 화재는 7월에만 11건, 올 들어 총 27건이다. 화재 원인을 두고 BMW 측은 “EGR의 냉각기(쿨러) 누수로 인한 엔진 부문의 온도 상승 때문”이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BMW나 국토부가 제대로 원인 파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보이고 있다. BMW 측은 또 “EGR 부품은 전 세계 공통 적용됐다”며 “EGR 결함으로 인한 화재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부품을 썼는 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차량 화재가 발생하는 데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해 의혹만 키우고 있다. 최근 BMW 차량 화재가 하루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유독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BMW나 국토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렸다?
    국내에서 화재 사고가 잦은 데 대해 BMW는 “문제가 된 BMW 5시리즈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많이 팔렸으니 사고도 그에 비례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5시리즈 판매 비중이 29%로 한국(30%)과 거의 비슷한 영국·아일랜드 지역에서나 다른 나라에선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로 인한 화재가 보고된 바 없다는 게 BMW의 공식 입장이다.

◇한국의 기록적인 폭염 탓이다?
    우리나라의 기록적인 폭염이 엔진 과열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있다. 올 들어 BMW 화재는 1~6월엔 한 달 최대 5건 발생했지만, 7월에만 11건이 발생했다. 소방청 화재 통계를 봐도 7~8월에 발생한 차량 화재는 659건으로 1~2월(513건)보다 많다. 여름에 차량 화재가 많은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BMW는 겨울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폭염이 화재 발생을 부추겼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한국에서만 다른 부품·SW를 썼다?
    BMW는 “문제가 된 EGR 부품은 전 세계 공통으로 들어간 같은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화재가 빈번한 데 대한 설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면서 “한국에서만 저렴한 부품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한국의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 한국에서만 다른 소프트웨어를 작동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화재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EGR 결함으로 BMW 차량에 화재가 났는 데도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EGR 외에 다른 원인에 의한 BMW 화재는 많다. 지난해 ABC 보도에 따르면, 5년여간 미국 전역에서 40여건의 BMW 화재가 보고됐다. 이후 BMW는 두 차례에 걸쳐 3·5시리즈 등 100만대(2006~2011년산)를 리콜했다. 전기 배선의 문제였다. 영국에서도 지난 5월 히터팬에 연결된 배선장치의 화재 위험을 이유로 3시리즈 29만대(2004~2011년산)를 리콜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완성차 업체들이 리콜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근본적인 결함을 숨기고, 확실히 드러난 일부 부품을 원인으로 몰아 그 부분만 리콜한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차량 화재 하루 평균 10건
    차량 화재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연간 차량 화재는 해마다 5000여건씩 발생한다. 교통사고·부주의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화재를 제외한 70% 정도가 기계적·전기적 원인 또는 원인 미상이다. 지난해엔 3576건으로 하루 평균 10건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완성차업체들이 ‘원인 불명’이나 ‘관리 소홀’ 등으로 책임을 미루고, 국토교통부가 이를 방관해오다 BMW 연쇄 화재로 문제가 되자 늑장 대처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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