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된 꿈


김현주 국장(이하 김): 안녕하세요, 이 기자. 매번 마지막 주 한풀이를 할 때마다 한 달이 이렇게 빨리 가는구나하고 새삼 느끼게 되요.
이강규 기자(이하 이): 네, 저도 그렇습니다. 한 달만 빨리 가는 게 아니라 계절도 빨리가고 한 해도 빨리 가고 그러네요. 군대에 있을 때는 그렇게도 더디게 갔었는데요.(웃음)
김: 그럼 다시 한번 가면 되겠네요.(웃음) 너무 악담을 했나요?(웃음) 재빨리 오늘 주제로 넘어가야 겠군요.
이: 군대 두 번가는 건 악몽이죠, 악몽.(웃음) 오늘은 악몽말고 헛된 꿈인 백일몽을 꾸는 그리고 꿨던 사람들을 이야기해보려고요.
김: 감이 안 잡히는 데 어떤 사건인가요?
이: 보물선 인양 소동과 기무사 계엄령입니다.
김: 아, 맞아요. 둘 다 너무 허무맹랑해서 어이가 없더군요. 먼저 보물선 이야기 좀 해보죠. 정말 두근두근거리는 단어잖아요?(웃음)
이: 대체적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러일전쟁 당시 해전에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의 발틱함대가 동해로 이동했고 여기에 소속되어있던 돈스코이함도 같이 오게 됩니다. 이 함대에는 군자금으로 사용할 금괴와 골동품을 실은 경리함이었던 나히모프호도 있었습니다. 그 때가 1905년 5월 26일 경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기다리고 있던 일본 함대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되었고 발틱함대가 괴멸상태가 되자 이 금괴와 보물을 일본에 빼앗길까봐 돈스코이함으로 옮겨 도주했는데 뒤따라 온 일본군함의 공격으로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얘기입니다.
김: 그 금괴와 보물이 상당하다는 건가요? 
이: 현재가치로 150조원 정도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김: 정말 그렇다면 대박인데요?(웃음) 믿을 만 한 건가요?
이: 여러 가지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돈스코이호가 그 당시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한 것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안에 과연 그렇게 많은 금괴와 보물이 정말 있을 것인가이고요. 둘째는 있다고 치더라도 인양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또, 인양을 하더라도 러시아와의 소유권 문제가 남아 있고요. 최초 발견자라고 주장하는 동아건설과의 문제도 있고요.
김: 인양이 어렵나요?
이: 보물선을 인양하기 위해서 신청을 하려면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매장물 추정액의 10%입니다. 150조원이라고 주장을 하려면 1조 5천억을 내야 하죠. 그런데 인양을 하겠다는 신일그룹은 보증금을 낼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회사의 정체 자체도 좀 의심스럽고요. 이 보증금을 모금하고 있는데 가상화폐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좀 사기같죠. 게다가 행정적인 문제 외에 기술적인 문제도 큽니다. 세월호 인양 시 수심이 40m였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잖아요? 돈스코이호라고 주장하는 선박은 수심이 430미터 지점에 있습니다. 게다가 유물이 훼손되지 않게 하려면 상당히 조심해서 해야 하고요.
김: 실제로 배가 거기 있다고 증거를 제시했다고 하니까 그것도 좀 애매하네요. 돈스코이호 얘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이: 네, 좀 전에 말씀드렸지만, 동아건설은 자신들이 최초발견자라고 주장하거든요. 2003년에 인양을 시도하려다 실패했죠. 1999년에 동아건설이 한국해양연구소 유해수 박사팀에 탐사를 의뢰해서 2000년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고 당시에도 발표가 있었거든요.
김: 뭐 앞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면 희대의 사기인지 진실인지 알게 되겠죠. 기다리면 결과가 나오겠네요. 다음 기무사 계엄령 검토는 왜 백일몽이죠?
이: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그렇고요. 거기다가 계엄령을 발동시켜서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또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거든요.
김: 사실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계엄령 얘기가 간간히 나왔었죠?
이: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민들도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많이 노력했고요.
김: 그런데 기무사가 계엄령을 검토하는 게 맞는  건가요?
이: 그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물론 단순히 검토 차원에서 준비를 할 수는 있을 수도 있죠. 그런데 엄연하게 합동참모본부, 즉 합참에는 계엄과가 있습니다. 업무 중에 하나가 계엄과 관련된 내용을 검토하는 부서인데요. 계엄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대비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내용도 비밀이 아니어서 공개됩니다. 그런데 이 합참을 건너뛰고 기무사가 직접 뭔가를 꾸몄다는 거죠.
김: 검토 자체도 문제가 되나요?
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순히 그냥 검토만 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크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참고용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세부문건을 보면 거의 쿠데타를 모의한 수준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하긴 기무사의 전신이 보안사고 전두환과 노태우가 보안사령관 출신이죠? 역사의 반복인가요? 그래도 80년대도 아니고 지금에 군이 이런 계획을 세운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이: 기무사 문건이 단순 검토라고 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 문건이 상당히 구체적인 지침을 담고 있는 것 뿐 아니라 지휘체계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계엄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이 맡도록 한 것이나 합동수사본부장을 기무사령관이 맡도록 한 것이나 국정원까지 계엄사령관의 통제하에 두도록 한 것이나 너무 말이 안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죠.
김: 어찌 얘기를 들어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무사령관이 자기가 실권을 쥐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인데요? 예전에 전두환처럼요. 합동수사본부장이라는 자리가 계엄 시에 권력이 막강하죠?
이: 네, 마음대로 잡아넣을 수 있죠. 실질적으로 계엄사령관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김: 그럼 누군가가 어수선한 탄핵 정국을 노려서 욕심을 부린 것일 가능성도 있겠네요.
이: 그래서 이 계획을 보고받고 지시한 윗선이 중요한 것입니다. 당시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였는데 황 권한대행은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했고요, 당시 이순진 합참의장도 전혀 못들은 얘기라고 했습니다.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은 보고는 받았는데 준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하고요. 상당한 혼선이 있습니다.
김: 결국에는 다시 김관진 안보실장이 등장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 네, 그렇게 됩니다. 육사가 아닌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당시 합참의장을 계엄사령관에서 배제하고 육사 출신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하려고 했고요. 김관진 실장이 육사 출신이고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도 육사출신이고 한민구 당시 장관도 육사출신이죠. 참, 조현천 전 사령관은 지금 미국에 있답니다.
김: 누군지 몰라도 이 문건을 기획한 사람, 기획을 지시한 사람들은 정말 큰 꿈을 꾼 것이군요. 허황된 꿈이었지만 말이에요. 다행히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길래 망정이지 자칫 큰 오점을 남길 뻔 했군요.
이: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런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들을 발본색원해야 합니다.
김: 그래야죠. 수고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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