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국장(이하 김): 안녕하세요, 이 기자. 7월 셋째 주네요. 한국에서는 이 맘 때에 휴가들을 준비하죠?

이강규 기자(이하 이): 네, 대개 장마가 끝나는 7월 마지막 주에서 8월 첫째 주가 한국에서는 휴가의 피크인데요. 올해는 한국 장마가 보름 남짓 밖에 안되면서 사상 세 번째로 빨리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휴가도 일찍 시작될 것 같고, 또 요새는 워낙 해외로들 많이 가니까 조금 항공권 성수기에 더 민감하기도 하죠. 그래도 여전히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에 휴가지가 가장 붐비기는 할 겁니다.

김: 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것 같은데도 여름 휴가는 좀 몰리나 보군요. 하기는 아이들이 있는 집은 아이들 방학에도 맞춰야 하니까 그렇겠죠. 뭐 그건 우리도 비슷하고요.(웃음)

이: 그렇죠. 결혼 전에는 스키를 좋아해서 휴가를 연초에 몰아가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스키장 시즌권을 끊어서 1년 연차를 전부 사용하고는 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그 친구도 어쩔 수 없더군요.(웃음)

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생활의 중심이 다 바뀌죠.(웃음) 그건 그렇고 오늘 주제는 뭔가요?

이: 여름이면 돌아오는 게 장마와 휴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 하투(夏鬪) 얘긴가보죠?

이: 바로 맞추셨네요.(웃음)

김: 혹시 ‘화투’로 잘못 보실 분도 계실 수 있으니 한자도 넣어주세요.(웃음) 여름에 노사간 분쟁으로 파업 등이 하는 것을 여름의 투쟁, 하투라고 하죠.

이: 사실 일본에서 온 말인데요. 일본에서는 노사간 현안을 봄에 논의하고 해결을 합니다. 임금인상이나 근무시간 등 노사가 협의할 일을 결정하는 것이죠. 이것을 춘투라고 하는데 1955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각 회사별로 협상을 했는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산업별 노조들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협상을 하자고 하면서 춘투가 시작되었다고 하죠. 이것이 한국에서는 여름에 이뤄지면서 하투가 된 것인데 사실 이런 용어를 사용한 것은 얼마 되지는 않습니다.

김: 매해 경영자측이나 노동자측이나 서로 어렵다고 하니까 누가 맞는 지는 일반인들로서는 잘 모르겠는데, 현대차 파업은 항상 이슈가 되죠?

이: 그렇습니다. 항상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하는데요. 하나는 현대차가 앞서 나가줘야 노동계 전반에 걸쳐 다른 노동자들의 근무여건도 향상된다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현대차 노조가 일반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이들은 이미 상당한 기득권을 누리는 소위 귀족 노조라는 부정적 시선이죠.

김: 그런데 기본적으로 파업을 하든 뭐하든 노사간에 해결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요? 왜 유독 현대차 파업만 매년 크게 다뤄지죠?

이: 한국 내에서 현대차 점유율 때문에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조금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더라도 현대차가 46.81%를 차지하거든요. 기아차랑 합치면 점유율이 82%까지 치솟습니다. 거의 독점에 가깝죠. 이렇다 보니 현대차 노조가 더 많은 걸 얻어내면 그 상승분이 가격인상으로 연결되고 결국에는 소비자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거든요. 대안이 없으니까요. 물론 현대차 노조에서는 노조에게 이익을 나눠주지 않으면 결국에는 경영진만 더 가져간다고 반박하기는 하죠. 그리고 사실 노동자라고 항상 적게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김: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올해는 특히 국민 정서가 파업에 부정적일 거라는 얘기도 많은데 그건 왜 그렇죠?

이: 현대차의 경영여건이 아주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수에서 선방을 했다고는 하지만 사드여파로 곤두박질쳤던 중국에서는 아직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드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중국시장에서 현대차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진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계속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을 꺼내서 그냥 지나친 적이 없기 때문에 분명히 자동차 산업에 타격이 갈 것 같습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을 많이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거든요. 그 결과 현대차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김: 52주 신저가는 주가가 52주, 즉 거의 1년 동안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말이죠?

이: 그렇습니다. 1년 중에 최고가 올해 초인 1월 23일 기록한 167,500원이었는데요, 지난 7월 4일에는 118,0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30% 가까이 하락한 것이죠. 금융위기 후 미국에서 한창 잘나갈 때는 2012년에 272,500원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죠.

김: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라면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한 것도 이해가 되네요.

이: 게다가 국민경제는 상황이 더 안좋거든요. 문재인 정부도 위기감이 크다고 합니다. 이제는 일자리 정책을 중심으로 슬슬 가시적인 경제성장의 조짐이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경기가 더 안좋아지는 모양새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 한국은행이 또 금리를 동결했는데 미국과 금리차가 역전되었는데도 금리를 못 올렸죠. 하반기에는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주52시간 근무도입과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걱정도 큰 상황이죠. 이런데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 5.3%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면서 가뜩이나 월급도 잘 받으면서 욕심이라는 분위기가 커진 것이죠.

김: 이래저래 분위기가 좋지 않군요. 현대차 노조가 양재동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니까 일대가 교통이 꽉 막혀서 버스에 타고 지나가던 시민이 창밖으로 욕을 하기도 했다면서요. 다른 승객들도 호응을 하고요. 그래도 파업이나 쟁의는 노동자의 권리니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잖아요?

이: 그것도 맞습니다. 따지고 보면 거의 일을 하는 대부분은 경영자라기 보다는 노동자니까요. 노조가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현대차 파업은 언론플레이라고 하기도 하죠. 그래도 회사실적이나 경영상황을 고려해서 파업없이 타협하는 모습도 지금 상황에서는 좋은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김: 그러게도 아름다운 화합과 상생은 정말 어려운 거군요.

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현대차 인사담당 부사장이 강의를 왔는데, 인사담당이니까 대부분은 현대차 취업에 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 때 현대차의 미래전략에 대해서도 많이 들었고요. 그런데 당시에도 민감했던 노조에 관한 질문이 나왔어요. 그 분은 인사파트인데다가 경영진이니까 감정이 상당히 격앙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감정이 격앙되기는 했는데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한숨을 깊게 쉬더니 거의 울먹일 듯이 말씀하시더라고요. 노조가 조금만 이해하고 협조해주면 현대가 글로벌 탑5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일단 그렇게까지 큰 다음에 처우개선도 당연히 회사측에서 해줄 텐데 그걸 못 믿어준다고요. 뭐 사실 어떤 게 옳은 지는 알 수 없죠.

김: 정말 상생과 화합을 통해서 모두가 이익을 누리는 모범적인 선례로 거듭났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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