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쉘부르, 서울 심포니 출신 한혜정·최춘섭 부부의 음악 인생

    “인생의 마지막을 음악으로 불태워 보려고요!”예다움 음악학원의 한혜정 원장은 강렬한 표현을 첫마디로 던졌다. 다소 강렬한 표현의 돌직구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자 캐쥬얼하고 리버럴한 외모와 달리 최춘섭, 한혜정 두 원장은 올해 각각 이순과 환갑의 나이가 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제가 그 유명한 58년 개띠예요~”라면서 얼굴 가득 해 맑은 미소를 지었다.  최춘섭 원장은 “음악을 하다 보니 순수한 정서상태를 유지하게 되니까 외모도 좀 젊어 보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두 부부는 2006년부터 하던 학원을 3년 전에 정리한 뒤로 그 동안 비교적 소극적으로 활동을 하다가 다시 한번 열정을 펼쳐 보이기로 했다며 여러 가지 계획과 음악인으로서 그 동안의 삶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가스펠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한혜정 원장은 11살 때 아버님께서 라디오 퀴즈 프로그램 나가셨다가‘금복주’그림이 새겨진 기타 한 대를 상품으로 받아오시면서 기타를 처음 보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름다운 사람’을 부른 싱어송 라이터인 서유석 씨가 집에 놀러 왔다가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울림을 받았고, 그에게 세 가지 코드를 배우게 되면서 기타를 손에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음악과 그렇게 인연이 깊지 않았다. 대학에서도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 기자로 활동 했고, 작품 사진을 찍기 위해서 돈이 너무나 필요했다. 그래서 단지 돈을 좀 더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당시 통기타 문화를 주도하던 명동의‘쉘부르’의 오디션에 나갔다가, 한번에 합격을 하고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종환 DJ의 까다로운 심사를 단박에 통과하면서 타고난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었다.

    남궁옥분, 조동익, 장필순 등 쉘부르 가수들과 친구가 되었고, 개그맨 이홍렬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노래하는 곳에’고정출연을 하고, 사진 실력을 발휘해서 조용필, 남궁옥분 등의 앨범 쟈켓 사진을 찍기도 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그러다 가족이 모두 이민을 오는 바람에 뒤늦게 시카고로 따라 왔다. 여기서도 콘서트를 열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후 개종을 하면서 가스펠 싱어의 삶도 이때 시작했다. 남편이 된 최춘섭 원장도 교회 찬양팀에서 처음 만났다. 최 원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관악기를 다루기 시작해서 서울대학교에서 튜바를 전공하고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에 출강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인재였다. 하지만 좀더 크게 도약을 해보고자 38살이 되던  해 그동안 쌓아 온 커리어를 뒤로 하고 시카고에 있는 루즈벨트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1999년 땡스 기빙 즈음의 어느 날 한혜정, 최춘섭 두 사람은 평소 나가지 않던 교회 구역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당시 같은 찬양팀에 있으면서도 서로 이름도 모르고 관심도 없던 사이였는데 우연히 구역모임에서 또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한혜정 원장은 어머님을 잃고 허무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결혼을 하겠으니 사람을 찾아달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십 분쯤 지나자 그 자리에 있던 교인들이 ‘한혜정 최춘섭 결혼 추진 위원회’를 결성하고는 즉석에서 서약서를 만들어서 두 사람에게 사인을 하게 만들었단다. 그렇게 해서 세 번째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전 12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음악인의 만남이 되었던 것이다.

    결혼 후 이 두 부부는 예수님의 40일간의 광야생활을 체험하겠다는 생각으로 찬양여행을 떠났다. 시카고 교회에서 크게 콘서트를 열어서 여비를 마련해 주었고, 처음에는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 앤젤레스만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찬양 콘서트를 열 때마다 이들의 간증을 듣는 이들이 나서서 여기 저기 교회를 연결해주는 바람에 포틀랜드, 산호세, 샌디애고, 라스베가스, 덴버, 캔자스 시티까지 돌게 되었다. 특별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역 신문기자로 일하던 친구가 그냥 보낼 수 없다고 즉석에서 콘서트를 준비해서 열었고, 애초 30명만 초대하려던 콘서트에 80명 가량이 모여와서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찬양여행 이후 시카고에서 준비하던 크리스챤 카페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바람에 산이 있고 사계절이 공존하는 게 마음에 들어서 콜로라도로 옮겨 왔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학원에 적합한 장소를 찾게 되어서 ‘예다움 뮤직 아카데미’를 시작 할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레슨 및 연주회를 활발하게 펼치게 되었다. 수강생들 중에는 7년째, 10년째 꾸준히 배우고 있는 분들도 있고, 학생들이 성장해서 결혼 축가를 요청해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두 사람은 뿌듯해했다. 한혜정 원장은 “노래도 부르지만, 악보를 보고 연구하면서 노랫말에 따라 그 정서를 파악해야 해요. 노랫말에도 기승전결이 있고, 스토리가 있잖아요. 이에 따라서 곡 해석도 달라지고 반주법도 달라져요. 연주법에 대해 연구하는 거죠. 아이들에게는 노랫말에 담긴 한국 말과 그 뜻도 함께 가르치게 되요”라고 음악 레슨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들려주었다. 이어서 “좋은 코드로 곡을 만든 사람의 인격과 음악성을 존중하면서 얼마나 감수성 있게 표현하는가가 실용음악에서는 중요해요”라고 자신의 음악관을 들려주었다.

    예다움 뮤직 아카데미에서는 기타, 베이스, 우크렐레, 드럼, 색소폰 등의 악기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함께 모여 종종 합주와 연주회도 여는데 학생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원장은 강조한다. 그는“음악 이론을 모르는 건 전혀 지장이 없어요. 레슨 중에 자연히 연주를 배우게 되요. 소리를 말처럼, 이야기처럼 하게 되는 거예요”라며 초보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중급반이 되면 악기 영역을 더 넓혀 가게 되죠. 두 개 이상의 악기를 접하게 되고, 거기서 실력이 더 쌓이면 창작 훈련을 하게 되요. 처음에는 다른 사람 연주를 따라 하다가 점차 스스로 해나가게 되는 거지요”라며 한혜정 원장은 깊이 있는 교육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어서 한 원장은 “음악을 모를 때는 크게 치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기 소리를 들어야 해요. 얼마나 좋은 소리를 내느냐가 관건이예요”라고 음악 교육의 핵심을 설명했다. 

    예다움 뮤직 아카데미는 그 동안 여러 교회의 찬양팀을 교육시켜왔고, 현재는 주부 수강생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아줌마 콘서트’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실용 음악은 클래식과 달리 생활 속에서 함께 하는 음악이기에 가스펠로 찬양을 할 수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 칠순 잔치에서 축하 공연을 해드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두 부부는 설명한다.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던 성격도 바뀌고 우울증 같은 것도 털어버릴 수 있는 힘이 음악에 있음을 강조하는 이 두 부부를 통해 그녀가 부른 노랫말처럼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삶’이 되어 보인다. 레슨 문의는 720-207-194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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