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밀’출발 18편 … 인천공항 개항 이래 처음

    기내식 공급문제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운항 지연 사태가 이틀째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나측은 외주 도시락 업체를 통해 긴급 조달에 나선 상태지만, 대량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시간에 맞춰 운송할 수 있는 업체가 국내에 없어, 기내식 공급 부족 사태에 따른 운항 차질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일 오후 6시30분 기준 국제선 7편이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했고, 18편은 기내식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로 운항됐다고 밝혔다. 기내식 공급 부족 사태가 시작된 전날(1일)에도 국제선 86편 가운데 53편이 지연 이륙했고, 38편에 기내식이 실리지 않았다. 기내식을 싣지 않고 비행기가 이륙한 경우는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기내식 대란, 왜 이런 일이?
    이번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준비 부족으로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 0시부터 기내식 공급 업체를 기존 독일 루프트한자 소속 ‘엘에스지(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서 소규모 기내식 업체 ‘샤프도앤코’로 바꿨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15년 동안 기내식을 공급하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계약을 종료하고 중국 하이난그룹의 게이트고메코리아로부터 기내식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 업체의 공장 건설 중에 불이 나면서 3개월 간 임시로 샤프도앤코에 기내식 생산을 맡겼다.

     아시아나항공이 하루 동안 필요한 기내식은 약 3만인분이다. 그러나 이 업체의 기내식 공급 역량은 필요 기내식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업체의 생산 능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비행기 내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지만 최대한 이른 시간에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외주 도시락 업체를 통해 기내식을 추가 공급받아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승무원 등 현장 근무자들은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하루 3000식을 공급하던 작은 기내식 업체에 하루 3만식 주문을 넣었는데 바로 해결이 되겠느냐”며 “기내식 대란과 지연으로 화가 난 승객들에게 매번 안내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아시아나가 자사 회장이 탄 비행기에는 기내식을 안정적으로 공급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기내식 대란이 터진 지난 1일 오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탑승한 인천발 칭따오행 OZ317편은 기내식 대란 없이 정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식 대란이 심해진 것은 오전 10시 이후”라며 “박 회장이 탑승한 비행기는 기내식 대란 이전인 오전 9시이기 때문에 관련성이 적다”고 했다.

◇ 기내식 공급 하청업체 대표, 스스로 목숨 끊어
    설상가상으로 2일 오전 9시 30분쯤 샤프도앤코와 거래하는 4~5개 협력업체 중 한 곳의 대표이사 A(57)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발생했다. A씨의 동생은 이날 A씨가 인천시 서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목을 맨 것을 발견, 신고했다. 경찰은 임직원들로부터 “A씨가 기내식 납품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위를 비롯해 샤프도앤코와 이 업체 사이에 납품문제를 놓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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