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순간”

    24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여성의 운전이 해금되자 수도 리야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도로는 여성이 벌인 축제의 장이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경찰은 운전하는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는가 하면 차에 풍선을 달고 경적을 울리며 새롭게 도래한 자유를 누리는 여성 운전자로 도로가 들썩거렸다. 정부가 통제하는 사우디 현지 언론들은 이날을 사우디 여성의 권한을 크게 높인 ‘역사적인 날’,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하고,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한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칭송했다.

    이로써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여성운전을 금지했던 곳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사우디와 함께 종교적으로 경직된 나라로 꼽히는 이란도 여성이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우디의 현실을 고려할 때 여성운전을 허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종교라는 무거운 외투를 벗고 사우디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사우디 국영 아랍뉴스는 24일 칼럼에서 “여성 운전허용은 단지 여성에 대한 차별을 걷어낸 것에 그치지 않고 1863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령처럼 2018년 6월24일은 사우디 역사에 그렇게 대변혁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중심에는 1년 전 왕세자에 오른 33세의 젊은 실세 왕자가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부친 살만 국왕의 절대 신임하에 ‘비전 2030’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은둔의 오일 왕국’이라는 근대적인 이미지를 타파하고 온건한 이슬람국가로 개혁한다는 미래 청사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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