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배우며 인내를 키우고, 음악을 가르치며 인내를 배운다"

   
    1월, 한창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 플로리다에서 이주해서 더욱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했던 시간을 보내고 이제 서서히 콜로라도에 새로운 도약을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그녀를 만나보았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따뜻하고, 배려가 넘치는 태도를 나누어 주었다. 풍부한 무대 경험 때문인지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인한 긴장감도 전혀 없었고, 오히려 인터뷰어인 기자를 마음으로 품어준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 그녀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형식적인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아니라 아이들과 인격적인 만남을 위주로 한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한양대 음대 시절부터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는 그녀, 근 25년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 앉은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그녀의 습관인 듯하다.

    백지원씨는 피아노 연주를 전공으로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석사를 하고, 플로리다 주립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박사과정에서 교수법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책도 많이 내시고 유명한 분이셨는데 이 분 수업을 받으면서 다양한 교수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은 독일식으로 바이엘, 체르니 교수법에만 노출되어 있다면, 미술이나 체육과 접목한 교육 방법도 있고, 정말 여러 가지 수업 방법이 있는 거예요. 새로운 교수법을 알게 될수록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놀라웠어요”라고 백 씨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백씨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학교에서 배운 교수법들을 아이들 특징에 따라서 접목을 시켜보았다고 한다. 그녀는“어떤 아이들은 처음에는 되게 느린데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고 알려주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아요. 또 어떤 아이들은 처음에 금방 배우는데 다음날 싹 까먹는 아이들도 있고, 악보는 잘 보는데 리듬감이 없는 아이도 있고, 듣는 교육은 잘 되어 있는데 악보를 못 보는 아이들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백지원씨는 아이들에 적합해 보이는 교수법을 찾아서 적용하니 아이들이 변화가 눈에 띄었고, 그렇게 해서 가르치는 일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책에 나와 있는 교수법은 이미 제 자산이 되었어요. 대신 아이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적어도 한 학기 정도는 크게 욕심을 내기 보다는 아이들을 잘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져요”라고 설명한다. 백지원씨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피아노와 음악을 싫어하는 이유는 지겨운 연습 방법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작정 ‘하루에 30분씩 쳐라’ 또는 ‘열번을 쳐라’라고 하는 방법으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 괴로울 수 밖에 없다. 대신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가진 문제를 찾아내서 교정을 해주고, 그 방법대로 연습을 시키면 아이들 스스로도 “어, 안되던 게 되네!”라고 자신의 변화를 직접 느끼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백 씨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인내해 주는 게 필요하고, 그러면서 아이들 안에 가진 각자의 음악성을 찾아내주는 노력을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백지원씨는 음악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얻게 되는 가장 큰 이득은 ‘인내’라는 점을 꼽았다. “요즘은 모든 것이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이라 그런지 아이들 인내심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악기 교육은 정말 인내하고 반복하지 않으면 작은 성과도 이뤄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음악교육을 통해서 가장 크게 배우게 되는 것은 참고 인내하는 것, 배우고 노력해서 얻어내는 작은 성공의 기쁨 같은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당연히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밖에 없고, 처음에는 말을 잘 안 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마음을 열게 되면서 인간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 백씨는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그저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정이 깊이 들어가는 상당히 섬세한 직업이라고 그녀는 묘사한다. 피아니스트로서의 그녀 모습이 궁금해졌다. 현재 그녀는 콜로라도 합창단과 볼더 교회에서 반주를 하고 있다. 전임 반주자가 사임하면서 자연스레 합창단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음악을 정말 즐기는 합창단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백지원씨 자신에게도 하나의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언니, 오빠들이 피아노 배우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다가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피아노 공부를 시작하면서 주위에서 재능을 알아본 분들의 권유가 이어졌고, 선화예술중학교에 합격하고, 그 이후로는 선화예술고등학교, 한양대학교 음대로, 미국 유학으로 이어지는 음악도가 되었다. 대학 2학년 때는 휴학하고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주립 음악학교(St. Petersburg State Conservatory)에서 공부하면서 인생의 선생님, 엘레나 쉬쉬코(Elena Shishiko)를 만나면서 본인 안에 담겨 있는 음악세계를 찾게 되고, 이후로 흔들림없이 공부를 죽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사를 하면서는 하프시코드 등의 원전악기와 바하를 만나게 되었고 낭만파 음악과 또 다른 심장이 뛰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끼면서, 낭만파보다 더 낭만적인 바로크 음악의 진정한 깊이에 눈 뜨게 되었다고 한다.

    백지원 씨는 연주자로서 언어보다 연주로서 이 느낌을 표현하는 데 더 자신이 있다고 이어갔다. 플로리다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연주자로서 또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정말 바쁘게 살았던 백지원씨는 이제 콜로라도에서 새로운 시작을 열어가고 있다.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과는 7월7일 쇼케이스를 앞두고 있고, 한동안 쉬고 있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여전히 쉬지 않고 하고 있는 일이고, 연주자로서 가을에 ‘설명이 있는 음악회’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발한발 앞으로 내딛는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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