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잃은 잿더미에서 새롭게 부활

    2016년 12월 31일 송구영신 예배를 앞두고 화재 사고를 겪은 세계선교교회가 최근 새로 재건축과 보수를 마치고 7월 10일 입당감사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직접 화재의 피해자이자 담임목사인 김교철 목사와 김은혜 사모를 만나 그 동안의 경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자 : 안녕하세요, 화재 후 1년 반정도가 지났는데 지금은 어떠신가요? 
김은혜 사모(이하 사모) : 불이 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잖아요.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지요. 가스 스토브나 불을 쓸 때 가슴이 벌렁거리고 해요.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진 거니까요.
김교철 목사 : 화재가 발생하고 1년 반 정도 집도 없고, 특히 목회자로서 기도처소와 예배처소를 잃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아내와 둘이 편하게 있어야 할 가정이라는 공간이 없어지니까 정말 힘들었지요.
기자 : 화재가 난 당시를 떠올려보면?
김교철 목사 : 불이 난 날은 한 교인의 집에서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고, 그 다음날은 1월 1일이고 주일이었는데, 아무 것도 갖고 나온 게 없었고, 옷도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이더라고요. 일단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바지 한 벌을 사 입었던 것 기억이 납니다. 
김은혜 사모 : 처음에는 정말 많이 울었죠. 그리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그저 '나는 이제 끝났다, 내 인생이 끝났다, 모든 게 끝났다' 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어떻게 주위에서 아시고 신고를 해주셔서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이 출동을 했고요. 그런데 소방차가 들어오려면 우리 차를 빼야 해서 불이 나는 집 안으로 차 키를 찾으러 들어갔었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먹었던가 봐요. 저는 정신이 없는 상태였는데 소방대원이 저를 구급차에 눕히고 검사를 하는데, 그분들 손길이 너무너무 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거예요. 이름은 뭐냐, 먹는 약은 있느냐고 물으면서 의료조치를 하는 동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기도를 했고, 마음의 평안함을 얻게 되었어요.
기자 : 어떻게 마음의 안정을 찾으셨나요?
김교철 목사 : 그 추운 겨울에 매일 불이 난 교회에 가 있었어요. 매일 같이 가서 그냥 하루 종일 지내고, 책 보고, 기도하고, 밤에 자기도 했어요. 17년 동안 지내던 교회와 사택이 있는 곳이니까 그곳에 가야 안심이 되고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잿더미 위로 출퇴근을 했습니다. 그리고서 불이 난 일주일 뒤에 주님의 음성을 들었어요. ‘너는 인내하고 감사만 해라’라는 말씀이었고, 이 말씀이 버팀목이 되었어요.
남들이 볼 때는 빨리 지나갔겠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나 문제가 있을 때 이 말씀을 붙잡고 감사하고, 즐거워했어요.
기자 : 말씀을 들으니 주변의 도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땠나요?
김교철 목사 : 다섯 시 조금 넘어서 불이 났는데 뉴스를 보시고 다른 교회 목사님들이 쫓아오셨어요.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며 옆의 교회 목사님을 연결해서 바로 예배처소를 마련해주셨어요. 한 달에 한번씩 주변의 목사님들과 기도모임에 나갔었는데 그렇게 친분을 갖게 된 목사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그리고 입양으로 미국에 오신 한 분이 정말 발 벗고 도와주셨고, 의외로 미국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기자 : 화재로 모두 다 잃으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있으신가요?
김은혜 사모 : 잿더미를 보는 순간 아깝다, 이런 생각은 들지 않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1, 2월까지는 너무 무서워서 들어가 볼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보험회사에서 건질만한 거는 건져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어떤 분께서 그릇 같은 거는 1,800도 이상에서 구워지는 거니 괜찮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까맣게 타버린 그릇을 꺼내서 씻어보았어요. 희망이 없었죠, 완전히 새까맣게 다 덮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그릇을 씻는데 점점 하얗게, 깨끗하게 씻어지는 거예요. 다시 새하얗게 된 그릇을 보는 순간은 말로 할 수 없는 환희의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비포/애프터(before/ after) 사진을 찍어서 지인분들께 보내드릴 정도였어요.
김교철 목사 : 제가 평생 처음으로 다섯 시간 동안 설거지를 해 보았었어요(웃음). 새까맣던 그릇들이 다시 하얀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면서, 우리 인간도 질그릇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어려움이 많아도 다시 씻으면 깨끗해지고,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어요.
우리 인간이 좌절할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도 이렇게 귀한 그릇이라는 걸 배웠어요. 그릇을 닦으면서 너무나 감사했고요, 우리가 겪은 이 시련이 결국 복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는 30년간 목회활동 하던 자료가 한 순간에 다 날아갔잖아요. 그 동안 모은 책들, 자료들이 제 재산인데 다 타버린 거예요.
그런데 새롭게 연구하면서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까, 그 전에 갖고 있던 틀과 각도를 벗어나게 되더라고요. 생각의 각도가 왼편에서만 봤었다면 오른편에서도, 뒤에서도, 위에서도 보이고, 안에서 보던 것이 밖에서도 보이는 거예요. 다 버리게 되니까 다 새롭게 생기더군요.
또 하나 감사한 것은 제가 그 정신 없는 순간에 성경책을 하나 들고 나왔더라고요. 하나님 말씀이 생명인데 오른손에 성경이 들려 있는 것을 보면서 ‘내가 목사였구나’ 하고 내 스스로가 위안이 되었어요. 이게 토대가 되어서 다 버리고, 더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했고요.  불에 타 버린 자료들도 다 지나간 것이더라고요.
기자 : 이미 새로 지어진 집에 들어가셨다고요? 기분이 어떠셨나요?
김교철 목사 : 우여곡절 끝에 최종 인스펙션이 통과되었을 때 정말 기뻤고요. 교회가 아주 예뻐졌어요. 들어가서 기도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 기뻤죠.
김은혜 사모 : 처음에 새 집에 들어가서 잠을 못자겠더라고요.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내가 이것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지금은 너무 감사하죠, 이 모든 것들에.
기자 : 끝으로 독자분들께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김교철 목사 : 세상적인 교훈으로 소화기를 필수적으로 부엌과 집안에 세 군데 정도는 비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불이 확 붙는 게 아니라서 소화기가 있었다면 끌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소화기가 그리 비싸지도 않고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보험이 큰 힘이 되었다는 점도 나누고 싶습니다.
기자 :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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