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결과, 그러나 속단은 금물"

    지난 1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북미회담을 갖고 센토사 협정을 체결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비롯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구축 협력, 전쟁 포로 및 행불자 본국 송환과 유해 원상 복구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급격히 변화되는 상황에서 주간포커스는 콜로라도 북향회(회장 이태복)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콜로라도 북향회는 북한 출신의 이민자들의 모임이며 1989년 오정식 총무와 윤의섭 회원 두 명이 창립했고, 현재 40여 명의 회원이 소속되어 있다.

    콜로라도 북향회의 총무인 오정식(91) 씨는 "이번 회담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여기까지 오는데 많이 힘들었다' 라는 발언을 두 차례나 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북한 내에서는 아마도 미 제국주의자들과 왜 대화를 하는지, 왜 핵 폐기를 하는지에 대한 반발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즉, 김정은 위원장이 이러한 내부 반발을 다루는 데 상당히 힘이 들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회담을 성사시킨 데에는 아마도 중국의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면서 70년만에 성사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이어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북한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다. 즉, 미국이 핵 문제로 바로 협상을 시작하게 되면 북한 내의 반발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이 힘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 내의 반미감정부터 해소시키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면서, 핵을 포기하면 미국도 도와준다는 조건으로 교류를 시작하면서 사탕을 주는 것이다"면서 여기까지 온 김정은 위원장의 어려움을 대변해주기도 했다.  

    또 다른 북향회 회원은 "이번 회담을 치르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우호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즉, 북한 내에서 회담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게 되고, 동시에 미국에서 북한에 대해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핵으로 위협할 대상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자연히 핵 폐기 명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라면서 미국의 우호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직통전화번호를 주었다고 한다. 회담 이후에 북한으로 하여금 반미감정 해소 효과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고, 미국으로 인한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제스쳐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핵을 빨리 폐기하고 보상을 받는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20 퍼센트만 핵을 폐기해도 다시 복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북한이 어떻게 핵을 정리할지 미국으로서는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북미회담이 성사되었긴 하지만, 아직까지 풀어나가야 할 일이 산재해 있다. 이에 오정식씨는 "핵 폐기 문제와 함께 앞으로 휴전 협정이 정전협정으로, 다시 평화협정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 한국은 참석을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6.25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결사적으로 휴전을 반대했고, 그 결과 한국 대표가 빠진 상태에서 미국, 중국, 북한이 휴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휴전협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들 세 주체가 참가해야 하고, 한국은 발언권이 없는 것이다"라면서 "그렇다고 한국의 역할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앞으로 떠맡게 될 문제들로 상당히 힘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북한을 지원하는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미국은 북한에 직접 피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할 이유가 없고 다만 북한의 비핵화까지 노력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게 직접 위협을 받던 나라들 즉 남한과 일본은 북한에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모르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 북향회의 중론이었다. 북한 내 친미 감정이 살아나고, 자본주의 맛을 보게 되면 민심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다. 오정식씨는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을 예측했던 역술가들은 김정은이 내년에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북한의 경우 미국의 압력으로 정치범도 풀어주어야 하는 등의 민감한 과제들을 맞게 될 것이고, 이러한 변화들은 김정은에게 상당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앞서서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의 보도 형태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언론들은 싱가포르 회담을 중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도착해서 김정은을 영접할 것이라는 자막들을 계속 내보내고, 아나운서들도 구두로 멘트를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트럼트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회담 장소에 도착해서 각자 방으로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회담시간이 되자 회담장 양쪽에서 나와 만남이 이루어졌다. 언론이 김정은 위원장을 추켜주기 위해서 한 말일 수는 있으나 국제 의전을 전혀 모르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크고 강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그런데 조그만 나라의 대표를 문전에서 환영한다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초대한 것이라면 주인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을 손님으로 맞이하기 위해 정문에서 영접을 할 수 있겠지만 북미 회담이 이루어진 곳은 미국이 아니라 싱가포르라는 중립적인 장소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영접을 할 것이라는 발상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국제 의전을 모르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과 북,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 변화와 평화협정으로 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고비는 지나갔다고 본다. 속단은 금물이다. 우리 모두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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