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인이 달성한 위업에도 호불호를 드러냈다. 그릇이 작은 리더임을 세계에 보여준 셈이다.”일본 정치평론가 야마구치 아사오가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의 보도에 관해 내놓은 논평이다. 르피가로는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사진 우)의 칸 국제영화제 수상에 아무런 축하메시지도 내놓지 않은 아베 총리의 속 좁은 행태를 꼬집었다.

    평소 자국 스포츠·문화예술인이 국제무대에서 큰 상을 받을 때마다 열렬히 찬사를 보냈던 아베 총리가 현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고레에다 감독은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만든 ‘만비키(좀도둑) 가족’은 지난달 19일 폐막한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일본 작품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1997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이후 21년 만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쾌거에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만 기자들의 질문에 의례적인 칭찬의 뜻을 밝혔을 뿐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하뉴 유즈루,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고다이라 나오 등이 금메달을 땄을 때 자신의 SNS에 축하메시지를 올렸고 직접 통화도 했다.

    지난해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와는 딴판으로 고레에다 감독의 수상에 아베 총리가 침묵하는 이유에 관해 르피가로는“고레에다 감독이 일본의 정치·문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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