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못난다

김현주 국장(이하 김): 안녕하세요, 이 기자. 한 주 쉬고 6월의 첫 한풀이네요. 반갑습니다. 
이강규 기자(이하 이): 네, 오랜만에 뵙네요.  
김: 불과 한 주 휴간이었는데 그 사이에도 일들이 많았죠?(웃음)
이: 네, 이번 주 저희 신문에서 다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먼저 한국시간으로 지난 5월 26일 토요일 남북정상이 한달 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김: 정말 놀라운 뉴스라 지난 뉴스가 잘못 나온 줄 알았다는 분들도 많았어요.(웃음)
이: 그렇습니다. 파격 그 자체였는데요. 남북 정상이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우선 많은 사람들이 놀랐죠.
김: 역시 트럼프 때문이었죠?(웃음)
이: 네, 트럼프가 밀당의 고수처럼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요. 아무튼 두 번째 남북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은 다시 순항을 하는 모양새입니다.
김: 그러고 보니 다음 주에 열리네요. 기대가 큽니다. 다른 소식은요?
이: 지난 주말이 콜로라도 무료 낚시 허용 기간이었습니다. 콜로라도 강태공들이 아주 즐거웠겠어요.
김: 마침 우리 신문이 휴간이라 미리 안내를 할 수 없었네요. 이번 주에는 어떤 이슈를 다뤄볼까요?
이: 지금 미국 경제에 고용호황이 계속되고 있어서 18년 만에 실업률이 3.7%로 낮아졌다고 하는데요.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까 마약중독자나 전과자나 가릴 것 없이 취업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요.
김: 경제가 좋은 건 분명 좋은 일인데 아무나 데려다가 막 쓰면 좀 곤란하긴 하네요. 얼마 전에 사건도 있었고…
이: 경제가 호황이면 항상 등장하는 문제가 그럼 그 호황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느냐인데요. 뉴욕대 정치학과의 유혜영 교수가 최근  미국에서도 아메리칸 드림이 없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기고했습니다.
김: 어떤 내용이죠?
이: 색다를 것은 없는데요. 이제는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돈을 못 버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과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 못지 않게 미국 내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느냐가 소득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죠.
김: 콜로라도는 어떤가요?(웃음)
이: 플로리다나 사우스 캐롤라이나나 오하이오, 일리노이 같은 곳보다는 사정이 낫답니다. 미국 전체적으로 부의 되물림이 심화되니까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콜로라도는 중간은 되는 것 같아요.
김: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한국에서도 사라졌죠?
이: 네, 과거에는 한국에서 공부만 잘하면 출세할 수 있다라는 관념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교육열이 높았죠. 지금은 그렇게 공부시켜야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김: 우리 세대만 해도 나 하나 공부 잘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계층이동이 가능했던 것 같은데요.
이: 맞습니다. 거의 끝물이었죠. 공부로 한국에서 계층 상승할 수 있는 것이 문과에서는 고시패스해서 판검사나 변호사, 고위공무원, 외교관이 되거나 이과에서는 의치대에 가서 의사가 되는 것이었는데요. 지금은 그 과정 자체에 경제력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 예전처럼 절에 들어가거나 교도소에 수감되어서 혼자 해서는 안되는 시대라고는 하던데요.
이: 사실 이런 문제점들이 불거진 것이 꽤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닌 20여 전 전만해도 3대가 같은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수업에서 많이 논의했거든요. 어느 사회든 3대가 같은 직업을 가지게 되면 계층 이동이 막혀가는 하나의 징후로 보는데 계층 이동이 막히게 되면 결국에는 사회변혁, 즉 혁명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 3대가 같은 직업을 갖는다는 게 예전에 일본처럼 뭐 우동집을 이어서 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죠?(웃음)
이: 우동집이 대박을 친 집이라면 그렇게 이어가겠죠. (웃음) 네, 주요 직업군, 즉 앞에서 말씀드린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해줬던 그런 직업군에서 고착화가 심해졌죠.
김: 그런데 고시패스하고 의사되고 하면 저절로 용이 될 수 있는 거였나요? 궁금하긴 했어요. 이 기자는 좀 알 거 아니에요.
이: 제 생각에는 대부분 결혼을 통해서 소위 경제적인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왔는데요. 힘들어 뒷바라지 해서 합격시켜 놓으면 냅다 버리고 부잣집에 사위로 가는 것이죠. 실제 판검사는 공무원이라 급여가 아주 높지는 않고요, 예전에는 변호사나 의사 정도는 되어야 일반 직장인보다 연봉이 크게 높았죠. 소위 개천 출신이라면 부모나 형제 등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이 있었을 텐데요. 그렇게 따지면 혼자 힘으로 뭔가 경제적인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죠. 
김: 주변에 많이 봤나요?(웃음)
이: 노 코멘트하겠습니다.(웃음) 한 가지 우스갯소리로 말씀 드리면 제가 미국에 왔을 때도 강남의 모 여사님이라고 하면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선보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이 정도 나이면 이제 돌싱이 되었을 거라고 찔러보는 건가 생각했네요?(웃음)
김: 이 기자가 뭐 있어요?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다고 했었는데.(웃음)
이: 네, 맞습니다.(웃음) 간혹 잘못된 정보를 사고 파는 것 같아요. 그 쪽 세계에서도.(웃음) 동명이인을 착각하기도 하고요.
김: 그런데 부모 마음으로는 내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했는데 내 자식이 같은 길을 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잖아요?
이: 네, 그런 걸 탓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전부가 그렇게 되어서 진입장벽 자체를 높여버리면 그게 문제라는 거고요. 다른 한 가지는 능력이 미달되는 데 배경을 가지고 능력이 되는 사람을 밀어내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죠.
김: 하긴 미국은 추천이 아주 일반적인데, 한국에서 청탁비리다 뭐다 나오는 거 보면 공정한 기회 측면에서 좀 그렇기는 하더라고요.
이: 제가 취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가 취업시장이 이제 막 어려워지기 시작한 때였는데요. 이래저래 듣고 보면 그런 경우가 많죠. 저는 피해를 꽤 입었었죠.
김: 무슨 피해였는데요?
이: 확실한 것과 심증적인 것들이 있어서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특히 군대 갔을 때 생생하게 느꼈습니다.(웃음)
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보다 경제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시대가 왔다는 건 좀 우려스럽기는 하네요. 앞서 우리가 얘기한 공정의 문제가 발전은 하는데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문제였다면 이건 아예 과실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여서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 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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