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월터 미셸은 ‘지연된 만족’(deferred gratification)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머시멜로 테스트’(marshmallow test)라고 알려진 실험이다. 이 실험은 스탠포드 대학교의 부설 유치원에 다니는 3세부터 5세까지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원들은 어린이들을 별도의 방으로 한 명씩 데리고 가서 머시멜로 하나를 주었다. 그러면서 이런 제의를 했다. 그들 손에 주어진 머시멜로 하나를 바로 먹지 않고 잘 참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런 다음 아이들을 밖에서만 볼 수 있는 창에서 얼마나 오래 유혹을 참을 수 있는 지를 조사했다. 그 중에 어떤 아이들은 연구원이 나가자마자 머시멜로를 그대로 먹어버렸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유혹을 참기 위해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했다. 일부러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도 있었고, 게임기를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 머시멜로를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는 아이도 있었다. 심지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아이들도 몇 명이 있었다. 이 실험의 목표는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과 장기간의 학업성취도와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연구원들은 실험에 참가한 216명의 어린이들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둔 학업 성적을 추적했다. 장기간에 걸친 학업 성적과 만족을 지연시킨 시간을 비교검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지금 당장 한 개의 머시멜로’를 선택했던 아이들과‘나중에 두 개의 머시멜로’를 얻은 아이들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만족을 더 오래 지연시키는 능력을 보인 아이들일수록 장기간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았던 것이다. 그들은 만족을 좀 더 기다리지 않고 당장의 기쁨을 위해 머시멜로를 먹은 아이들보다 SAT 성적이 무려 210점이나 더 높이 나왔다. 결과는 학업 성적에서만 다르게 나온 것이 아니다. ‘나중에 두 개의 머시멜로’를 선택한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자신감과 자립적인 태도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걱정이나 근심이나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역량에서도 훨씬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이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4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후속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연구 결과 ‘나중에 두 개의 머시멜로’를 선택했던 아이들이 수입도 더 많고, 결혼 생활에서도 더 행복하고, 삶의 질을 보여주는 행복지수도 훨씬 높다는 사실이 증명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은 우리 자신에게 어떤 분야든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변수가 된다는 사실이다. 성경에는 만족을 지연시키지 못해서 실패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에서이다. 에서는 이삭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당연히 하나님의 약속을 이어받을 위치에 있었다. 가문도 이어받고 약속 있는 가정에 주시는 하나님의 축복도 다 받아 자자손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 이삭 역시 그런 아들을 좋아했고 그에게 장자권을 물려주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을 시험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능숙한 사냥꾼이던 에서는 며칠을 험난한 산을 누비며 사냥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난 며칠간 식사다운 식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집에 가까이 다가오자 마당에 가마솥을 걸쳐놓고 끓이고 있는 팥죽 냄새가 그의 정신을 다 빼놓고 말았다. 한창 큰 주걱을 젓고 있는 동생 야곱에게 부탁을 한다. “그 팥죽을 한 그릇 내게 다오. 내가 지금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다.” 야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렇게 응수를 했다. “형이 가지고 있는 장자권을 내게 주면 이 팥죽을 형에게 주겠소.” 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장자권이 무슨 대수겠어. 그래 네가 가져라 가져!” 아마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장자권은 곧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권리를 말한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대를 이어가는 믿음의 족장의 특권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말로만 이어지는 축복이었다. 아직 현실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 축복의 열매가 없었다.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온 지도 10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나안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아직도 이삭의 손에는 몇 평되지 않는 땅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자손을 하늘의 별처럼, 바다의 모래알처럼 많게 해주시겠다고 축복하셨지만 아브라함은 사라에게서 이삭 하나만 낳았다. 이삭 역시 리브가에게서 에서와 야곱 둘만을 낳았을 뿐이다. 100년이 지나도 가족이 몇 사람 되지 않았다. 세상 모든 민족들 위에 복의 근원으로 삼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여전히 가나안 사람들에게 미움도 당하고 쫓겨다니는 신세에 불과했다. 에서는 이런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배가 고플 때 먹는 팥죽 한 그릇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머시멜로를 그 자리에서 먹어버렸던 사람이 바로 에서였던 것이다. 그에게는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없었다. 지금 당장 얻는 만족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나중에 두 개의 머시멜로를 얻기 위해 절제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에서에게 그 댓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성경은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돌아갈 장자의 축복, 믿음의 족장의 축복,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는 축복이 한 순간에 팥죽 한 그릇으로 날라가 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도 남은 축복이 없는 지를 이삭에게 간청했던 에서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답변을 한다. “네 주소는 땅의 기름짐에서 멀고 내리는 하늘 이슬에게 멀 것이며 너는 칼을 믿고 생활하겠고 네 아우를 섬길 것이며 네가 매임을 벗을 때에는 그 멍에를 네 목에서 떨쳐버리리라”(창27:39-40). 에서는 그 후로 늘 동생 야곱의 족속인 이스라엘 주변에 멤도는 민족으로 머물고 만다. 한 때는 이스라엘보다 더 강력한 국가를 형성하기도 했지만 다윗에 의해서 정복당하고 난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두 개의 머시멜로를 얻기 위해 끝까지 참고 기다린 동생 야곱이 이스라엘의 국부가 된 것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영적 육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은 이스라엘에 그대로 이루어졌다. 먼저 받는 것보다는 나중에 받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나중에 아주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서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저할 때가 많다. 지금 그 혜택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유도 있고, 인정도 받고, 자랑도 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생각대로 얻어지지 않는다. 단지 조금 일시적으로 만족을 누릴 뿐이다. 오히려 지금 아주 적은 것들을 얻기 위해 하나님께 받은 것들마저 팔아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지금 인정을 받지 못해도, 남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지 못해도 나중에 받을 축복을 받기 위해 시간과 물질과 정성을 쏟는 사람은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