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김현주 국장(이하 김): 안녕하세요, 5월 가정의 달이네요. 부모님과 아이들이 있다보니 이래저래 피곤한 달이죠.(웃음)
이강규 기자(이하 이): 그렇죠. 미국에는 어린이날이 없고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나뉘어 있으니 그나마 좀 덜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거의 붙어있다시피 하니까 중간세대들은 부담이 좀 되긴 하죠.
김: 어떤 조사를 보니까 한국의 기혼 직장인들이 올해 어버이날에 평균 71만원의 지출을 예상한다고 하더라고요. 적은 액수가 아니죠. 
이: 돈으로 생각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결국 돈을 빼고는 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스승의 날에 선물하는 것이 금지되어서 5월이 나아졌다는 의견도 있고요.
김: 문재인 정부에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고 하다가 무산되었지요? 며느리들 반대가 그렇게 심했다면서요?(웃음)
이: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그런 여론이 많았어요. 가뜩이나 5월이 힘든 달인데 왜 굳이 시집살이를 하루 늘리려고 하냐는 것이죠.
김: 5월이 ‘대국민 눈치게임의 달이다’라는 말들도 있던데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이: 휴일이 생기면 놀러 가야죠. 가정의 달인데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뭔가 죄짓는 느낌이니까요.(웃음)
김: 그렇기는 하지만, 한국은 나가면 돈이고, 어디를 가나 북새통이잖아요?(웃음)
이: 네, 그래서 제가 콜로라도를 좋아하는 건데요. 아무튼 이 대국민 눈치게임이라는 말은 2015년 어린이날 에버랜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김: 제가 어렸을 적에는 자연농원이었는데요.(웃음)
이: 저도 사실 자연농원일 때 가보고 못 가봤어요.(웃음) 에버랜드가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필수코스가 되었고요, 에버랜드 안에 있는 캐러비안 베이는 연인들의 필수코스라고 하는데 저는 두 군데 다 인연이 없었네요.(웃음)     
김: 그래서 에버랜드랑 눈치게임이 무슨 상관인 거죠?
이: 어린이날이면 어린이 대공원이나 서울랜드나 롯데월드나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잖습니까? 게다가 에버랜드는 서울에서 떨어져 있으니 이 날 가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죠. 그런데 2015년 어린이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 바람에 오히려 에버랜드가 평소보다도 한산했거든요. 인증사진이 올라오고 난리가 났었죠. 그 날 간 사람들만 횡재했다고요.
김:  애 데리고 차 타고 가는 것도 일이죠. 그런데 들어가서 막상 한산하면 기분은 좋았겠네요. 사람 많은데 가면 애들도 신경써야 하고 놀이기구도 제대로 못 타고 음식도 못 먹고 고생만 제대로죠.
이: 맞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뒤로는 눈치 게임이 계속 실패해서요. 입장하는 데만도 몇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김: 가정의 달이란 취지는 좋은데 현실적으로는 여러모로 씁쓸하네요. 본격적인 오늘 주제로 넘어가보죠. 오늘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이: 이렇듯 어떤 현상이 원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것이 대표적이죠.
김: 영화도 있었잖아요? 재미있게 봤었는데.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이: 바로 그렇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나비효과로 네티즌들에게 한창 화제였는데요.
김: 그것도 나비효과였던 건가요?
이: 시작이 한 조직폭력배가 해외 원정도박장을 운영하다 검거되면서부터 입니다. 이 도박장에 한국 프로야구선수들이 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었는데 거기에 정운호 네이쳐 리퍼블릭 대표가 끼어있으면서 판이 커지고 이 사람이 돈이 많다 보니까 전관예우가 강한 변호사들을 고용하면서 법조비리로 확산되죠. 그 과정에서 우병우가 등장하고 조선일보 주필의 접대논란이 불거지면서 TV 조선이 미르재단의 의혹을 제기하게 되고요. 그 다음부터는 잘 아시는 것처럼 일이 점점 커져서 결국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가는 것이죠.
김: 이 기자가 간단하게 말했지만, 결국 별개의 사건들로 보였던 것들이 굴비 엮듯이 이어졌었다는 것이죠?
이: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비리가 너무 시스템화되어 있어서 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김: 또 다른 사례도 있나요?
이: 이번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논란도 비슷합니다. 컵의 음료수를 뿌린 사실이 어찌보면 그냥 묻힐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밀수의혹까지 확산되면서 조씨 일가 전체가 타켓이 되고 있죠.
김: 맞네요. 그 여자는 자기가 화낼 때 이런 사태까지 갈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에요. 그렇게 보면 지금 북한 이슈도 조금 그런 것 아닌가요?
이: 네, 그렇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의외인데요. 처음에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만 해도 미국이나 전세계가 암울해질 것 같았고 실제로 미국 우선 정책이 나올 때마다 세계가 학을 떼었잖아요. 그런데 그런 트럼프 당선이 전세계의 평화로 이어지고 있으니 정말 놀라운 날갯짓이 아니었나 합니다.
김: 우리도 살면서 행동이나 말 하나하나를 좀 더 신경써야 겠네요.
이: 네, 저도 오래 전에 읽어서 생각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만, 심리학에서 그런 예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CEO가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넥타이가 잘 매어지지 않았다는데요. 이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였는데 마침 아내가 만들어 준 토스트에 자신이 싫어하는 게 들어가 있었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빼고 먹었을 텐데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 한소리를 했고요. 거기서 아내랑 또 한바탕하면서 더 기분이 안좋아져서 출근을 했는데, 마침 중요한 계약건이 있었대요. 결과적으로는 그 계약도 엉망이 되었는데, 나중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혼자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 계약이 깨진 게 큰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그 원인을 거슬러서 생각하다 보니 결국에는 넥타이까지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하는 게 철칙이 되었다고 하네요.      
김: 듣고보니 그렇네요. 살면서 그런 일들이 흔한데 따지고 보면 정말 별일 아닌 것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부터 반성을 좀 해야 겠는데요.(웃음)
이: 그렇더라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너무 신경쓰면 오히려 병이 되죠.(웃음)
김: 가정의 달이니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위해서 멀리 계신 가족들에게 안부도 묻고 더 신경쓰는 한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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