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철수 논의 현실화되나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한·미 양국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월 주한미군 철수 방안을 고려했다가 내부 논의 끝에 철회했다고 미 NBC방송이 지난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문제가 북한과 논의할 수 있는 이슈라고 말한 데 이어 또다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이날 언론 기고를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진전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 언급 논란에 대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다”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특보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문 특보는 그동안 수차례 정부 정책보다 한발 앞서가는 발언을 해왔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얼마 뒤 문 특보의 발언은 실제로 현실화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강하게 부정했지만, 문 특보의 발언이 또 실현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문 특보는 현 정권의 민감한 외교·안보 정책 사안에 대해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지속적으로 의견을 밝혀왔다. 대표적인 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미 연합훈련 축소다. 문 특보는 작년 9월 독일에서 열린 ‘코리아 글로벌 포럼’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핵 및 미사일 활동을 중지하고, 한미는 군사훈련의 축소·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특보는 이후에도 각종 매체를 통해 “한미 연합 훈련이 축소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실제로 한미 연합 훈련은 축소됐다.

    문 특보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해서도 일부 언론을 통해 “사드 배치는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으니, 국방부를 통해 미국 쪽에 잠정적으로 중단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발언이 있고 나서 청와대는 실제로 사드와 관련한 진상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지시했다. 사드는 여전히 완전히 배치되지 않은 상태다. 문 특보는 작년 9월에는 송영무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언급한 ‘참수부대 운영 계획’에 대해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했다. 송 장관은 이와 같은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국회에서 “학자 입장에서 떠들고 있으며, 특보 같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엄중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결국 국방부는 작년 12월 국내 언론에 “참수부대라는 명칭을 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역시 문 특보의 발언이 실현된 것이다. 이에 한국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개인 의견이라던 문 특보의 발언 중 실현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나”라며 “사실상 상왕(上王)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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