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관전포인트

     김현주 국장(이하 김): 안녕하세요, 이 기자. 4월 마지막 한풀이가 되겠군요.
이00(이하 이): 안녕하세요. 흔히들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하는데요.
김: 잠깐만요. 흔히들이라고요?(웃음)
이: 흔히는 아닐 수도 있겠군요.(웃음) 영국의 유명한 시인인 T.S. 엘리엇이 1922년에 발표한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시가 있는데요. 이 시의 첫 구절이 바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거든요. 1차 세계대전 후의 비극을 읊은 것이죠. 그런데 이 구절이 제주도 4.3 사건, 4.19 혁명 등으로 종종 회자되다가 세월호 사건으로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죠.
김: 4월에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네요. 그렇지만 올해 4월에는 좀 밝은 사건이 기대되죠?
이: 맞습니다. 바로 오늘인데요. 세 번째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김: 잔인한 4월을 평화의 4월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 그러기를 바래야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부분 몇 가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김: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인데,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이 큰 결실을 보지는 못하고 선언적인 것에 그쳐서 이번에도 걱정이 좀 되기는 하네요. 첫 번째 포인트는 뭔가요?
이: 우선 목적이 분명한 정상회담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전의 회담들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는 목표가 있기는 했지만요, 이번처럼 북한 비핵화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지는 것은 정상회담에 비춰볼 때 좀 이례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의제가 전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핵심은 비핵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6자회담부터 해서 비핵화 논의가 있어온 게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 뭔가 너무 갑작스럽게 진전이 되는 것 같네요. 두 번째 포인트는요?
이: 두 번째는 앞선 두 번의 정상회담과 달리 북측에서 남한으로 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울이 아니라 판문점의 남측 평화의집이지만, 북측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온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갔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차량으로 이동해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모습으로 지날 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아마 이 모습이 가장 먼저 전세계로 타전될 테니까요.
김: 때로는 상징적인 사진 한 장이 무척이나 큰 의미를 지니기도 하죠. 이번에 좋은 구도가 연출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 포인트는요?
이: 세 번째 포인트는 북미정상회담과의 관계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다뤄지느냐는 북미정상회담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해서요. 이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간에 이뤄지고 후속조치가 국제정세 등으로 유야무야된 경우가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결정된 사항들이 북미정상회담으로 확실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우리끼리 아무리 합의를 해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그래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느 수준까지 합의가 이뤄질 지가 관건입니다.
김: 그렇죠. 북미정상회담이 곧이어 열린다는 것이 이번에는 뭔가 될 것도 같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죠. 네 번째는요?
이: 세 번째와 관련이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어떠한 파격을 보일 것인가입니다. 남북정상회담 전에 북한의 핵실험 중단, 실험장 폐기, ICBM 발사중지 등 일련의 선언들이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데, 정상회담에서 이보다 더한 조치들이 선보일 수 있을지를 주목해 보셔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북한이 이를 수용해야만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어떠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지도 이번 회담 이후에 보다 분명해질 것 같습니다. 이전 북한이나 트럼프나 협상하는 방식이 이리저리 조금씩 재기 보다는 원하는 것을 더 크게 던져놓고 상대방과 기싸움을 하는 스타일인데요, 어찌보면 통 큰 결단이 가능할 것도 같지만 이렇게 되면 판이 깨지기 쉬운 경우가 더 많거든요.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간에서 어떻게 이들을 조율하는지도 중요하죠. 
김: <타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협상가(negotiator)라고 했을 때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까지 외교를 보면 수긍이 되네요. 북한도 저런 선언으로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고 트럼프도 폼페이오의 방북을 알리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또 있나요?    
이: 마지막은 내용보다는 형식인데요. 청와대가 이번 정상회담을 ‘내 손안의 정상회담’으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김: 청와대가 여러 가지 기획을 잘 하더라고요. 이전의 딱딱하고 단조로운 행사보다 뭔가 쇼를 보는 듯하게 무대와 음악 등도 신경을 쓰던데 이번 정상회담도 약간 그런 스타일로 가려나 보죠?
이: 자세한 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상회담을 생중계하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파격인데요. 일반적인 정상회담은 사전에 의제가 실무진 선에서 모두 조율되고 웬만하면 정상들은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정상간에 결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정상회담이 우호협력에 방점을 두다보니 민감한 주제는 아예 다루지도 않고요. 이미 합의된 주제로 주거나 받거니 하죠. 서로 피곤하니까요.(웃음)
김: 듣고 보니 그렇네요. 가끔 돌발 발언도 나오지만, 대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그렇고 회담 자체를 언론에 오픈하지도 않으니까요.
이: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은 그런 게 좀 적은 정상회담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준비를 무척이나 많이 하고 예행연습도 하고 그랬다는데요. 이번에는 생중계를 하는데다가 모바일로도 전세계에서 볼 수 있게 한다니 아마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이나 상당히 부담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공개를 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한다는 것뿐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뭔가 약속(?)을 할 일이 있다는 것으로 비춰지는데요. 북한이 합의한 내용을 지키도록 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세계 여론으로 트럼프를 압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 해외 언론에 별로 노출될 일이 없었던 김정은 위원장이 생중계에 동의했다는 것 자체가 좀 놀라운 일이었어요. 아무쪼록 회담 결과도 놀랄 만한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이: 한풀이에서 합의된 평화통일 로드맵을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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