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마사지

    김현주 국장(이하 김): 반갑습니다. 이 기자. 요새도 매일매일 굵직한 사건들이 많네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00 기자(이하 이): 네, 콜로라도 한인사회는 소소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한국이나 미국은 여러 모로 이슈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슈는 저희가 다뤘던 것들이 확대재생산되는 상황이라서요.
김: 그렇기는 해죠. 대부분 이슈라는 게 새로울 것은 없는데 뭔가 추가되고 확대되거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들이죠.
이: 네, 그래서 오늘은 전에 다뤘던 것들이지만 짤막하게 몇 가지 이슈를 연장선상에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김: 원래 말해줬던 것하고는 다른데요?(웃음) 원래는 좀 가벼운 주제 아니었나요?
이: 맞습니다.(웃음) 개인적으로 4월과 5월에 여러 가지 일이 많아서 잠이 무척이나 부족한데요, 그래서 내친 김에 잠과 건강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보려고 했었거든요.
김: 그러고 보니 이 기자 얼굴이 푸석하고 눈도 흐릿하네요.(웃음) 그런데 갑자기 주제를 바꿨다고요? 어떤 거죠?
이: 일전에 저희가 기사의 오역에 대해서 다루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속칭 기사를 ‘마사지’한 사례들이 불거졌습니다.
김: ‘마사지’가 우리 업계에서 쓰는 말이죠.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적당히 손대는 걸 말하는 건데요. 사실 애매하기는 해요.
이: 네, 글을 쓰다 보면 일관성이나 통일성을 위해서 어구를 조정하거나 표현을 바꾸기도 하는데요, 마사지는 이 정도가 아니라 아주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지만 뭔가 좀 핀트를 조정하는 것이죠.
김: 최근에 어떤 사례가 문제가 되었나요?
이: 두 분야 모두 공교롭게 한국과 관련된 안보분야였습니다.
김: 아,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외교안보 분야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사람들을 솎아 낸다는 보도요?
이: 그렇습니다. 외교안보 분야는 정치색이 학자들마다 비교적 선명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사람들도 많이 부침이 있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모 일간지가 몇 가지 사례를 들면서 문재인 정부도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낸다는 식으로 보도했죠.
김: 청와대가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아는데요?
이: 예, 정정보도를 강하게 요구하고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는데요. 원래 기사에는 국립외교원의 S 교수가 방송토론회에서 야당패널로 나섰고 결국 민간연구소로 옮기게 되었다는 것과 국방연구원 정 모 박사가 기고문을 검열당했다는 것처럼 나간 내용도 있었습니다.
김: 두 분 다 이 기자가 잘 알죠?(웃음)
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안면은 많습니다.(웃음) 그런데 S 교수나 정 모 박사나 정치색이 강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 모 박사는 열린우리당 싱크탱크 출신이거든요. S 교수도 지난 정권에서 정부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다 국립외교원으로 자리를 옮겨간 케이스라 아마 국립외교원 내부에서 좀 좋지 않은 시선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책연구기관과는 달리 공무원 신분이거든요. 공무원을 내쫓는 건 위법행위가 없고 본인이 거부하는 한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김: 그럼 기사에 마사지가 있었던 거군요.
이: 네, 그렇게 보입니다. 정 모 박사의 경우 언론 기고문을 검열한 것처럼 하고 ‘지난 2월 퇴직한’이라고 해서 뭔가 기고문 때문에 쫓겨난 뉘앙스를 줬는데요. 사실 국책기관들은 검열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대외적으로 기고문을 낼 때는 정부정책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사전 리뷰와 조율을 거칩니다. 그 정도였던 것 같고요. 또, 퇴직도 실제로는 정년퇴직이었습니다. 
김: 결국에는 해당 언론이 정정보도 비슷하게 내보내기는 했네요.
이: 네, 그런데 이 정도 마사지가 아닌 일이 또 있었습니다.
김: 마사지 정도가 아니라고요? 또 외교안보 분야인가요?
이: 네, 그렇습니다.
김: 어떤 내용이었죠?
이: 모 일간지가 정지용 상하이 푸단대학교 교수의 말을 인용해서 중국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해당 중국 교수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기자가 그 교수에게 사과했다고 합니다.
김: 이 기자가 또 아는 중국 교수인가요?
이: 네, 중국에서 만나본 적이 있는데 한국 전문이다보니 한국어가 아주 유창한 중국 교수입니다. 나이도 저랑 큰 차이가 없고요.(웃음)
김: 정 교수가 반발한 내용이 뭔가요? 자신의 발언이 잘못 실렸다는 것이었나요?
이: 잘못 실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반대라는 거죠. 자신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할 뿐 아니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중국 인사들을 본 적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에게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기사가 나갔다고 하네요.
김: 기사의 신뢰도가 확 떨어지네요.
이: 네, 게다가 이 정 교수가 지금은 교수로 있지만 중국 정부하고도 상당히 가깝거든요. 그래서 이 분이 이야기하면 대체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더욱 강하게 항의를 한 것 같아요.
김: 그래서 우리 한풀이 코너가 의미있는 것 같네요. 사실 미국에 계신 한인분들은 한국의 뉴스를 접하기는 하지만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거든요. 만약 처음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만 보고 지나쳤다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중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처럼 블랙리스트로 사람을 쥐락펴락한다고 생각했겠어요.
이: 네, 요즘 한국 국민들이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고요.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사건들도 결국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일들이 많다보니 스스로 팩트체크를 하거나 판단을 보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반대편 주장도 들어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태도가 되어 가고 있죠.
김: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트럼프가 기존의 미국 언론들과 척을 지고 트위터만 가지고 소통하려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이: 한국에서도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서 청와대가 직접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언론들이 보도 침해라고 반발하기도 했고요.
김: 사실 언론의 힘이랄까 그런 게 긍정적인 면에서는 이슈화에 있지만, 부정적인 면에서는 잘못된 보도가 나가도 후속 정정보도는 금방 묻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계속 믿게 된다는 것이죠.
이: 맞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SNS가 활발하다 보니 가짜뉴스(Fake News)가 범람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 시작할 때는 몇 가지를 다룬다고 했는데, 이 기자랑 친숙한 사람들이 여럿 등장하다 보니 어느덧 여기서 마쳐야 겠는데요?(웃음)
이: 점점 아는 이름들이 한국 언론에 많이 나오는데요. 가급적 제 지인들이 행복한 뉴스로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웃음)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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