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락스 야외공연장에서 부활절 새벽을 깨우다

    비틀스, 존 덴버, 카펜터스, 지미 핸드릭스 등의 뮤지션들이 섰던 무대, 로마식 원형 극장을 테마로 한 3억년 전 생성된 붉은 사암이 장관을 이루는 최대 수용인원 9,540명에 이르는 세계적인 극장 레드락스 야외공연장(Red Rocks Amphitheatre) 전 세계 뮤지션들의 꿈의 무대인 이 곳에서 한국의 팝클래식 가수 김수진씨가 부활절 새벽 예배(Easter Sunrise Service) 식전 공연에서 노래를 불렀다. 한국인 가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 브라이트먼 등에 의해 널리 알려진 팝클래식 장르의 실력파 가수로서, 기독교 찬양 사역자로, ‘굿 네이버스’ 홍보 대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수진씨를 주간 포커스가 인터뷰했다. 아직 흥분이 채 가시지도 않은 목소리의 김수진씨는 이날 공연이 꿈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1947년부터 콜로라도 교회 협의회(Colorado Council of Churches)의 주최로 해마다 열리면서 이미 콜로라도의 중요한 문화 행사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레드락스 야외공연장의 부활절 새벽예배의 식전 행사에 선다는 것은 가수이자 기독교인인 김수진씨에게 가장 큰 영광의 자리였음은 자명한 일이다.  김수진씨가 이번 공연을 하게 된 사연도 흥미로웠다. 그녀가 레드락스 공연장을 처음 가본 것은 지난 1월, 굿 네이버스 홍보대사로 미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덴버에도 들렀었고, 관광차 레드락 공원을 둘러보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공연장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즉석에서 무대에 올라 일행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었는데, 그 중 한 분께서 부활절 새벽 예배 주최측에 추천을 하면서 김수진씨가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 엄청난 무대라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차마 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실현된 것은 평소 ‘서야 할 자리에 서게 해주시라’는 기도의 응답인 것 같다고 했다.

    당연히 무대와 공연의 특별함 때문에 준비기간 내내 긴장감이 클 수 밖에 없었고, 새벽 5시 45분 이른 시간에 소프라노의 고음을 내야 하는 걱정, 추운 날씨에 한복을 입어야 하는 어려움 등이 염려가 되었단다. 그래서 무대에 올라서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니 15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공연을 마치고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격려에 둘러 쌓이자 비로소 영광의 순간이 느껴졌다." 고 전했다. 김수진씨가 노래를 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 기독교 중창단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라고 했다. 얼마 뒤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교회를 다니던 고모가 노래를 잘 하려면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오로지 노래를 잘 하기 위해서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숙명여대 성악과에서 수학했고, 졸업 후에는 클래식 앙상블에서 활동을 하다 서른 살에 깊은 회의에 빠져 음악의 길을 포기했었다. 절대로 다시는 노래를 안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었는데,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한국성서신학대학원 교수이자 소리엘 미니스트리 대표인 장혁재 전도사의 끈질긴 권유로 찬양 사역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장혁재 교수의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많은데, 하나님의 기름 부으신 목소리는 많지 않다. 하나님 뜻에 순종하지 않는 것도 죄다’라는 말이 김수진씨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후 찬양 사역이라는 분야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다른 장르와 달리 노래를 듣는 분들에게서 더욱 강렬한 위로와 치유, 힘을 얻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했다. 동시에 관객들의 이런 모습을 보며 김수진씨 자신 또한 치유되고 행복해지게 되는 서로가 함께 윈윈(win win)하는 길이 된다고 했다. 김수진씨는 특별히 마음의 ‘쓴 뿌리’가 노래를 통해서 치유된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세상살이에서, 더구나 신앙을 가지고 바르게 산다는 것은 늘 손해를 보아야 하고, 외롭고 고된 길이 아닐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생겨난 아픈 마음들이 ‘쓴 뿌리’가 되어 있더라고 했다. 더욱이 어떤 ‘쓴 뿌리’가 있는지도 모른 채 어둠을 살아가는 일이 대부분인데, 그런 어둠에 노래가 한 줄기 빛으로 비추게 되면 드디어 치유가 되더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수진씨가 잊지 못하는 일 중 한가지는 한국에서 소록도를 방문했을 때라고 한다. 흔히 문둥병이라고 불리는 한센병을 앓았던 분들이 모여 사시는 곳에 처음 공연을 갈 때는 위로를 많이 해드리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그분들 앞에 서고 나니, 시력을 잃고, 입술이 녹아 내리고, 팔 다리를 잘려나가고, 온갖 신체적인 불편을 가진 분들이, 게다가 가족에게마저도 버림받은 상처까지 겪은 분들이 더없이 밝은 얼굴로 사지 멀쩡한 자신을 격려하고, 안아주고, 사랑을 나눠주시는 모습에 스스로의 교만함을 돌아보게 되었단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얼마나 갖고, 어떻게 누리고 사느냐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가진 게 없고, 누리는 게 없고, 고난 가운데 있을 때 더욱 본질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축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최근 김수진씨는 한국에서 설립된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 네이버스’의 홍보대사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굿 네이버스를 통해 6.25 이후 우리나라가 받았던 원조를 이제 도움이 필요한 나라로 다시 돌려주기 위해 국내외를 누비며 노래를 부른다는 김수진씨는 하루에 1 달러면 아프리카의 한 아이가 밥을 먹고, 학교를 가고, 병원에 다닐 수 있다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훌륭한 유산이자 의무이며, 특권은 바로 자녀에게 부모가 도네이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며 거듭거듭 후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유와 나눔의 노래 천사 김수진씨가 전하는 움켜쥐기보다 나눌 때 더 행복하다는 진리가 그녀의 노래처럼 세상 이곳 저곳에 흘러나가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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