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김현주 국장(이하 김): 3월의 마지막 한풀이가 되겠네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00 기자(이하 이): 상당히 큰 이슈고, 나왔다하면 정국의 블랙홀이었는데 생각보다 최근에는 많이 묻힌 주제가 있습니다. 그걸 다뤄보려고요.
김: 종종 등장하는 이슈면서도 등장하면 파급력이 큰 이슈인데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거라고요?
이: 네, 맞습니다.
김: 스무고개 같네요.(웃음) 그래도 짐작이 되는데요. 한국의 헌법 개정 아닌가요?
이: 놀랐는데요. 선물이라도 걸었으면 큰일날 뻔 했네요.(웃음)
김: 아쉽네요. 일단 상품부터 걸고 시작할 걸 그랬어요.(웃음) 아무튼 정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는데 이번에 어떻게든 초안이 나왔네요.
이: 네, 그렇습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에서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 했습니다.
김: 그럼 그대로 가는 건가요?
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헌법 제128조에 따르면 헌법 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주체는 대통령 또는 국회 둘 뿐입니다. 이번에 자문안은 대통령의 헌법 개정 발의를 위한 것인데요.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를 하게 된다면 이 자문안을 바탕으로 취사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실제 자문안에도 의견이 많이 대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복수의 안을 담았다고 하거든요.
김: 지금 대한민국 헌법이 만들어진 게 1987년도니까 30년이 지났네요. 그간 개정에 대해서는 요구가 계속 있어 왔죠?
이: 네, 그렇습니다. 현행 헌법이 민주화 결과로 만들어지다 보니 대통령 직선제를 서둘러 시행하기 위해서 조금 급조된 면도 있습니다. 당시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들도 있는데 원래는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다시 헌법 개정을 논의할 여지도 좀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완전 민주화라기 보다는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고 김영삼 정부 때 IMF 사태가 생기고 등등 하면서 시기를 놓쳤죠. 그리고 이념대립이 심화되면서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얘기를 못 꺼냈거든요. 정쟁의 도구가 되어버렸었죠.
김: 맞아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개헌을 꺼내 들었다가 아주 뭇매를 맞았죠.
이: 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공격을 했었죠. 그 다음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개헌을 얘기했다가 친이계를 제외한 친박계와 야당의 십자포화를 받았었고요. 그런데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개헌 의사를 밝혔었습니다.
김: 그러니까 다들 필요는 한데 말만 꺼냈다 하면 정쟁이 되어버렸군요. 이번에는 다를까요?
이: 이번에는 개헌이 되기는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의지를 밝혀 왔고 지지도도 높은 상태에서 집권 초기에 밀어붙이고 있거든요. 여기에 국민들의 개헌에 대한 여론도 상당히 높습니다.
김: 그렇다고 순탄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이: 네, 그렇기도 합니다. 문제는 개헌안이 국회를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하고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것인데요. 일단 여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 통과 자체가 미지수죠.
김: 서로 입장이 달라서겠죠?   
이: 네, 두 가지가 문제인데요. 하나는 개헌투표의 시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같이 하자는 것인데요. 실제로는 이게 합리적입니다. 투표를 여러 번 하면 비용이나 불필요한 논쟁이나 낭비가 많거든요. 그런데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반발이 심합니다. 그렇잖아도 지방선거에서 이기기가 힘들어 보이는데 개헌안까지 투표를 부치면 투표율이 올라서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이죠.
김: 그런 이유에서 여당에서는 지방선거 때 같이 하려고 할 수도 있겠군요.
이: 두 번째는 내용입니다. 우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헌안은 대통령이나 국회에서 발의가 가능한데요. 사실 국회도 개헌을 논의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등에서 미온적이니까 진전이 많지 않았죠.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이라도 해야겠다고 준비를 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부분과 국회가 중요시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어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죠.
김: 주로 어떤 부분인가요?
이: 예를 들어, 대통령제와 관련해서는 4년 중임안이 국민 여론에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매번 대통령들이 퇴임 후 검찰에 출두하고 있으니 이를 없애려면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원내각제나 최소한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죠. 아무튼 이번 자문안에는 4년 연임으로 들어갔습니다.
김: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네요.(웃음) 읽는 독자들이 헷갈리겠어요.
이: 간단합니다. 대통령제는 미국처럼 대통령이 중심인 것이고요, 의원내각제는 영국처럼 국회의원 중에서 다수당의 대표가 국정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원집정부제는 이 둘을 섞은 것인데 프랑스처럼 외교 등 바깥살림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경제 등 안살림은 의회를 대표하는 총리가 나눠서 맡는 것이죠. 연임과 중임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연임은 연달아 계속하는 것입니다. 4년 연임제면 미국처럼 4년 하고 또 당선되면 4년을 더 할 수 있죠. 중임은 두 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4년 하다가 또 당선되면 한 번 더하는 것이고, 선거에 패해서 물러나더라도 그 다음에 또 도전할 수 있죠.
김: 헌법이니만큼 국민 다수의 뜻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네, 그렇습니다. 대승적으로 합의를 통해서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질적으로는 밥그릇 싸움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번 자문안에는 국회의원들이 껄끄러워 할 내용도 있는데요, 국민들의 오랜 숙원인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포함되었습니다.
김: 그건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네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국회 통과는 오히려 복잡해지겠는데요.
이: 맞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국민들의 법안을 낼 수 있는 국민발안제까지도 포함되었거든요. 국회의원들을 좀 긴장시키는 대목이죠.
김: 이번에 만약 개헌을 하면 그 다음에 언제 또 할 수 있을 지 모를 텐데 좋은 방향으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하겠어요.
이: 그래서 사실 이러한 정치구조보다 어떻게 보면 더욱 중요한 것이 국민의 기본권 관련 내용들인데요. 정작 이 부분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자문안을 발표하면서 이 부분을 상당히 강조했는데요, 아무래도 다른 것에 비해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적인 게 있다면요?
이: 기본권의 주체, 즉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을 현행 헌법은 국민으로 하고 있는데 자문안은 이를 사람으로 바꿨습니다. 국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이 있다는 것이죠.    
김: 모처럼 온 개헌의 기회인데 헌법이 가장 상위의 법이니만큼 공론화가 잘 되어서 많은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헌법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 네, 4월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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