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김현주 국장(이하 김): 요새는 미투운동에, 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에, 평창 패럴림픽에, 굵직한 이슈들이 가득하네요. 오늘 다룰 내용은 뭐죠?
이강규 기자(이하 이): 그 중에 없는 겁니다.(웃음)
김: 복잡하고 큰 덩어리를 피하겠다는 거군요.(웃음) 저것들 말고도 주목할 만한 게 또 있었던가요?
이: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입니다.
김: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서 보호무역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죠. 우리 신문에서도 계속 기사를 다뤄왔고요. 그런데 이번에 관세 부과가 좀 다른 의미가 있나요?
이: 네, 그렇습니다. 단적인 예로 대북특사단이 한국시간으로 6일 밤 “실망 않을 결과”라고 방북 결과를 전하고 이후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거든요. 한국의 외환시장은 폐장이었으니까 해외에서 거래되는 역외 환율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많게는 20원 가까이 떨어졌었습니다.
김: 이 기자가 환율에 관심이 많으니 실시간으로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군요.(웃음)
이: 네, 제가 환율에 민감하니까요.  20원 정도면 한 달 생활비가 왔다갔다 하죠.(웃음)
김: 이거랑 트럼프랑 상관은 뭔가요?
이: 그런데 다음날 한국에서 외환시장이 개장을 했을 때는 그만큼 환율이 떨어지지는 않은 겁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대북특사라는 호재를 트럼프가 거부해서가 아닐까 하는 분석도 있었는데요. 그보다는 시장에서 트럼프가 준비하고 있던 관세에 주목한 것이죠. 실제 트럼프가 북한의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반대로 조금 오르면서 그 다음날에도 살짝 오르면서 마감되었죠.
김: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건 신도 모른다고 하던데, 관세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건 왜 그런가요?
이: 트럼프가 벌이는 무역전쟁의 여파가 작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보호무역의 확산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어떻게든 자유무역을 확산시키려고 전 세계가 노력해 왔고 세계무역기구(WTO)도 발족하고 FTA도 활성화되고 그런 것이거든요. 그런데 트럼프가 이걸 뒤집겠다고 나서니 각국에서 난리가 난 것이죠.
김: 하지만, 자유무역을 지향하더라도 은근히 보호무역을 지지하기도 하지 않았나요? 선진국들도.
이: 네, 그렇습니다. 자국의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호무역을 조장하거나 묵인하기도 했고, 이러한 선진국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장하준 교수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으로 비판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기도 했죠. 하지만, 그래도 자유무역이 좋은 것이고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놓고 반대하는 나라는 없었거든요.
김: 한 나라가, 그것도 미국처럼 큰 나라가 보호무역으로 가면 다른 나라들도 대응을 할 수밖에 없죠?
이: 맞습니다. 자유무역이라는 것이 전반적으로 다같이 잘 살아보자는 것이라면 보호무역은 다른 나라가 피해를 봐야 내가 잘 사는 구조인데요. 미국에서 치고 나오면 다른 나라들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응을 하고 결국에는 전세계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가격이 다 오를 수밖에 없거든요.
김: 그런데 트럼프는 왜 그러는 거죠?
이: 첫째는 단기적인 효과를 위해서 일 수 있습니다. 올해 중간선거가 있으니 뭔가 가시적인 게 필요하거든요. 일단은 미국을 지켜내겠다라고 하면 전통적인 지지층에서는 먹힐 수 있죠.
김: 실제로 효과는 있는 건가요?
이: 큰 효과는 없을 듯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도 오히려 피해를 보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해서 막아줬으니 고용과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자랑했지만, 사실 철강업이 더 이상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니라서 고용효과도 크지 않고 철강업체들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업체 대표들은 고용 확대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즉답을 다 피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2002년에 피커슨국제경제연구소가 철강관세에 따른 고용효과를 분석했는데 불과 3500개 일자리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또 웃긴 게 정작 알루미늄협회는 지난 6일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서 일괄 관세를 부과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관세 부과로 수입가격이 오르면 결과적으로 산업 전체 비용이 올라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유였죠. 
김: 그렇다면 결국 보여주기식 선거 목적이라고 보는 게 맞겠군요. 다른 이유는 또 뭐가 있을까요?
이: 트럼프가 보호무역 위협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관세부과에서 제외되었죠. 북미자유무역협정, 즉 나프타(NAFTA)가 재협상 중인데 그 결과를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도 곧 미국과 방위금분단금 협정을 시작합니다. 게다가 한미 FTA 재협상도 있고요.
김: 고도의 외교적 플레이인가요?
이: 고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즈니스맨다운 접근법이긴 한 것 같습니다. 사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안보분야와 경제분야를 분리하기는 했습니다. 안보는 안보고 돈은 돈이라는 것인데요, 문제는 이걸 100% 믿지 못하니까 우방국들은 불안한 거죠. 그래서 효과가 있는 겁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아베 총리가 직접 관세 부과에서 일본을 빼달라고 나섰습니다. 일본은 미국이 우리를 대하는 수준이 이것 밖에 안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죠. 트럼프가 관세부과에 서명을 하면서도 효력을 갖기까지 15일의 시간을 뒀는데 이 15일 동안 밀고당기기가 엄청날 것이라는 예상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적으로 관세를 면제받으려면 협상을 하라고 다른 나라들에게 대놓고 요구했습니다.
김: 세탁기부터 시작해서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보호무역 강화 기조를 보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은데요?
이: 그래서 문제입니다. 그나마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유무역의 보루로 여겨지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그런 우려가 더욱 커졌죠. 환율과 주가가 요동친 데에도 트럼프의 발언보다는 콘의 사임이 더 큰 충격을 줬습니다. 콘마저 물러났으니 정말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신호라고 시장에서 판단한 것이죠.
김: 일각에서는 결국 중국을 타겟으로 한 것이고 나머지 나라들은 그냥 들러리라고 하던데요?
이: 내심으로는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중국은 느긋하죠. 덩치가 제법 컸다고 그런 것 같습니다. 또,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해 중국의 위상이 G2로 한 단계 높아진 것처럼 이번에도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미국과 대립해서 국제사회의 위신을 높일 기회라도 생각하는 것도 같습니다.
김: 아무쪼록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게 한국도 잘 헤쳐나가야 하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 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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