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사 등 정무직 10명, 일괄사표 후 연락 끊어

    한국시간 6일 오후 충남 홍성군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자리가 비어 있다. 안 지사는 6급 여직원의 성폭행 폭로가 나오자 이날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안희정 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소식에 분노한 시민이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충남 도지사 관사 유리창이 깨져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폭로 스캔들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행방이 오리무중인 안 전 지사의 거취와 피해자의 검찰 고소에 따른 사법 당국의 수사 및 형사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사처벌 어떻게 되나
안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난 5일 폭로한 공보비서 김지은씨가 6일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적용 혐의와 법정 형량에 관심이 쏠린다. 고소장에는 ‘위계 등 간음’ 혐의와 성폭력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를 적시했다. 형법상 위계·위력 등 간음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은 심신미약자에 대해 위계나 위력으로 간음한 사람을 처벌하는 형법 302조, 업무나 기타 고용 관계에 있는 사람을 위계나 위력으로 간음한 사람을 처벌하는 형법 303조가 있다. 302조의 경우 법 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이며, 303조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김씨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스위스 출장 등에서 4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안 전 지사는 제 상사이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사이”라고 말했다. 또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원했던 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즉 안 전 지사와의 지위 차이로 인해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김씨는 성폭행뿐 아니라 안 전 지사에게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성폭력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혐의로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안 전 지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라는 부분은 성폭행을 인정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 인터뷰를 보면 안 전 지사가 시키면 다했고, 안 전 지사에게 명시적으로 싫다고 안 하는 등 저항했다는 표현이 없다”며 “조금이라도 거절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법리 다툼이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행방 오리무중
안 전 지사는 6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이후 행방불명 상태다. 폭로가 나온 후 사흘째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홍성·예산 일원 내포신도시 내 용봉산 기슭에 있는 충남 도지사 관사는 불이 꺼진 채 굳게 잠겨 있다. 성폭행 의혹 방송 보도 이후 관사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와 관사에서 함께 지내던 아내도 전날 이후로 보이지 않고 있으며, 가구와 짐도 그대로 둔 상태다. 안 전 지사는 6일 오후 2시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리는 임시회 본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대리인을 통해 이날 오전 서면으로 사표를 낸 뒤 나타나지 않았다. 윤원철 정무부지사를 비롯한 비서실장, 미디어센터장 등 정무직 10여명도 폭로 이후 일제히 주위와 연락을 끊었으며, 6일 서면으로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이같이 안 전 지사가 종적을 감추자 일각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충남 충격과 분노
성폭행 폭로로 충남 지역 공직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도청 공무원들은 안 전 지사가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해왔음을 들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분위기다. 충남 지역 주민들도 격앙된 분위기이고 평소 안 전 지사 지지사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비서 성폭행 폭로가 제기된 다음 날 아침 이에 분노해 안 지사가 생활하던 관사에 찾아가 유리창을 부순 30대 민주당원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체포된 남성은 청원경찰이 관사 진입을 막자 몸싸움을 벌이다 미리 준비해 온 야구방망이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 전 지사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6일 오후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기된 안 전 지사 처벌과 관련한 청원은 130여 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한 청원은 ‘안희정 지사 긴급체포하라’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안희정이 세운 씽크탱크 직원 “대선 후보 강연 후 성폭행”
지난 7일 안 전 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증언도 나왔다. jtbc 뉴스룸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으며 이 피해자가 곧 변호인단을 꾸려 고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A씨가 안 전 지사가 주도해 만든 싱크탱크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직원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5일 방송에서는 김지은 충남도 정무비서가 직접 출연했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피해자 A씨의 스튜디오 출연이나 음성 녹취없이 기자의 ‘전언’으로 처리됐다.  jtbc는 “A씨가 안 전 지사에게 1년 넘게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으며, 지난해 1월 대선후보 초청강연회를 마친 후에도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지난 5일 안 전 지사에 성폭행 당했다고 증언한 김지은(33) 충남도 정무비서와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고 한다. 안 전 지사가 맥주를 사오라고 하거나, 자신의 지위가 버겁다고 하소연하며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것. A씨는 지난해 1월 18일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18일 오후 7시 노원구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 2회차)가 끝난 후를 비롯해 앞서 2016년 12월, 2016년 8월에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이 일어났다고 지목한 장소는 서울 여의도 지역 호텔, 중구 지역 호텔, 서초 지역 호텔 등지다. A씨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고발한 이유를 “김씨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가 절대적인 지위를 행사했기 때문에, 당시 자신에게 와달라고 했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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