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은메달, 다른 반응

   김현주 국장(이하 김): 이 기자, 오늘은 평창 동계올림픽도 끝났는데 기념으로 관련 에피소드를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폐막식도 너무 멋지더라고요.
이00 기자(이하 이): 모처럼 국장님이랑 마음이 통했군요(웃음). 네, 오늘은 평창 동계올림픽 중에 화제가 된 얘기를 하나 해보려고 합니다.
김: 사실 이전에는 동계 올림픽하면 쇼트트랙만 잠깐 보다가 그 다음에 김연아가 유명해진 다음에는 여자 피겨까지만 주로 관심을 가졌었는데요. 겨울스포츠의 왕국인 콜로라도에 살면서도 사실 동계 올림픽 종목도 낯설고요.(웃음)
이: 그래서 저희가 특집으로 종목 소개도 내보내고 그랬잖습니까? 이번 주부터는 패럴림픽 소개로  이어지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김: 아, 아직 패럴림픽도 남아 있죠. 한국시간으로 3월 9일부터 18일까지던가요?
이: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네, 총 10일에 걸쳐 6개 종목에서 80개 경기가 펼쳐집니다.
김: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죠. 오늘 주제는 뭔가요?
이: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국 국민들이 메달에 크게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메달을 따면 그리고 그것이 금메달이면 물론 더 기쁘지만요. 선수들의 노력과 땀에도 많은 갈채를 보내는 분위기가 많이 보입니다.
김: 그렇게 따지면 한국 사회도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금메달로 순위를 매기는 것도 점점 비판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 그런 탓인지 은메달을 따고도 금메달 못지 않게 주목을 받은 선수들이 많은데요. 하지만, 같은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다른 반응에 놓인 경우가 있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김: 여자 팀추월 얘긴가 보군요.
이: 네, 그렇습니다. 다른 메달도 모두 값지고 메달이 없어도 선전한 선수들은 축하받을 만합니다. 다만, 오늘은 은메달만 다루려고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총 8개의 은메달을 달성했습니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는 아까운 은메달로 평가받지만,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차민규 선수나 스노보드의 이상호 선수, 봅슬레이 4인승 단체팀, 여자 컬링팀은 정말 깜짝 선물이었죠.
김: 다들 수고했지만, 특히 여자 컬링이 열풍이었죠?
이: 맞습니다. 동계 올림픽 최고의 유행어“영미”를 비롯해서 숱한 화제를 뿌리며 온 국민이 열광했는데요.
김: “영미”가 뭔가요?
이: 컬링 선수의 이름입니다. 컬링 선수들이 5명에 감독까지 총 6명의 성이 김씨라 팀김(Team Kim)이라고도 불리는데요. 팀구성이 뒤늦게 후보로 합류한 김초희 선수를 제외하고 김영미 선수(본인), 김은정 선수(영미 친구), 김경애 선수(영미 동생), 김선영 선수(영미 동생 친구)가 다 같은 의성 출신에 같은 학교 출신들입니다. 그래서 학연·지연·혈연의 바람직한 예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죠. 이렇게 친하다 보니 스킵인 김은정 선수가“영미”라고 부르는 소리가 귀에 착착 감긴다고 해서“영미”가 올해“가즈아”와 더불어 양대 유행어로 등극했습니다.
김: 마지막 스웨덴 전은 사실 너무 아까웠어요.
이: 그래도 그 전에 일본전이 너무 드라마같아서 온 국민이 응원을 보냈었죠. 국민들이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이 점에서 차이가 나는데요. 전날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딴 김보름 선수는 눈물에 큰절까지 했는데도 반응이 싸늘했죠.
김: 팀추월의 여파가 상당하네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갔다면서요?
이: 청와대 국민청원은 백악관처럼 30일 내에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대답을 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정권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인데요, 현재“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불과 일주일도 안됐는데 역대 최다 추천인 60만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가 상당한 거죠.  
김: 원인이 뭔가요?
이: 팀추월 경기는 3명의 선수가 같이 달리는데 마지막에 골인한 선수의 기록으로 결정이 나거든요. 그래서 선수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고 이러한 호흡과 팀웍이 핵심인데,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일부러 왕따시키면서 경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고 국민들이 분노한 것이죠.
김: 선수와 감독은 작전미스라고 설명했다면서요?
이: 작전일 수도 있는데, 문제는 경기 후에도 울고 있는 노선영 선수를 다른 선수나 감독이 다독이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고요. 이들이 아예 훈련도 따로 받아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벌싸움의 결과라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와 비슷한 논란에 빠졌던 폴란드는 다음 경기에서 아예 선수를 교체해 버렸거든요.
김: 연맹이 항상 문제군요.
이: 그래서 빙상연맹을 한국에서는“빙신연맹”이라고 부른지 오래죠(웃음). 사실 국가대표들 사이에서 파벌은 흔한 일입니다. 그래도 정도가 심했다는 것이죠. 심지어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에 그쳤을 때 금메달을 딴 일본인 고다이라 선수가 안아주면서 위로하는 장면과 대비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네티즌은“내가 올림픽을 보면서 일본인 선수에게 감동하고 우리 선수에게 분노할 줄은 몰랐다”고 말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김보름 선수도 어쨌거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그 뒤의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땄어요. 그리고 인터뷰 내내 죄송하다고 하고, 태극기에 큰 절을 하는 등 나름 성의를 보였죠. 우호적인 기사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 네, 그런데 여론은 계속 좋지 않습니다. 은메달 딴 것은 축하하더라도‘왜 국민에게 사과하느냐, 당사자에게 먼저 사과해라’라는 것이죠. 젊은 선수들이 연맹이라는 틀에서 파벌싸움에 계속 희생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김: 어디나 조직이 문제인 건 같네요. 여기 콜로라도도 조직들에 문제가 많죠(웃음).
이: 조직 이야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이번에 국민 운동으로 부상한 컬링도 컬링연맹이 내부분란 중이라 선수들에게 포상도 못 준다고 합니다. 선수들도 알아서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고 하네요.
김: 이번에 한국에서 적폐청산이 계속된 화두인데, 이 참에 스포츠계도 싹 청소했으면 좋겠군요.
이: 네, 그렇습니다. 이럴 때마다 항상 비교되는 것이 양궁연맹인데요. 파벌을 없애고 철저한 실력제로 갔기 때문에 한국 양궁이 최강자로 계속 군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른들 싸움에 엄한 선수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동계 올림픽에서 선전한 선수들에게 축하를 보내고요, 올림픽 기간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이 역사적인 성공이라고 하던데요. 패럴림픽까지 무사히 마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 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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