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환율·임금인상에 시름

    2018년 들어서도 콜로라도의 한인 식당들이 삼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한인식당과 베이커리 등 많은 한인 요식업계 종사자들은 올해 들어 인상된 최저 시급의 여파 뿐 아니라 식자재 공급가 인상으로 새해 시작부터 힘겨운 경영상황에 처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일부 식자재를 공수해오는 식당들의 경우에는 작년부터 심화되고 있는 원화 강세로 환차손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콜로라도 주의 최저임금은 2017년 $9.30에서 2018년 $10.20으로 올랐다. 팁을 받는 경우에는 $6.28에서 $7.18로 높아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최저 임금만 줄 수 있어도 감지덕지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서빙이나 카운터 업무 등 일손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인데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훨씬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 한인식당은 웨이터나 웨이츄레스의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많게는 50% 가까이 더 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늘상 직원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듯이 요즘은 어느 쇼핑몰에 가든 직원 모집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덴버에 거주하는 한인 이 모씨는 “피자가게에 가든 마트에 가든 직원모집에 지원할 생각이 없냐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면서 “이처럼 파트타임은 언제든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직업 위주로 구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덴버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김 모씨도 “작년부터 10여 군데 기업체에 원서를 넣고 있다. 일자리가 넘쳐나고 역대 최저 실업률이라고 하지만, 인기 있는 직종은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이 넘어간다”고 면서도 “그렇다고 파트타임 잡을 구할 생각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도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상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1%대로 3%대를 보이는  GDP 상승률보다 낮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점점 더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지난 14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월 들어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2월에 비해 0.5% 상승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0.3%를 훌쩍 웃도는 상승률이다. 체감물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B 베이커리 대표는 “빵을 굽는데 필수인 계란과 버터가격을 보면, 저물가라는 말은 정말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농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들어 계란가격(라지 사이즈 기준)은 두 배 이상 급등했으며 2018년 들어서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식당에서 매일 공급받아야 하는 야채와 육류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예컨대, 급등한 가격 때문에 콜로라도에서는 꼬리곰탕이 한인식당 메뉴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오로라에 사는 김 모씨는 “전에는 한인식당에 가서 가족끼리 고기를 구워가며 외식하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이제는 같은 가격에 양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비롯한 육류 수출이 작년 한 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국내 공급 부족을 야기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업소는 환율에 따른 손해도 막심해지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원화강세로 한국에서 직수입하는 식재료들의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1년 전 약 1150원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100원 밑으로 내려온 상태이며, 지난 연말에는 1050원 선까지도 내려갔다. 이 때문에 달러로 결재해야 하는 한인 업소들은 앉은 자리에서 10% 가까운 손해를 보고 있다. 한국산 재료를 많이 직수입하는 C 식당 관계자는 “그나마 우리 가게는 렌트비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본다”면서 “다른 가게들은 아마 견디기 힘든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일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인 업소들은 선뜻 이러한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런치기준으로 당장 $10를 넘으면 비싸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D 식당 대표는 “막말로 마트에서는 판매가를 조금 높여도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당은 사정이 다르다. 외식을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A 식당 대표도 “가격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면서 “그렇지만 한인 식당들의 메뉴가 차별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답함을 전했다. 가격 인상은 민감한 문제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품질이 더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음식맛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에, 가격을 인상하면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져 전체 매출이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업주들이 적정 수준에서 비용 상승을 반영하고 고객들도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해주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이해가 온전히 받아들여지려면 가격 상승을 한 업체들이 보다 양질의 음식과 서비스로 보답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