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를 존중하고 후배에게 배웁시다

    김현주 국장(이하 김): 안녕하세요, 이 기자. 1월 마지막 주에 다룰 내용은 뭔가요?
이OO 기자(이하 이): 안녕하세요, 오늘은 ‘관계’중에서도 ‘상하관계’를 다루려고 합니다.
김: 직장생활 이야기인가요?
이: 네, 그것도 포함되는 이야기긴 합니다. 국장님은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대하는 게 편하세요, 아니면 어린 사람을 대하는 게 편하세요?
김: 생각해보지 않은 문젠데 훅 들어오는군요.(웃음) 나이보다는 사람별로 다른 거 아닐까요? 나이가 많아도 편한 사람이 있고 어려도 어려운 사람이 있죠.
이: 그렇기는 합니다. 다만, 저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편한데요. 한국의 직장에서도 10년 정도 위까지는 좀 친하면 말도 편하게 하고 그랬는데 나이 어린 사람은 나이차이가 많이 날수록 오히려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김: 그건 그냥 이 기자 성격 아닌가요? 어쩐지 날 마구 편하게 대하는 것 같더라니.(웃음)
이: 그건 국장님 성격이 좋은 걸로 넘어가도록 하죠.(웃음) 그래도 나름 합리적인 핑계가 있긴 한데요.
김: 뭐죠?
이: 후생가외(後生可畏)라고 들어보셨나요?
김: 공자님 말씀이잖아요?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뒤에 태어난 사람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는 의미죠.
이: 바로 그렇습니다. 먼저 태어난 사람이 선생(先生)인데 대부분은 선생을 높이 치죠. 그런데 공자님은 뒤에 태어난 사람인 후생도 소홀히 하지 않으셨던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먼저 태어난 사람들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제가 그 나이가 되어서 그 분들 보다 못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후생들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존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김: 이 기자가 아무리 나이 들어도 조지 클루니를 따라잡을 수는 없잖아요?(웃음) 그래서 오늘 뉴스랑 관련이 뭔가요?
이: 팩트폭력(팩폭)이시군요.(웃음) 오늘은 기업들에 확산되는 역멘토링(reverse-mentoring) 관련 뉴스들입니다.
김: 역멘토링이요?
이: 네, 기본적으로 멘토링이라고 하면 신입사원이나 학교의 신입생들이 회사나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는 것을 말하는데요, 최근에는 오히려 후배한테 배우는 선배들이 많아져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김: 한국기업들 이야긴가요?
이: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집니다. 구찌 아시죠?
김: 네, 유명한 브랜드라서 알고 있죠.
이: 사실 구찌가 브랜드 자체가 올드하다는 평을 들으면서 다른 명품 브랜드들에 밀렸었는데 2015년을 기점으로 급반등하게 되었거든요. 그 중심에 이 역멘토링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 사실 구찌가 그런 면이 좀 있었죠. 하긴 요새 나오는 구찌 제품들은 뭔가 디자인이나 색감이 좀 튀더라고요.
이: 2015년 마르코 비자리가 CEO로 취임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30세 이하의 직원들을 모아서 임원회의에서 했던 주제를 가지고 다시 토론하거나 35살 이하 직원들만 참여하는 점심 모임을 만들어서 한 사람당 회사 문화와 복지에 관해 3가지씩 아이디어를 내도록 했답니다. 여기서 나온 내용들을 실제 경영에 반영했더니 밀레니얼 세대들이 구찌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만큼 성공했다는 것이죠.
김: 구찌만의 특이한 사례 아닌가요?
이: 그렇지 않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아시죠? 에스티 로더는 아예 임원 한 명 당 20대 직원 한 명을 붙여서 1:1로 역멘토링을 실시하고 있고요, 로레알이나 스타벅스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마스터카드에서는 인사 최고 담당임원인 론 개로우가 입사 2년 차에 불과한 직원에게 멘토링을 받았는데요. “내 자식보다 어린 직원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미국의 역멘토링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잭 웰치 전 GE 회장도 임원 500명에게 젊은 멘토들을 붙여서 인터넷을 배우게 했다고 하죠.
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것과 같나요?
이: 그렇죠. 도전에 직면한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서 변화를 원하지만 고인물이 변화를 주도하다 보면 오히려 망하기 십상인데요. 그런 점에서 최신 트렌드를 잘아는 후배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죠.
김: 그 점이 저도 고민이네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 신문도 계속 발전하려면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한데 콜로라도 언론계 전체에 차세대 주자들이 턱없이 부족해요. 고민이 거창해지네요. 한국 내 사정도 비슷한가요?
이: 작년에 롯데그룹에서 기업문화위원회를 만들어서 역멘토링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입니다. 그런데 롯데하면 문화가 매우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실제 안착 여부는 두고 봐야죠. CJ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부문 자회사인 CJ E&M은 멘토링제도를 시행 중인데 멘토를 정하는 방법이 좀 독특한데요. 신입사원들이 경영진들의 프로필을 보고 자신의 멘토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공기업인 자산관리공사도 몇 년 전에 역멘토링을 도입해서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젊은 사원들과 식사를 하며 의견을 듣도록 했었습니다. 
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는 데는 다들 공감하나 보군요.
이: 네, 그렇습니다. 또, 코리안리라고 하는 한국 내 유일의 재보험회사가 있는데요.
김: 재보험회사요?
이: 네, 보험회사들이 다시 보험을 들어두는 곳이죠. 여기가 국내 유일이다 보니 급여도 매우 높은 편인데, 이 회사는 채용 시에 면접에 사장부터 사원까지 전 직급의 대표들이 다 들어옵니다. 실무자들의 눈으로 본 판단을 경영진에서 반영하기 위해서죠.     
김: 사실 요새는 IT 기기가 복잡해지고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하나하나 따라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그럴 것 같네요.
이: 맞습니다. 저도 은근히 두려워지고 있는데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무척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모 야당에서 대통령보고도 꼰대라고 그러던데요. 그러고 보니 요새 한국 뉴스에서는 ‘젊은 꼰대’라는 표현도 많던데 무슨 의미죠?
이: 일반적으로 꼰대는 나이 많은 사람 중에서 지시하기 좋아 하고 꽉 막힌 사람을 얘기하는데요. 그런데 젊은 사람 중에서도 상사랍시고 꼰대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런 사람들을 ‘젊은 꼰대’라고 비꼬게 된 것이죠. 
김: 콜로라도 한인사회에도 꼰대들이 좀 많죠.(웃음) 아주 많아요.
이: 미국 한인들에 대한 것인데요. 한국의 떠날 때의 문화만 몸에 베어서 그 뒤의 변화를 모르고 미국에 와서 미국 문화의 장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특히,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미국의 한인 집안으로 시집 온 젊은 한국 며느리들이 그런 점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군요. 미국인 며느리는 미국인이니까하고 넘어가면서도 한국 며느리에게는 꼰대질을 한다고요. 요새 한국도 그렇지 않거든요.
김: 결국 요약하자면 ‘나이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을 열어라’인가요?(웃음)
이: 요새 젊은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귀만 열어야죠.(웃음) 작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글이 있는데 문유석 부장판사가 <중앙일보>에 기고한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꼰대짓을 잘 정리했죠.
김: 한 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 시작을 사자성어로 했으니 마무리도 사자성어로 가겠습니다. 아랫사람을 두려워할 뿐 아니라 불치하문(不恥下問), 모르는 게 있으면 후배에게 물어보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지만 존중 받으며 밀려가느냐 아니면 욕 먹으면서 밀려가느냐는 차이가 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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