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천안함 사태 합동 조사단이 UN을 상대로 한 브리핑을 마쳤다. 예상대로 한국은 북한이 저지른 만행이고, 북한은 한국정부의 날조라고 우기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고, 북한 측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다.

이러는 사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한국의 참여연대 단체가 UN에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점을 적은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국가가 하는 일에 태클을 건 것이다. 한국 정부는“이는 국제적으로 국가를 망신시키고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했다”면서 참여연대를 이적 단체로 밀어 붙이고 있다. 심지어 빨갱이 단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정부와 참여연대는 살 얼음판을 걷고 있다. 물론 주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시민단체가 국제기구에 의견서를 보내는 일은 일상적인 행위이다. 이것이 비정부 기구 즉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주된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천안함 사태에 대한 참여연대의 행동은 다소 경솔한 부분이 있다. 의문점이 있다면 한국 내에서 먼저 해결하는 것이 순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 사태는 한국의 약점을 세계에 드러내는 사건으로 뒤바뀌고 있다. 피해 당사자인 한국이 우물쭈물하고 내부가 분열돼 있는 상태라고 판단될까 염려스럽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를 대신해 북한에게 벌을 주는 악역을 맡겠다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 대북 제재 논의에 들어간 유엔 안보리의 분위기가 그렇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 중국과 접촉해 온 한국 외교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은 천안함 진상 조사 결과에 대해선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조사단이 내놓은 천안함 조사 결과를 놓고 한국과 다툴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대신 중국은“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러시아 역시 점점 태도가 애매해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각기 다른 내용의 서한을 유엔에 보냈으니 이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보기에도 우스운 일이다.

참여연대 보고서의 내용은 정부가 딱 두 가지만 설명하고, 군이 두 가지를 공개하면 끝날 일이다. 정리를 해보면 우선, 여전히 아리송한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의 군사적 정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천안함이 한미연합군의 독수리 훈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동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미 해군 7함대 소속 데릭 피터슨 소령은 TV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규칙적인 훈련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엇갈리는 설명들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천안함 사건이‘한미연합 훈련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군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밝혀주면 된다. 언론들은 문제 인물인 데릭 피터슨 소령에 대한 후속 취재를 하면 된다.

두 번째는 최종 발표에 이르기까지 잦은 번복들에 대한 해명이다. 애초 견시병을 포함한 생존자들은“물기둥도 없었고 화약 냄새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합조단의 최종 조사 결과에서 이러한 내용은 백령도의 초병이 100미터 높이의 물기둥을 보았고, 견시병도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증언과 함께 뒤집어졌다. 증언이 충돌하는 셈이다. 또한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북한 잠수정은 속도가 느린 기종이고, 미국 최신 잠수함처럼 오랜 잠항능력도 없음을 전제한 바 있고, “지난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북한 3곳의 군항 중 1곳에서 두 척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령도에서 꽤 먼 곳이라 천안함 침몰과 연관성이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미국 역시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낮게 봤었다. 국방장관이 자신의 추론을 번복한 이유, 그 중에서도 특히 북한과 관련한 입장이 뒤바뀐 까닭을 깔끔하게 설명하면 된다.

일단은 정부가 이 두 가지만 깨끗하게 설명해도 참여연대 보고서에 어느 정도 완결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셈이 된다. 물론, 그래도 어뢰 폭발 여부에 대한 기술적 검증은 남는다. 하지만, 이 대목은 의외로 간단하다. TOD 동영상을 공개하고 천안함의‘항적이 담긴 당시 교신 내용’을 공개하기만 하면 최소한의 억측과 의혹을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다. 또 시민 단체가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인 것도 잘못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 문제만 나오면‘단호한 대응’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 단호한 조치를 절대로 취할 용기가 없다는 것을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이미 눈치를 챘다. 단합도 안되고, 단호한 조치도 못하는 한국의 약점을 이들은 알고 있는 듯하다.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북한은 얼마 전 북한 경비대가 중국인 밀수업자 3명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관련자 엄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중국 외교부에서 나서고 중국 언론들이 들끓자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2008년에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이나,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선 사과는 커녕 기본적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분노’앞에 금방 무릎을 꿇은 것과 달리 한국이 밝힌‘단호한 대응’에는 더 큰 도발 위협으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더 이상 약점은 들키지 말아야 한다. 한 나라의 외교와 안보가 한 번 약점을 들키게 되면 두고두고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상대가 이 약점을 알게 된 이상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안함 사태가 불러온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다. 지금은 의문점을 확실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이에 협조하는 국민들의 자세가 필요할 때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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