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이 이슈: 오역 그리고 오만

    김현주 국장(이하 김): 이 기자, 한풀이가 2018년부터 정식 코너화가 되었어요. 축하합니다.
이ㅇㅇ 기자(이하 이): 감사합니다. 올 한 해도 기사들의 맥락을 재미있게 풀어보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 재미있다는 평은 별로 없는 것 같던데요.
이: 더욱 분발해야 겠는데요.(웃음) 사실 재미라기 보다는 술술 쉽게 읽히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네. 자, 오늘 이야기는 뭔가요?
이: 오늘은 오역과 오만으로 정했는데요. 두 가지가 ‘오’가 들어가는 것을 빼고는 전혀 상관은 없습니다.(웃음)
김: 이 기자가 말장난을 좋아하니까 그냥 끌어다 맞췄군요.(웃음) 오역은 무슨 내용이죠?
이: 혹시 KBS의 박대기 기자라고 들어 보셨어요?
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이: 미국에 오신 후 뜬 기자니 잘 모르실 거에요. 이 분이 이름이 ‘대기’라서 이메일 주소가 ‘waiting’인 것도 웃겼는데요, 폭설이 내린 2010년 1월에 눈을 맞으며 방송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자정신이 돋보인다고 해서 화제가 많이 되었어요.
김: 기자라면 당연히 그래야죠. 그런데 박 기자랑 오역이 무슨 상관인가요?
이: 박대기 기자가 영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또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3년에 박 기자가 자신의 트윗에“제가 초등학생이던 5공 시절 어머니는 알파벳을 가르쳐 주면서 국내언론은 다 거짓말이니까 진실을 알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하셨죠”라고 올린 겁니다.
김: 그 시절에 언론통제가 좀 심했죠.
이: 네, 그런데 최근까지도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해외언론을 오역하고 있어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김: 무슨 일들이 있었나요?
이: 작년 9월 한국의 연합뉴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가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 중이다. 유감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워낙 잘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네티즌들이 원문은 그게 아니라고 비난했죠. 원문은 "Long gas lines are forming in North Korea. Too bad" 로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참 안 됐다"라는 뜻이 되지요.
김: 완전히 의미가 다르군요.
이: 네, 심지어 본문 기사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정책을 트럼프가 비판했다는 식으로 논조가 나가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 섰습니다. 워싱턴 특파원은 토익도 안보고 보내냐고요. 아무튼 오역을 내보낸 당사자들은 감봉과 견책을 받아 마무리 되는 듯 했습니다만…
김: 또 뭔가 있었나요?
이: 네, 같은 언론에서 이번에는 작년 12월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한일 핵무장 선호한다’라고 번역에서 내보냈습니다. 심지어 기사에서는 “미국 내에서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옹호하는 언급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는데요.
김: 이것도 오역이었나요?
이: 네, 그렇습니다. 심지어 당사자인 페리 전 미국방장관이 직접 트위터에 오역을 바로잡아 정정기사를 내달라고 공식 항의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원문을 보면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이나 일본에 재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일이 독자적인 핵무기를 갖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 의미가 완전 정반대네요.
이: 또 있습니다. 작년 28일 청와대는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맷>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올해의 균형자’로 선정했다며 홍보했는데요, 여기에 대해 바른정당 이준석 위원장이 ‘풍자성 칼럼을 오역했다’고 지적하고 조선일보가 이를 받아서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처지를 비꼬는 글인데 청와대가 칭찬인양 오역했다고 공격한 것입니다.
김: 같은 기사를 놓고 양측의 해석이 반대인 거군요? 풍자성 기사라 문맥이 중요하겠는데요?
이: 네, 결국 네티즌들이 또 들고 일어나자 한국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 결과 해당 기자가 청와대의 해석이 맞다고 직접 확인해서 논란이 종결되었습니다. 기사가 풍자적인 건 맞지만 그 안에서 아시아의 정치적 승자와 패자로 나눠서 적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승자라는 것이죠.      
김: 언론에 대한 신뢰를 언론이 갉아먹고 있군요.
이: 사실 이러한 오역은 의도적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해당 언론사나 기자들이 과거 내보낸 논조를 보면 더욱 그렇거든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러한 작업(?)이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까 별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죠. 영어 잘하는 네티즌들이 검증에 나서고 영향력 있는 반대 진영 매체들이 이를 확산해서 팩트체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 만일 최초 보도만을 읽은 독자라면 완전히 오해할만 하네요.
이: 네, 그래서 저희 한풀이 코너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김: 오역은 이제 알겠어요. 그럼 다른 주제인 오만은 어떤 내용이죠?
이: 오만은 두 IT 거대기업의 오만함을 다루려고 합니다.
김: 글로벌 대기업이 오만한 건 어제 오늘이 아니죠?
이: 네, 최근 들어 사건이 많이 터지는데요.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던 폭스바겐 그룹은 배기가스 조작으로 치명타를 입었죠. 그런데 사실 폭스바겐이 1위가 된 것은 기존 1위인 도요타의 가속페달 결함 관련 대량 리콜이 계기였고요. 그러니 1위 기업들의 오만함이 문제를 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그런데 IT기업들도 똑 같은 문제가 터졌나요? 어디어디죠?
이: 잘 아시는 애플과 인텔입니다.
김: 애플은 다들 아실테고 인텔은 CPU로 유명한 그 회사인가요?
이: 네, 맞습니다. 가지고 계신 셀폰이나 컴퓨터를 보시면 이 두 회사 마크가 없는 걸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김: 이 두 회사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이: 애플이 의도적으로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켰다는 내용의 일명 ‘배터리 게이트’가 터진 건데요. 애플은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기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터리 성능을 강제로 저하시키는 소프트웨어를 패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애플 기기를 한 번 사면 교체를 잘 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생각하죠. 아무튼 애플이 잘못을 시인하고 배터리 교체를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이것도 무상이 아닌 할인이라서 또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김: 사실 셀폰 회사들이 셀폰 교체를 부추기기 위해 일부러 약정이 끝나는 2년 정도 지난 다음부터 성능이 저하되게 한다는 루머가 많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런 의심이 더 강해지겠군요. 인텔은요?
이:  인텔은 지난 10년간 판매한 대부분의 CPU가 보안에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인텔이 이 사실을 자체적으로 파악하고도 6개월 넘게 쉬쉬하다가 이번에 터진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 사실을 인지한 CEO가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한 사실까지 겹쳐서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어요.
김: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배터리 교체로 무마가 가능할 수도 있는데, 인텔은 어떻게 시정이 어렵겠네요?
이:  네, 인텔의 경우 전 세계 CPU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CPU 자체의 결함이라 설계와 제작 등 전부를 바꿔야 할 지도 모르는 사태라서요. 어떻게 해결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 소비자들이 크게 반발하겠네요?
이: 맞습니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8800억 달러 정도인데요, 벌써 집단소송액이 그 액수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게다가 소송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고요. 인텔도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여러 주에서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1위 기업의 오만함이 결국에는 화를 부르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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