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측 “생각할 겨를 없다…. 양심에 맡긴다”

"차용증이 없어도 기록은 모두 있어”

전 콜로라도주 한인회 이사장인 박해춘씨의 실종사건과 관련해 이중희씨의 예비공판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박씨는 지난 3월27일 이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 실종되어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의 사무실에서 다량의 피가 발견되면서 이씨를 1급 살인죄로 정식기소 한 상태이다. 실종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시신의 행방을 알 수 없어 박씨의 가족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유가족 측은 본지와 여러 번의 전화통화를 하면서“이씨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시신이라도 찾게 도와 달라. 이중희씨를 설득할 수 없겠느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왔다. 이에 본지는“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고 답변하고, 유가족 측에 박씨가‘빌려준 돈’에 대해 물어보았다.

현재 박씨의 사체 행방과 함께 박씨에 대해 끊임없이 말이 도는 이유는 박씨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업자금을 융통해 주었기 때문이다. 적게는 몇 천 달러에서 많게는 몇 십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신문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박씨에게 돈을 빌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갚아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유가족에게 알렸고, 이에 대해 유가족측은 “사실상 지금은 아버지의 시신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서 말을 아꼈다.

잠시 후 유가족 측은 “모든 일을 법적으로 처리하고 싶지 않다. 양심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면서“아버지가 실종된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아버지가 안 계셔도 이자를 꼬박꼬박 주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이자를 잘 내던 사람들이 아버지가 없으니까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음만 있으면 어머니에게 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섭섭한 마음을 전했다. 또“사람들은 이자 받고 사채 고리대금업을 했다고 함부로 말하지만, 사실상 돈이 아쉬워서 빌려 간 것이다.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준 것인데 이제 와서 나쁜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버지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 아니냐”고 서운해 했다. 또“아버님의 성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꼼꼼하시다. 설령 차용증이 없더라고 메모는 모두 해 두셨다. 단지 지금은 돈 관계에 대해 거론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돈 빌려간 사람들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박씨의 아내는 건강상의 이유로 재정관리가 힘든 상태다. 이에 대해 유가족 측은 “아버지의 재산은 어머니에게 권한이 있다. 단지 어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자식들은 이를 대신 관리해 줄 뿐”이라면서“자식들이 유산을 탐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 모두 잘 살기 때문에 아버지의 재산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의 재산 관리에 관련된 법적 절차가 현재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된다면 채무자들은 변호사로부터 공식적인 채무관련 서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대해 유가족 측은“법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양심에 맡기고 싶다. 아버지 성격상 돈을 빌려주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모두 얘기 하기 때문에, 대부분 누가 얼마를 빌려갔는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가족 측은“가족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에 돈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이중희씨에 대한 예비심리가 오는 7월9일 오전9시 덴버 카운티 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체포된 것이 아니라 자수했고,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박씨의 사체 행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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