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주·증거인멸 우려”

            청주지법 제천지원 김태현 영장전담 판사는 27일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1층 주차장 발화지점에서 불이 나기 전 얼음 제거 작업을 했다는 건물 관리인 김모(50)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김 판사는 “피의자의 지위와 역할, 업무내용, 권한범위 등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사실에 기재된 각 주의 의무가 존재했는지 불명확해 범죄혐의가 불명확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전날 건물주 이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소방시설법 위반·건축법 위반 혐의를, 관리과장 김씨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소방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해 이번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물주 이씨는 법원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고, 제 건물에서 이런 사고가 나서 죽고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건물 소방관리 소홀 관련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그는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8ㆍ9층에 설치된 테라스 불법 증축에 대해서는 “(소유권 취득 이전에) 이미 불법으로 증축돼 있었다. 불법인줄 몰랐다”고 했다. 9층 기계실을 직원 숙소로 사용하는 등 불법 용도변경 혐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관리과장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족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법원에 가서 모든 걸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화재 발생 당일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열선 수작업을 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화재 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관리인 김씨가 불이 시작된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일부 피복이 벗겨진 열선의 얼음 제거 작업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1층 주차장 건물 천장에는 배관 동파방지를 위한 열선과 발열등, 보온재가 설치돼 있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화재 발생 50분 전까지 천장 곳곳에서 배관 동파 방지용 열선을 손으로 잡아당겨 얼음을 털어냈다”고 진술했다.  지난 21일 화재 신고는 오후 3시53분 접수됐다. 약 7분뒤 1층 주차장 전체에 불이 번졌다. 김씨가 경찰에서 밝힌 열선의 얼음제거 작업 시점은 오후 2시50분~3시쯤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김씨의 열선 작업이 누전으로 번져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가 잠겨 화재 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밝혀냈다.   또 전 건물주가 8·9층 테라스와 캐노피 등 53㎡가 불법 증축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8월 건물을 인수한 이씨가 9층을 직원 숙소로 개조하면서 불법으로 천장과 벽을 막은 사실도 확인됐다.

아홉달째, 『바람의 파이터』읽으며
접견 모두 거부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오늘도 서울구치소로부터 박근혜 피고인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데려오는 것 또한 곤란했다는 보고서가 도착했습니다.” 2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형사합의22부 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하며 재판을 시작했다.   이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의 100회째 공판이었다. 한 사건으로 1심에서만 100회 이상 공판이 열리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21년 전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 재판의 경우 1심에서 28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이처럼 재판이 길어지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가 18개에 달하는 데다 그가 재판에 불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4월 17일에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5월 23일 첫 재판 때는 법정 안에서의 모습이 잠시 공개됐다. 이후 재판은 삼성의 정유라씨 승마 지원(5~6월), 롯데·SK 면세점 관련 혐의(7월), 블랙리스트 지시 관련(8월) 순으로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증인도 약 120명이 나왔다.  일주일에 네 차례씩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던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부터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지난 6월 30일 박 전 대통령이 책상에 엎드리고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던 7월 10일에는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 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연장을 결정하면서 ‘재판 보이콧’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0월 16일 재판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불출석을 선언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출석은 물론, 검찰 조사에도 불응하고 있다. 법원은 10월 25일에 국선변호인 5명을 새 변호인으로 선정해 궐석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중 심리가 마무리되면 내년 2월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다.   박 전 대통령의 구치소 생활도 아홉 달을 채워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법무부 교정본부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사선 변호인단이 총사퇴한 후 일체의 접견없이 구치소 독방(10.08㎡)에서 홀로 지내는 중이다. 방에는 접이식 매트리스와 텔레비전, 세면대와 수세식 변기, 그리고 1인용 책상 겸 밥상이 놓여있다. 동절기 바닥 난방은 바닥에 깔린 전기 열선으로 한다.   TV와 라디오는 물론 신문조차 안 본다고 한다. 최근에는 『바람의 파이터』『객주』등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인 『바람의 파이터』는 최배달이 일본으로 건너가 온갖 역경을 딛고 최고의 싸움꾼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설 『객주』는 고난을 뚫고 성공을 이루는 보부상의 삶을 다루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 초기에는 일본 전국시대의 권력 투쟁을 그린 일본 소설 『대망』을 읽기도 했다. 구치소에서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9시에 취침해야 한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지지자들이 편지를 하루에 15~30통씩 보내오는데, 그걸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 양은 적지만 거르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교도소 측 설명이다.  독방에서의 외출은 하루 30분 운동 시간이 전부다. 구치소 측에 따르면 안전 등을 고려해 다른 재소자들과 동선을 분리, 홀로 교도소 내 운동장을 한두 바퀴 걷게하고 있다. 다친 발톱의 회복이 더뎌 걸을 때 다소 불편해 보인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스스로가 철저하게 고립된 정치적 희생자가 되려고 마음 먹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최근 박 전 대통령이 부쩍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교정당국 관계자는 “때때로 감정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는 듯한 모습이 나타난다고 들었다”며 “혐의를 벗을 수 없다는 무력감과 반대로 어떻게든 혐의를 벗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교차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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