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는 즐거운 일보다 폭력과 긴장의 사건들이 더 많았다. 한국의 연합뉴스가 선정한 올해 10대 월드뉴스를 보면서 한 해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굵직한 사건들을 되돌아 보도록 하자. 

■‘미국 우선주의’앞세운 트럼프 등장
미국 고립 부르고 중국 입지 키워주는 역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질주에 미국은 동맹국과도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인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은 국제질서를 이끌어왔던 미국의 고립을 부르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입지를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무역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도 착수했다. 전통의 우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는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무기 구매와 함께 방위비 증액을 주문했다. 또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해 국제사회에 등을 돌리고, 각국의 반대에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 시진핑 중국 권력독점 강화
“중국 세계 최강국 목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린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을 목표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시 주석은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사상’을 공산당 당장에 편입시키고 상무위원 7인의 집단지도체제임에도 상무위원들이 자신에게 보고토록 해 상하 관계를 구축했으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 측근을 대거 기용해 1인 지배체제를 위한 실질적 기반을 닦았다. 또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이었던 ‘격대지정(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의 전통을 깨뜨리고 후계자를 임명하지 않아 3연임 가능성도 열어놨다.

■ 가뭄·홍수·폭염·혹한 …
기후변화 재난에 지구촌 몸살


           올해 초 아프리카 북동부 소말리아와 예멘, 에티오피아, 케냐, 나이지리아 등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농작물을 거두지 못해 수백만명이 굶주림에 허덕였고, 전쟁에 가뭄까지 겹친 남수단에서는 수십만명이 아사 위기에 처해 결국 기근을 선포했다. 지난 8월 말 인도 동부와 북부,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지역에 최악의 홍수가 찾아와 1천200명이 숨지고 4천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해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 전체가 물에 잠겼다. 유럽은 ‘혹서’ ‘혹한’을 모두 치른 한 해였다. 지난 여름 남유럽에서는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수일간 지속돼 사망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철로가 휘어 열차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 트럼프·김정은, 북핵 둘러싼
‘희대의 말폭탄’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탄두,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로 불렀다. 북한 선전매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미친개’,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려잡아야 할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위협했다.

■ 유럽정치 중도기반 상실·좌우
양극화 따른 기성정치의 참패


          지난해 불어닥친 포퓰리즘 강풍의 여파와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계속되면서 유럽 각국에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극좌나 극우로 향하고 기성 중도 정당의 기반은 축소됐다. 프랑스에서는 5월 ‘반(反)기득권’을 기치로 내건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의 대통령 당선과 그가 이끄는 신생 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총선 승리로 기성 정치를 대변하는 중도우파 공화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의 양당체제가 와해됐다. 독일에서도 9월 총선에서 중도우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등 기존 중도 정당들이 독점했던 표가 극우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으로 넘어가면서 중도 정당의 입지가 크게 약화했다.

■ 해리 왕자-메건 마클 결혼 발표 세계적 화제
연상·이혼·혼혈 허락한 영국 왕실


           27일 영국 해리 왕자(33)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이 지난 11월 약혼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내년 5월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외신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혼녀’인 마클과의 결혼을 허락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영국 왕실이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영국 대중의 생각은 최근 수십 년간 변화했지만, 왕실은 기독교에 기반을 둔 전통적 가치에 얽매여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 작가인 클라우디아 조셉도 “10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왕실은) 엄청나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일찌감치 달라졌지만, 왕실은 보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치에 집착하느라 수많은 스캔들과 비극을 겪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 영국 왕실은 해리 왕자가 선택한 연상, 이혼, 흑인 혼혈이라는 악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올 한해 이슈가 되었다.

■ IS‘칼리프국가’수립 좌절 …
시리아·이라크서 패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목표인 ‘칼리프국가’(초기 이슬람 신정일치국) 수립이 좌절됐다. IS는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정부군, 국제동맹군을 상대로 싸우는 한편, 서방 주요국가에서 테러 공격을 단행하며 악명을 떨쳤지만 올 한 해 주요 거점에서 패전을 거듭하며 와해됐다. IS는 지난 7월 주요 거점 도시 이라크 모술에서 약 3년 만에 쫓겨났고, 3개월 뒤인 10월 사실상 수도 역할을 하던 시리아 락까에서마저 3년 9개월 만에 짐을 쌌다. 이라크 정부는 이달 들어 IS를 자국 내에서 완전히 격퇴했다고 선언했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한 러시아도 시리아에서 IS의 모든 부대가 제거됐다고 밝혔다.

■ 임기 내내 트럼프 정부 흔든
‘러시아 내통설’


          트럼프 대통령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임기 첫 해 내내 ‘러시아 내통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등의 이메일을 해킹하고, ‘악플러’에게 돈을 주고 소셜미디어에 악성 댓글을 달게 하는 등 방해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수사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지난 5월 해임됐다. 의혹이 확산하자 미 법무부는 특검 수사를 결정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은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마이클 풀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비롯해 트럼프 캠프 출신 4명을 기소했으며, 이제 특검의 칼날은 점차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 북한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의
  국제공항 신경작용제 암살사건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각각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적인 여성 2명으로부터 화학무기인 맹독성 신경작용제 ‘VX’ 공격을 받아 살해되면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인 남성 4명을 암살을 지시하고 관여한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사건의 배후가 김정은 정권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으로 굳어졌으나 북한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 사우디-이란 패권 다툼 … 중동정세 불안
 IS 몰락으로 본격화

            중동의 패권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다툼이 급격히 악화했다. 종교적 라이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영수로서 양국의 대립이 이슬람 급진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몰락을 계기로 다시금 본격화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다툼이 시리아, 예멘에 이어 레바논으로까지 번질 기미를 보이면서 고조하는 역내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사드 알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11월 초 사우디 방문 도중 헤즈볼라와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총리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가 한 달 만에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이란은 사우디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약화해 레바논 내정에 간섭하려고 그를 사실상 감금하고 사퇴를 종용했다고 반박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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