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특사, 강경화 장관, 홍준표 대표까지‘내려다보는’자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로 찾아온 외빈을 만나 마주앉을 때 ‘의자 높이’를 교묘히 조정, 상대국과 해당 인사에 대한 태도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외교 수법을 쓰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현 정부 관련 인사들을 포함해 제1야당 대표를 만날 때도 거의 예외 없이 아베 자신이 다소 높은 의자에 앉아 ‘내려다보는’ 위치를 잡는 것이 확인됐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1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면담 때다. 당시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았을 때, 아베 총리가 앉은 1인용 소파는 꽃무늬가 있으며, 육안으로 봐도 홍 대표가 앉은 소파보다 살짝 높았다.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다. 당시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굴욕 방중’에 맞선다며 방일, 안보 문제 협력을 논의했다. 일본 정상과 한국 야당 대표라는 지위상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부러 다른 의자를 갖다놓은 것은 치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로 같은 날, 몇 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아베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때는 의자가 달랐다. 유엔 사무총장은 어디서나 국가 원수급 의전을 받기는 한다.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유엔 지도자이자 서구 출신(포르투갈)인 구테흐스에게는 아베와 같은 ‘높은 꽃무늬 소파’로 교체돼 제공됐다. 두 사람은 이날 대북 압박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후 19일 방일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 때 의자 배치는 다시 홍 대표 면담 때로 돌아갔다.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장관인 강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며 개정 논의를 지휘하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 방중에 따라가 ‘중국 일대일로 참여’ 등을 실무 조율했다. 아베가 불만을 가질 인사일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한국 여당 관계자에게는 계속 이런 식의 의자 배치가 이뤄졌다. 아래는 지난 5월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대일 셔틀외교 복원 등의 임무를 들고 특사로 간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과의 면담 장면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내내 위안부 협상을 비판했다. 나름 ‘일본통’을 자처하는 문 전 부의장 등 한국 여당 인사에게 처음 ‘복수’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사진이다. 이후 6월 정세균 국회의장이 방일했을 때는 아베와 정 의장의 소파 높이가 같았다. 정 의장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출신의 문 대통령 대선 공신이다. 송영길 의원은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원래는 아베 측에서 정 의장에 낮은 의자를 줬는데, 그걸 본 정 의장이 ‘그렇게 하면 안 만나겠다’고 말해서 고쳐진 것”이라고 뒤늦게 공개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날 땐 처음부터 이 ‘동일 높이’ 분홍색 소파를 배치해뒀었다. 대북 강경론을 펼치던 박 전 대통령과 회담을 끈질기게 요청하던 때로,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 장관이지만 나름 ‘대접’을 해준 것이다. 외교는 의전에서 시작돼 의전으로 끝난다. 손님을 맞는 태도, 식사 여부, 배석자부터 자리 배치와 눈높이와 인사 방식 등 모든 것이 정치·외교적 메시지를 갖는다. 의자 높이 조절부터 상대국 정상과의 식사 거부 등 다양한 ‘외교 전술’을 동원, 자국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는 주변국들에 대해 냉철한 인식을 갖고, 당당한 대응을 위해 국론을 모을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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