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명 사망·600여명 부상, 한국인 피해자는 없어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1일 밤총격범이 야외 콘서트장에 모인 관객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59 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부상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날 사건은 지난해 6월, 49명이 사망한 플로리다 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온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이날 사건은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 만델레이 베이 호텔 앤 카지노와 호텔 앞 거리에서 벌어졌다. 미 언론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한 명의 괴한이 이날 밤 10시 8분께 만델레이 베이 호텔 32층에서 기관총으로 보이는 총기를 호텔 반대편 야외 콘서트장을 향해 난사했으며, 콘서트장에 있던 상당수 시민이 총에 맞았다. 사망자 중에는 경찰관 2명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이 호텔 32층에서 총격범을 사살했다.  범인 이름은 스티븐 패독(64)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초기에는 사망자가 2명, 부상자가 24명 정도로 알려졌으나 경찰이 사태를 수습한 뒤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애초 총격범도 두 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용의자 한 명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참극으로 기록될 이번 사태의 구체적 범행동기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무기광’인 범인 스티븐 패덕(64)이 애초부터 대량살육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사전 계획한 냉혹한 범죄라는 정황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패덕이 총기를 무차별 난사했던 맨덜레이베이 호텔방에서는 고성능 총기 23정과 망치 등이 발견됐고, 그의 집과 자동차에서도 다량의 총과 폭발물질이 나오는 등 모두 합쳐 49정의 총기와 살상용품들이 나오면서 군복무 경험은 없지만 무기광으로 드러난 패덕의 범행이 애초부터 대량살육을 목적으로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격범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라스베가스 맨덜레이베이 호텔 32층 스위트룸 32135호에 체크인한 뒤 1일 밤 사건 당시까지 널찍한 스위트룸의 거실과 침실의 창문 2곳을 통해 광란의 총기난사를 벌일 준비를 철저하게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패덕은 경찰이 들이닥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 안팎에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0여개의 여행용 가방에 숨겨 호텔 방으로 가지고 들어간 소총 등 중화기들의 일부를 기관총처럼 ‘자동연사’가 가능하도록 개조해 대량살상을 노린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3일 패덕이 총기 자동연사를 가능케 하는 개조부품인 ‘범프 스탁(bump-stock)’ 2개를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사건 당시 총성은 기관총을 갈기듯 연속적으로 벌어져 청중들이 빽빽이 몰려 있는 콘서트장이 마치 ‘죽음의 상자’처럼 ‘킬링필드’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3일 라스베가스 경찰은 패덕의 총기난사가 9분가량 계속 이어졌다고 밝혔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는 반자동 방식에 범프 스탁을 결합하면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하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또 호텔 방에서는 사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스코프(조준경)와 거치대도 발견됐다. 이같이 철저한 준비를 마친 총격범은 서로 다른 각도의 유리창 2개를 해머로 깨고 ‘자동화기’를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 규모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사격 각도를 확보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밖에 100m 높이의 32층 호텔방에서 고공 사격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통상 평지에서 인근의 불특정 대중을 겨냥해 발포하는 총기 난사에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몸을 피할 수 있지만, 비가 오듯 총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마땅히 대응하기 어렵고, 오히려 엎드리는 게 총에 맞을 확률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라스베이거스 지역을 관할하는 재외공관인 주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은 ”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이 사건 발생과 함께 현지 영사협력원, 한인회 등을 통해 우리 국민의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한인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총격범은 LA 출신…범행 직전 10만달러 송금 왜

           미국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참극을 일으킨 뒤 자살한 스티븐 패덕(64)이 범행 직전에 필리핀 은행으로 10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3일 NBC 방송은 복수의 수사당국자를 인용해 “패덕이 지난주 필리핀으로 10만 달러를 송금했다”며 총기난사 범행을 앞두고 거액을 송금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고 전했다. 이와 관련 NBC방송은 패덕이 여자친구이자 동거녀로 알려진 아시아계 마리루 댄리(62)에게 돈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용의자의 동생 에릭 패덕은 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형은 과거 회계사로 일했고 군 복무를 한 적은 없다. 총기에 열광하는 사람도 아니었다”면서 “2주 전 모친과 대화를 하다가 모친이 보행보조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보내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모친은 아들의 범행을 알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실제 용의자는 지금껏 교통법규 위반 외에는 범죄경력도 없는 평범한 은퇴자였다고 전했다.  에릭은 “스티븐은 상당한 부를 갖고 있다. 도박에서 돈을 따면 내게 얘기를 했고 잃으면 불평을 했다”면서 “1년 전 형이 플로리다주 멜버른에서 메스키트로 이사할 때 도와줬는데, 당시에는 기관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에릭은 패독이 한때 결혼했으나 이후 여자친구인 마리루 댄리(62)와 생활해왔다며 슬하에 자녀는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패덕과 함께 호텔에 투숙한 댄리가 패덕의 범행을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나,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에릭은 아버지 벤자민 호스킨스 패덕이 유명한 은행 강도로 연방수사국(FBI)의 10대 수배자 명단에 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 등은 1969년 FBI의 탈옥자 수배 포스터에 벤자민 패덕이 등장했으며, 그가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위험한 인물로 묘사됐다고 보도했다.  총격사건이 발생한 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용의자가 최근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주장하면서 배후를 자처했으나 미국 당국은 IS와의 직접적 연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 허치슨 네바다 주지사는 “패덕이 경찰의 감시대상이 아니었고 IS와 연관성도 없다”면서 “이것은 완전히 미친 비정상인의 범행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패덕의 범행 동기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자살을 선택하면서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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